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가격이나 무료로 다양한 스트리밍 비디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광고 기반 주문형 비디오(advertising video-on-demand, AVOD)를 찾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다. 실리를 좇는 소비자 및 산업의 니즈 때문에 AVOD가 최근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딜로이트 글로벌은 2023년 말까지 선진국에서 월간 1개 이상의 AVOD를 구독하는 소비자가 전체의 3분의 2에 육박해 전년비 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선진국의 모든 주요 가입자 기반 주문형 비디오(subscription video-on-demand, SVOD) 서비스 업체들이 무광고 옵션 외에도 추가로 광고 기반 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4년 말에 이르면 이 중 절반이 광고기반 무료 스트리밍(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FAST)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다. 또 딜로이트글로벌이 2020년 예측했듯, 2030년에는 전 세계 대부분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 구독 서비스가 일부 또는 전면 광고기반으로 전환, 이미 AVOD가 일반적인 신흥 시장과 비슷한 구조를 형성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10년 이상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해 온 방송사들이 구축한 시장에 SVOD 업체들이 광고 기반 서비스로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고는 전문적으로 생산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모든 플랫폼을 다루되, 사용자 제작 콘텐츠(user-generated content, UGC)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배제했다. UGC 플랫폼은 제작 비용이 낮다는 특징이 있으므로 근본적으로 사업모델이 다르기 때문이다.)
■콘텐츠 비용상승 추세...광고 보더라도 구독료 할인 원해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유료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하면 무광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중간에 광고 때문에 콘텐츠 시청이 끊기지 않는 데 익숙해진 시청자는 다시는 귀찮은 광고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비롯된 서비스 구조다. 하지만 저마다의 주력 콘텐츠를 내세운 스트리밍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구독료마저 오르자, 상당수 소비자들에게 무광고 서비스 구독료를 지불하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이는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무광고 프리미엄 구독 이용료는 1인당 한 달에 5~20달러 정도다. 이 정도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하지만 주요 SVOD 업체들이 저마다 내세우는 텐트폴(tentpole) 콘텐츠를 모두 보려면 4~5개 서비스를 구독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구독료 부담이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HBO 맥스(HBO Max)는 2020년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때 미국 시트콤 ‘프렌즈’(Friends)와 ‘빅뱅이론’(Big Bang Theory)을 텐트폴 콘텐츠로 내세웠다.
2022년 10월 기준 또 다른 미국 대표적 인기 시트콤인 ‘모던패밀리’(Modern Family)는 디즈니플러스(Disney Plys)의 주력 콘텐츠고, ‘시트 크릭’(Schitt’s Creek)은 미국 훌루(Hulu)의 텐트폴이다. 게다가 이들 주력 시리즈들은 한 플랫폼에만 머무르지 않고, 계약이 종료되면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가팔라져 상당수 소비자들의 지갑마저 가벼워졌다. 이 모든 요인들로 인해 AVOD 매스 마켓(mass market)이 형성되고 있다.
AVOD 서비스는 통상 시간당 4~10분의 광고를 보는 대신 무광고 서비스보다 50% 낮은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보고 싶은 콘텐츠를 더 낮은 가격에 보기 위해 광고를 보는 데 기꺼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구독료를 낮추는 방법은 광고 시청 외에도 또 있다. 1년치 구독료를 선불로 지급하면 1~2개월은 무료로 구독할 수 있는 약정도 많이 활용된다.딜로이트글로벌은 세계 각지의 소비자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새로운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할 때 어떠한 형태를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다. 그 결과, 대부분 소비자들은 지역을 막론하고 구독료를 절반만 내거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광고기반 서비스를 택했다(그림1 참조). 또 광고기반 할인 SVOD 외에도 선진국 소비자 중 47%는 이미 대부분 방송국이나 제작사가 무료로 제공하는 광고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그림 2 참조).
일부 응답자들은 구독료가 전반적으로 상승해 그나마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광고기반 서비스 뿐이라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어쨌든 광고는 대부분 형태의 미디어에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TV 방송, 모바일 게임, 라이브 콘서트는 물론이고, 도시마다 디지털 빌보드에 광고가 걸려 있으며, 소매 체인업체들은 매장 내 광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에 광고를 도입하는 것은 혁명이라기 보다 단순한 변화라고 봐야 한다. 게다가 SVOD 업체들이 제공하는 AVOD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시간당 평균 약 4분으로 크지 않을 것이다. 황금시간대 TV 광고는 이의 두세 배에 달한다.
■이탈률과 매출 하락 이중 압박 받는 콘텐츠 서비스 업체들에 AVOD는 필수
무광고 서비스를 제공해 온 ‘전통적’ SVOD 업체들은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AVOD를 도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2022년 한 해 순 가입자 수가 매우 저조했던 선진국 시장에서 전략 수정이 필요해졌다. AVOD를 제공하면 구독료 허들을 낮춰 신규 가입자 유치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해지하려는 기존 가입자들도 더 낮은 구독료로 잡아둘 수 있다.
