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기아)이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1위를 기록한 토요타그룹의 영업이익(2023년 1월부터 3월까지 토요타회계기준 4분기)을 앞질렀다. 현대차그룹은 영업이익률도 글로벌에서 최고 수준을 달성하면서 ‘제값받기’ 전략이 통했다는 평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토요타의 '양품염가'(良品廉價)를 넘은 전략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6조4천667억원으로 토요타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인 6조2천87억원을 넘어섰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1위 완성차 업체인 토요타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2분기와 토요타의 회계연도 시작분기인 4월부터 6월까지 양사 영업이익은 2분기 4천715억원, 3분기 3조2천92억원, 4분기 4조368억원의 격차를 벌렸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사상 최대의 판매를 지속하면서 현대차그룹이 2천580억원 차이로 앞섰다.
영업이익률도 토요타의 경우 지난해 최대치가 2022년 회계연도 3분기인 지난해 9월부터 12월이었는데, 이때 영업이익률 9.8%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높아져 현대차의 경우 9.5%, 기아는 12.1%로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10.5%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글로벌 완성차그룹 중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매출은 아직 큰 격차가 있다. 올해 1분기 현대차와 기아의 매출은 61조4천694억원이다. 토요타의 동기 매출은 95조9천700억원이다. 토요타는 전통적으로 양품염가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양품염가는 좋은 제품을 개발해 경쟁력있는 가격에 공급한다는 토요타의 가격 정책이다. 토요타는 이 정책의 대표적인 예시로 지난 2015년부터 TNGA 플랫폼 개선하고 적용한 것을 꼽는다.
실제로 토요타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6%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전략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제값받기’ 전략과도 유사하다는 평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으로 판매를 전환하고 전기차 전환에도 발빠르게 대처하면서 고수익 차종 효과를 톡톡히 봤다.
판매가격 인상에도 꾸준히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의 차종은 최근 몇년간 최대 2천만원대까지 가격을 올렸다. 이를 통해 고가의 차량을 한 대 팔 때마다 인센티브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의 자동차 대당 원가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전기차 가격 경쟁 시대에 경쟁력은 더 돋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값받기 전략은 토요타가 강조하는 양품염가와도 비슷한 전략이다. 먼저 품질을 인정받은 뒤 판매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영업이익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선제 대응에 따라 고부가가치 차량과 고급화 전략을 더욱 빠르게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제값받기가 양품염가를 밴치마킹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제값받기 전략이 이번 실적을 바탕으로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반도체 공급이 아직 해소되지 못하면서 공급지연으로 마케팅과 홍보 없이 성공을 거뒀으나 추후 공급이 해소된다면 새로운 전략을 보여줘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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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현재 미국에서 제네시스가 고가에 팔리면서 현대차의 제값받기가 성공했다고 본다”며 “지난 2019년 차 한 대당 평균 3만5천달러(4천677만원)였던 수출 가격이 지금 5만달러(6천682만원) 넘어섰기 때문에 고무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공급 이슈가 끝난 이후에도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사용하지 않고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미리 주의하지 않는다면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