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구글, 든든한 동맹에서 선의의 경쟁으로

구글, 폴더블폰 시장 본격 합류…삼성, 폰 검색엔진 교체여부 촉각

디지털경제입력 :2023/04/21 16:47    수정: 2023/04/21 21:17

굳건한 동맹관계를 유지해 오던 삼성전자와 구글이 경쟁관계라는 새로운 구도에 놓이게 됐다. 폴더블폰, 스마트워치 등 삼성전자와 애플이 경쟁하는 분야에 구글이 합세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하는 검색엔진을 구글에서 MS 빙으로 교체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삼성전자와 구글 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CEO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다음주 미국 출장 기간에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 CEO들을 만날 예정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은 지난 2021년 미국 출장에서도 구글 본사를 방문해 순다르 피차이 CEO를 만났다. 둘은 시스템반도체, VR·증강현실(AR), 자율주행, 플랫폼 혁명 등 차세대 스마트 SW·ICT 혁신 분야의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만남이 있은 후 2년 뒤 구체적 성과도 있었다. 지난 2월 갤럭시S23 언팩 행사에서 삼성은 구글, 퀄컴과 XR 삼각 동맹을 깜짝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XR 전용 반도체와 초고화질 디스플레이, 그리고 OS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자사 OS와 칩으로 무장한 애플에 대항해야 하는 구글·퀄컴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새로운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언팩 2023'에서 퀄컴, 구글과 협력해 차세대 XR(혼합현실) 폼팩터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사진=지디넷코리아)

하지만 스마트폰 하드웨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구글은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 구글이 픽셀폰에 이어 폴더블폰까지 만들며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구글은 다음 달 10일 열리는 자체 연례개발자회의(구글 I/O)에서 '픽셀 폴드'를 공개하고, 오는 6월 출시할 계획이다. 구글은 픽셀 폴드 구매자에게 픽셀 워치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펼치는 신제품 사전판매 마케팅 전략과 비슷하다.

구글은 지난해 픽셀워치도 출시했다.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경쟁관계인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2년 4분기 기준 전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 2위지만 점유율이 9%로 1위 애플(43%)과 격차가 큰 반면에, 인도 노이즈(7%)·중국 화웨이(5%) 점유율과 큰 차이가 없다. 

구글 픽셀 폴드 렌더링(사진=프론트페이지테크)

구글은 후발주자지만 2019년 핏빗 인수를 발판으로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구글은 OS에 강점을 지녔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위협적인 존재다. 자사 기기에 최적화 된 앱을 개발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과 구글은 동맹이자 경쟁관계로 서로의 이익을 저울질하며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빙'으로 검색엔진 교체를 검토한다는 것은 챗GPT 적용이라는 강점도 있지만 구글보다 MS가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구글은 30억달러(약 4조원)를 삼성전자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훨씬 더 높은 금액을 MS가 부른다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검토해 볼 여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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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진=삼성전자)

이 같은 맥락에서 삼성과 구글의 '오월동주(서로 반목하면서도 같은 곤란과 이해관계에 대하여 협력함)'는 이상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기업의 합종연횡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 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검색엔진을 구글에서 MS로 바꿀지는 모르겠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협력 분야에 균열이 가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MS 역시 삼성의 동맹이자 경쟁사로 서로 '윈윈'한다는 전제 하에 전략적 판단을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