2020년부터 스트리밍 가입자들의 해지가 본격화되면서 이탈률은 SVOD 업체들의 최대 고민거리가 됐다. 미국의 경우 해지율이 2020년 초 이후 줄곧 37%를 웃돌았다. 다른 지역도 수치만 조금 낮을 뿐이지, 해지율이 SVOD 업체들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새 가입자를 유치하려면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림 3) 참조.
2022년 구독자들이 해지를 결정한 주요 이유는 높은 구독료였는데 2023년에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 서비스 업체들이 AVOD 서비스를 추가하는 주요 이유는 광고로 추가 매출을 거둘 수 있기때문이다. 2022년 중반 기준, 매출을 구독료에만 의존하는 무광고 VOD 업체들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방송사의 경우 AVOD는 추가 매출원이 될 수 있다.
편성(linear) 광고로 새로운 매출을 창출할 수도 있고,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들의 전유물이었던 온라인 비디오 광고로 추가 매출을 거둘 수도 있다. AVOD의 새로운 부상은 대형 TV 스크린에 광고를 노출시키고 싶어했으나 점점 줄어드는 기회에 목말랐던 광고주들도 반기는 추세다. 광고는 좁은 스마트폰 화면보다 대형 스크린에 노출될 때 효과가 더욱 큰데, 최근 수 년간 정규 TV 방송 시청 건수가 줄면서 젊은층에게 대형 스크린으로 광고를 노출할 기회가 줄었다.
AVOD는 보통 대형 TV 스크린으로 시청하는 경우가 많고 주 시청자가 16~34세로 광고주들이 원하는 연령대이기 때문에, 프리미엄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타깃형 광고를 노출하기를 원하는 광고주들의 니즈를 해소해 준다. AVOD CPM은 미국의 경우 50 달러를 훌쩍 넘고, 유럽 시장은 30 달러에 육박한다.
■AVOD 부활
AVOD 부활은 TV를 포함한 미디어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SVOD 업체들은 추가 매출원을 획득하면서 해지율을 줄일 수 있고, 방송사들은 수 년간 답습만 해 온 서비스 품질을 개선할 수 있으며, 소비자들은 광고를 시청하는 잠깐의 귀찮음만 견디면 원하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물론 모든 소비자가 AVOD를 원하지는 않겠지만, 선진국 시장에서조차 대다수 소비자들이 AVOD를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AVOD로 전환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AVOD로 옮겨가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SVOD 업체들은 구조를 재편하고, 매출 역량을 강화하고, 기존 콘텐츠를 재구성하고, 콘텐츠 수수료를 차별화하고, 광고 효과를 측정하고, 문화를 바꿔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광고 시간도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시간당 광고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광고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같은 광고가 매번 반복된다면 시청자는 싫증을 낼 수 밖에 없다. AVOD의 광고는 TV 광고와 비슷하거나 이보다 월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콘텐츠 서비스 업체들은 TV 방송사들이 수 십년간 구축해 온 매출 구조 및 문화를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다. 본디 광고에 매출을 의존하던 방송사에서 출발한 일부 SVOD 업체들은 이런 면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광고를 팔아본 적이 없는 스트리밍 업체들은 서둘러 광고 매출 구조와 문화를 익혀야 한다.
제작사에 수수료를 주고 무광고 서비스에 활용하던 콘텐츠는 중간광고를 자연스럽게 삽입할 수 있도록 재편집해야 하는 한편, 이미 중간광고 삽입용으로 편집돼 있는 콘텐츠 라이브러리는 재편집이 필요하지 않다. 라이선스 계약을 따라야 하는 일부 콘텐츠는 광고 삽입이 불가할 수 있으므로 계약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 광고 매출을 극대화하려면, 시즌별로 콘텐츠를 공개하는 콘텐츠 서비스 업체들의 방식보다 에피소드별로 콘텐츠를 공개하는 전통적 방송사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에피소드 방영이 거듭될수록 해당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면, 광고 매출을 거두기가 더욱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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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OD 시장에 처음 뛰어드는 업체들이 또 주의해야 할 점은 광고 매출이 시장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전 세계 TV 광고 시장에서는 미국이 단연 오랜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2022년 미국 TV 광고 시장 규모는 700억 달러로 영국의 10배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 영국의 경우 공영 방송사들의 콘텐츠가 수 년간 전국적인 인기를 휩쓸어 왔기 때문에, SVOD 업체들이 AVOD로 전환하려면 이들 방송사의 광고기반 서비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무광고 서비스에 광고를 추가하는 것은 일보 후퇴가 아니라 일보 전진이다.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얻기 위한 비용을 충당하려면 구독료와 광고 매출 둘 다 필요하다. 이는 결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 모든 미디어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할 수 있다. AVOD는 소득 수준을 막론하고 모든 소비자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가치를 지닌 서비스다. 광고 방해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를 위해 큰 돈을 지불할 소비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