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테크놀로지(Medical Tech)란 질병 예방·진단·치료를 위한 의료기기 관련 산업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김양균의 메드테크’는 기존 정의를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의료 기술을 도입하거나 창업 등에 도전한 의료인 및 의료기관에 대한 스토리다. 지디넷코리아는 한국과 덴마크의 의료인들의 의료 혁신을 위한 고민과 노력, 협력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오르후스(덴마크)=김양균 기자] 널찍한 통로, 은은한 원목의 향, 자두색 복도. 시야를 가리는 기둥 대신 태양빛이 대형 창을 통해 들어오는데, 탁 트인 풍광까지. 보호자 의자마저 명품인 것 마냥 착각할 지경이었다. 잠깐, 이곳이 카페가 아니라 병원이라고?
기자가 방문한 곳은 80개 가까운 수술실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덴마크 지역 병원이었다. 지난 8일(현지시각) 덴마크 오르후스(Aarhus) 지역에 위치한 오르후스 대학병원(Aarhus University Hospital, AUH)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AUH는 1천150병상 규모에 1만200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뉴스위크 선정 전 세계 최고의 스마트 병원(World's Best Smart Hospital) 중에서 글로벌 16위, 유럽 내 3위에 올랐다.
올해는 덴마크의 최고 혁신 병원 및 베스트 병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유럽 병원 네트워크(European University Hospital Alliance, EUHA)에도 참여하는 등 AUH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종합병원 가운데 한 곳이다. 다이애나 릭나겔 AUH 혁신 및 국제 협력 총괄은 “협력과 파트너십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고 했다.
기자는 ▲곽정면 고려대안암병원 디지털헬스케어센터장 ▲오성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책실장 ▲오응석 충남대병원 기획조정부실장 ▲이미연 한림대성심병원 커맨드센터장 등 ‘한국-덴마크 병원 네트워크’(Denmark-South Korea Hospital Alliance 2023)에 참여 중인 국내 의료인들과 함께 AUH를 방문했다.
AUH 측은 고려대의료원의 의료데이터 활용 및 스타트업과의 협업 활동에 대해 AUH 측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의료데이터 관련 ‘콜라보레이션’ 가능성을 시사했고, 다른 관계자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위한 펀딩에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두 나라의 병원 혁신…필요성 공감하지만 주체 등 차이점도
AUH는 미래병원 구축을 위한 혁신 사업에 한창이다. 의료기관 통폐합 계획인 ‘슈퍼병원 프로젝트(Super Hospital Project)’도 AUH의 혁신 계획 가운데 하나다.
슈퍼병원 프로젝트는, 지난 2021년부터 추진되어 오고 있는 덴마크 16개 주요 의료기관에 대한 스마트 의료기술 및 인프라 구축 투자 사업이다. 덴마크 정부는 입원 일수 및 재입원을 줄이고, 외래진료 개선 및 지속 가능성 확대하려고 한다.
사실 이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덴마크도 고령화에 따라 의료이용 증가 및 이에 따른 비용 지출이 급증과 무관치 않다. 기자가 만난 병원 관계자들은 슈퍼병원 프로젝트가 이러한 대응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AUH 관계자는 “오르후스 지역에서 활동하는 주치의(general practitioners, GPs)는 의료 ‘게이트키퍼’로써 환자의 종합병원 입원 등을 선별하는 역할을 맡는다”며 “앞으로 의료기술 발달에 따라 환자들은 주거지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것이며, 대형병원 의사들과의 협력으로 환자 돌봄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곽정면 고대안암병원 디지털헬스케어센터장은 “의료제공 주체인 의사 입장에서 슈퍼병원 프로젝트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도출될 수 있지 않느냐”는 견해를 나타냈다.
아울러 AUH 사례로 알 수 있는 점은 우리나라와 덴마크의 병원 혁신의 공통점과 차이점이었다. 저출산, 고령화, 의료인력 감소, 의료지출 감소라는 병원이 극복해야 하는 적대적인 외부 환경에 대응해 의료기관의 혁신 필요성은 우리나 그네들이나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개별 전략에서는 일부 다른 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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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면 센터장은 “국내 의료기관 디지털화 등 혁신 사업 추진은 의사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 덴마크는 정부와 이노베이션 팀들에 의해 매우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며 “우리와는 추진 주체가 다른 만큼 덴마크 현지 의료진과 환자는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위치에 놓여있다는 인상도 일부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덴마크 병원 네트워크 활동으로 덴마크를 방문한 우리나라 의료인들은 올보그(Aalborg) 대학병원을 시작으로, AUH까지 순차 방문했다. 이들은 덴마크 체류 기간 동안 ▲코펜하겐 릭스 왕립(Rigshospitalet) 대학병원 ▲게팅게 사옥 ▲코펜하겐 헬스케어 서밋 ▲오덴세(Odense) 대학병원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