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불황 속 TSMC·삼성 '차량용 반도체'로 승부수

차량용 반도체에 3·4나노 첨단 공정 적용 계획...생산시설 확장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04/28 15:29    수정: 2023/05/04 04:59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이 불황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IT 제품 수요가 감소하자, 반도체 재고가 늘고 생산 주문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자동차 시장만 반도체 주문량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SMC, 삼성전자, UMC 등 파운드리 업체는 차량용 반도체 수주를 늘려 실적 감소를 극복한다는 목표다.

차량용 반도체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성장으로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내연 기관차에는 반도체가 200~300개 들어갔다면, 앞으로 전기차에는 500~1000개,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 이상 탑재된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차량용 반도체가 2020년 380억달러(50조원)에서 2026년 676억달러(약 90조원)까지 두배 성장한다고 전망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TSMC, 일본·독일에 팹 건설...올해 3나노 공정 차량용 칩에 적용 목표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1분기 순이익은 2069억9천만 대만달러(약 8조9천700억원)로 전년 대비 2.1% 증가, 직전 분기 대비 30% 감소하면서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분기 성장률은 4년 만에 최저다. 재작년 100%를 기록하던 TSMC의 팹 평균 가동률은 70%까지 떨어졌고, 7나노 공정 팹은 올해 상반기 4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TSMC 1분기 실적은 분야별 매출이 모두 감소한 가운데 자동차만 증가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마트폰 27%, 고성능컴퓨팅(HPC) 14%, IoT 19%, DCE 5% 등 매출은 지난 분기보다 각각 줄었지만 자동차는 5% 증가했다. 

TSMC 2023년 1분기 산업별 매출 증가율

이런 수요 변화로 TSMC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강화할 계획이다. 케빈 장 TSMC 부사장은 지난 26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의 컨퍼런스에서 "최첨단 3나노 기술을 차량용 반도체 칩 생산에 적용해 연내에 차량용 반도체 칩 소프트웨어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일본 혼다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을 위해 TSMC와 처음으로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다. 혼다는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TSMC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기 위해 독일 드레스덴에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독일 정부와 조율 중에 있다. 유럽연합(EU)은 TSMC에 생산시설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며, 유럽 반도체 기업과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유럽에는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인피니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NXP, 보쉬 등이 위치한다. 이들 기업은 칩을 자체 생산할 뿐 아니라 일부 물량은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한다.

TSMC는 일본 구마모토현에도 차량용 반도체와 이미지센서 생산을 위한 12, 16, 22, 28나노미터(nm) 기반의 파운드리 공장을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일본 신공장은 TSMC, 소니, 덴소의 합작법인 JASM이 운영하며, 일본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한다. 덴소는 도요타 자동차에 차량용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다.

삼성, 4나노 공정 오토모티브로 확대...UMC, "차량용 칩은 성장동력"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도 고성능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생산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 27일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는 주요 팹리스 및 세트 업체의 높은 재고로 인해 주문 감소가 있었고 그 영향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라며 "하반기는 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HPC, 오토모티브 중심으로 시황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미국 암바렐라 자율주행차량용 반도체를 수주해 5나노 공정으로 생산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신 4나노 공정도 오토모티브로 확대하는 등 파운드리 공정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2027년까지 파운드리 사업에서 모바일 외 제품군의 매출 비중을 50% 이상 높여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5나노 파운드리 공정으로 미국 암바렐라의 최신 시스템온칩(SoC) 'CV3-AD685'을 생산한다.(사진=삼성전자)

대만 파운드리 업체 UMC 또한 1분기 실적에서 자동차 부분만 나홀로 증가하면서 향후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주력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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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C 1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순이익이 161억8천만 대만달러(약 7052억원)으로 전년보다 18.3% 하락해 5분기 만에 순이익 최저치를 기록했다. 웨이퍼 출하량은 지난 분기보다 17.5% 감소했고, 팹 가동률은 70%로 떨어졌다.

지난 26일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제이슨 왕 UMC 사장은 "최종 반도체 수요 악화로 실적이 감소했지만 자동차 및 산업용 부분은 높은 성장을 기록했고, 특히 자동차 부분이 전체 1분기 매출의 17%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기차, 자율주행차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차량용 반도체는 UMC의 주요 실적에 기여하며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