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면 휴대폰부터 확인하는 세상, 음식 배달부터 업무, 부동산까지 플랫폼을 거치지 않는 영역이 없다. IT 기업들은 메타버스, 콘텐츠, 공유 플랫폼 등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 출시하는 중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사람과 기술을 잇는다'는 의미인 '잇고'(ITgo)를 통해 기자가 직접 가서(go) 체험해 본 IT 서비스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서울 성수동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한 퓨전음식 배달 전문 매장 ‘아웃나우 성수점’.
사람이 아닌 로봇 여러 대가 일사불란 움직이며 음식을 지지고 볶고 튀긴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포케, 돈가스 등 음식은 실제 성수동·건대·왕십리 등 고객에게 배달된다. 고객은 ‘손맛’이라 생각하며 먹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정교하고 정확하게 계산된 로봇 움직임으로 조리된 음식이다.
기자가 최근 방문한 이곳은 설립 6년 차를 맞이한 로봇 스타트업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이하 웨이브)가 운영하는 음식 매장이자 로봇 연구소다. 웨이브가 연구, 개발한 로봇을 실제 서비스를 통해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 매장 한켠에서는 로봇과 소프트웨어를 개발·관리하는 직원들이 모여있는 사무 공간도 존재했다.
주문-준비-조리-포장 등 복잡한 전 과정을 순조롭게 로봇을 통해 진행할 수 있는 건 웨이브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로키스(ROKIS) 덕이다. 로키스는 각 로봇에 필요한 작업을 실시간으로 분배해 최상의 음식 맛과 상태를 만들어 낸다.
로키스와 로봇이 만든 음식, 사람이 만든 것보다 맛이 없을까? 기자가 실제로 이렇게 만들어진 김말이, 고구마 튀김을 먹어보고 보인 반응은 ‘엄지척’이었다. 기름을 많이 흡수해 흐물흐물하거나 너무 딱딱하지 않고 적당하게 바싹 튀겨진, 동네 분식점에서 즐겨 먹던 딱 그 맛이었다.
어쩌면 당연했다. 로키스가 재료 질량, 가열 온도, 가열 시간, 제조 시간을 사람보다 정확하게 관리해 주니 말이다. 요리 과정뿐만 아니라 로키스는 직원 작업, 주문, 배달 대행, 광고 등 데이터 등 하루 100만 건 이상 데이터를 수집해 로봇 키친 운영을 최적화한다고 한다.
최적화된 시스템하에서 로봇들은 시간당 우삼겹포케 최대 98그릇, 치킨돈까스 최대 69그릇, 떡볶이 최대 60그릇을 만들 수 있단다. ‘포케포케’, ‘경성보울’, ‘돈까팡팡’, ‘성수동누룽지떡볶이’는 이렇게 웨이브가 운영하는 자체 브랜드다. 음식 맛도 좋은데 더 효율적이라면, 앞으로 로봇 주방을 도입하는 브랜드는 늘어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김범진 최고경영자(CEO)와 백승빈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나 웨이브 창업 스토리와 향후 목표를 들어봤다.
■ 다음은 김범진 CEO·백승빈 CTO와의 일문일답.
Q. 웨이브 창업 계기가 무엇인가.
김 CEO : 백 CTO는 서울대 대학원 다닐 때 같이 살던 룸메이트다. 당시 자주 다니던 매장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하나둘씩 사라졌다. 임대료, 사람 구하는 문제, 트렌드가 빨리 지나가 버리는 문제 등으로 인해 주방 운영이 굉장히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백 CTO는 각각 전기정보공학, 기계항공공학을 배우고 있었는데 로봇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후 실제로 백 CTO와 KFC, 쉐이크쉑 매장에서 근무하며 주방 운영이 어렵다는 걸 체감했다. 단순 반복으로 이뤄지는 일 등은 로봇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웨이브를 창업하게 됐다.
Q. 도넛으로 유명한 ‘노티드’에도 자동화 로봇을 판매했고, 여러 PB를 운영 중인데, 이외 진척된 상황이 있나.
김 CEO : 구체적인 브랜드를 밝힐 수는 없지만, 대기업 급식, 영화관, 호텔, 컨벤셜홀, 웨딩홀 등에 도입을 준비 중이다. 특히 웨딩홀의 경우 1시간에 500인분 정도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데, 미리 만들어 두면 음식의 질이 낮을 수밖에 없어 자동화 로봇 도입이 필요한 분야다.
Q. 아직 로봇 도입이 생소한 식당 주인들은 어떻게 설득하나.
김 CEO : 오히려 고객사에서 도입을 요청하고 있다. 외식업이 겪는 어려움이 더 커졌고, 로봇 주방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급식, 호텔 이외 자영업자들도 많은 연락을 주고 있다. 인력 비용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시장이 우리 서비스를 필요로 하고 있다.
Q. 로봇 주방을 관제하는 로키스가 흥미롭다.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자세히 설명해달라.
백 CTO : 주방장 역할을 소프트웨어가 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로키스를 기획했다. 주문을 받아 로봇에게 명령하는 것이 주요 역할인데, 처음에는 순차적으로만 명령했다면 지금은 먼저 나올 수 있는 음식은 뒤로 빼서 함께 나올 수 있게 하는 등 스케줄링 역할까지 가능해졌다. 또 하나의 주방에서 여러 메뉴가 나올 수 있도록 데이터 관리를 점점 고도화하고 있다. 인력 관리 등 주방 전체를 관리하는 인텔리전스 소프트웨어로 계속 발전시킬 계획이다.
Q.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현지 사업 확대 MOU를 맺기도 했는데, 해외 진출 사업 전략은.
김 CEO : 사우디는 스마트 도시 구축에 관심이 크고, 외식 산업 발전이 엄청난 나라다. 사우디 네옴시티에 들어갈 음식점들이 전부 사람이 운영하는 방식으로만 도입되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 로봇을 쓰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다. 사우디 외식 업체를 만나고, 사우디 투자부를 통해 케이터링 업체도 소개받는 등 적극 협력하고 있다. 이제는 사우디뿐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나라까지도 사업 영역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Q. 최근 스타트업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인데, 2021년말 50억원 규모 프리시리즈 A투자 유치 이후 진척 상황은.
김 CEO : 올해 시리즈 A라운드 유치하고 있다. 시리즈A-1 투자를 3월 마무리했고, 2차 라운드 계속 유치하고 있다.
Q. 웨이브 조직문화와 추구하는 인재를 소개해달라.
백 CTO: 자유와 책임을 강조한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직원 스스로가 스스로 일에 꽂혔을 때 몰입하기 때문에 새벽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면서도 번아웃이 오지 않게끔 조절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
김 CEO : 미식 경험 용도 법인 카드를 개인별로 드린다. 오마카세, 와인 등 본인들이 해보고 싶었던 외식 경험을 외식 카드를 통해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적극 지원한다.
Q. 올해 웨이브 목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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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CEO : 글로벌 시장에서 로봇 주방 기술을 가장 고도화한 회사가 되고 싶다. 사우디, 노티드 제외하고도 추가적 계약을 계속해서 잘해 나가고 싶다. 작년 대비 10배 이상 성장하는 것이 올해 목표다. 특히 올해는 미국 사업 발판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백 CTO : 올해 로봇 기술 개발에 뜻을 두고 있다. 반도체 개발과 로봇 자체 제품화도 시도하고 있다. 곧 대규모 채용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