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물자던 정유사 1분기 성적표 '우울'…"정제마진 하락 여파"

SK이노 1Q 영업익 추정치 82% 하락…원유수요 악화·정제마진 하락 영향

디지털경제입력 :2023/04/24 16:41

오는 27일 에쓰오일을 시작으로 정유사들의 올해 첫 성적표가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한 상황이다. 횡재세 논의를 촉발한 지난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 이후 약 1년 만에 상황은 급반전된 양상이다.

서울 마포구 에쓰오일 사옥

24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82%나 하락한 2천941억원으로 전망됐다. 에쓰오일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회사 측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천87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6% 급감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역시 이와 유사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정제마진 고공행진 덕에 힘 입어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반대로 정제마진이 하락하는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 흐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한 것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미 텍사스주 골드스미스 인근 유정의 원유시추기 (사진=뉴시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OPEC+가 원유를 감산하기로 하면서 국제유가는 올라갔지만 정작 정제마진이 하락한 가운데 원유 수요가 급감했다"면서 "미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역시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제마진은 지난해 6월 넷째 주 평균 29.5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지만 점차 하락세를 거듭하며 0달러 선까지 내려 앉았다. 올해 1분기 정제마진 역시 한 때 13.5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내리막을 보이며 5~6달러 안팎을 맴돌았다. 더욱 심각한 건 2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4월 정제마진이 대폭 내려앉았다는 것이다.

4월 둘째 주 정제마진은 5달러선이 붕괴되며 3.9달러까지 하락했고 4월 셋째 주 정제마진은 2.5달러로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인 5달러를 대폭 하회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분기는 항공유 수요가 올라가면서 소폭 성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전세계적인 경기 둔화흐름을 역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정유사들은 지난해 기록적인 국제유가 상승 덕에 역대급 실적 잔치를 벌였다. 국내 정유4사(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의 지난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12조3천203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9% 상승한 성적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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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정유사들의 호실적에 초과이익을 환수하자는 횡재세 부과 도입 움직임도 일어났다. 실제 지난해 8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법인세법을 개정해 정유사나 은행의 초과이익에 세금을 물리는 ‘횡재세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민주당에서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하며 정유사들의 초과이익을 환수하자는 여론이 급부상했다. 

관련 법안들이 실제 본회의를 통과하진 않았지만 정유사들이 지난해 이익을 톡톡히 봤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대조적이게도 올해 1분기 정유사들의 실적 전망은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