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해 보자. 친구들 중 공부는 엄청 잘 하는데 운동은 젬뱅이고 친구들과 어울림도 미숙했던 ‘범생이’가 아마 여럿 있었을 거다. 그런가 하면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노래도, 놀기도 엄청 잘하는 팔방미인 친구들도 있었을 거다. 후자 유형의 사람들이 인생을 자유롭게 성공적으로 살아가리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잘 안다. 당연히 우리 자신도 그리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왜 그런 쪽을 선호할까?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노래도, 놀기도 잘 하는 사람이 이웃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진짜 능력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속 생존을 지향하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그런 인간형을 선호한다. 공부만 잘하는 ‘범생이’는 머리가 좋다 해도 실제 우리의 삶에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 너 잘났어’ 하는 비아냥거림이 쑥 하고 속에서 올라오기조차 한다. 머리만 좋을 경우 그 머리가 개인의 이기적 욕심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심지어 그 좋은 머리로 사회악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경계심조차 생긴다. 예전부터 ‘전인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건 이러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생각, 이성, 분석 등은 매우 중요한 인지 능력이다. 이것이 없으면 원인분석, 계획 수립, 이해에 기반한 문제해결 능력이 보장되지 않는다. 소위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갖추고 있는 능력이 바로 이런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뭔가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이런 이성적 능력 말고 뛰어난 감각에 통찰이 번뜩이는 경우가 많다. “와, 대단한데?” 하고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건 대체로 이성적 판단이나 분석의 결과보다 순간적인 감각이나 통찰의 실재를 발견했을 때다. 내가 도무지 상상도 못한 발상을 쭉쭉 해내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경외감마저 든다.
인간은 그저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 그 배후에 작동하는 감정적 선호, 감각들, 그런 것들과 이성적 능력이 융합되어 나타나는 직관, 그리고 궁극에는 통찰에 도달할 수 있는 위대한 존재다. 전문용어로 설명하자면 인지적 능력, 즉 이성적 판단력 등은 비인지적 능력과 결합했을 때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이것이 우리가 ‘범생이’보다 팔방미인에 실천력 있는 사람들을 더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다.
우리는 사실 비인지 능력의 중요성에 대해 경험적으로 인식하면서 살아간다. 그것이 비인지 능력인지 아닌지를 알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버리고 마는 경우도 많지만 말이다. 산책을 꾸준히 반복하다보면 걸으면서 편안하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또 문뜩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도 꽤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몸의 동작을 컨트롤 하는 과정에서 인지를 담당하는 뇌의 움직임이 동시에 활성화한 결과다.
몸을 푹 쉬어주어야 편안한 육체상태를 유지하고, 또 꽃을 본다든지 어떤 아름다움에 조우하는 순간을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일에 대한 좀 더 선명한 구상을 하게 된다. 비인지적 능력을 발휘하면 할수록 우리의 인지적 뇌를 활성화하기에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인지 능력이 인지 능력과 결합하면,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든, 일에 대한 기획이든, 번뜩이는 아이디어든, 우리 몸 안에 누적된 잠재력을 극대화해 효과적으로 일을 수행할 수 있다.
놀라우면서도 다행스러운 사실은 이 비인지적 능력을 의식적으로 키워갈 수 있다는 것이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많이 놀고 아름다움을 자주 느끼고 또 타인을 위해 이타적인 일을 하고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이익과 전혀 무관하게 그저 행복감을 느끼는 행동을 할 때와 어떤 행위로 이익을 얻을 때 우리는 모두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지만, 뇌의 작용방식은 전혀 다르다. 전자가 호르몬 작용의 결과라면 후자는 내측 전전두피질 활성화를 동반한 뇌의 작용 결과다.
아름다움을 느끼고 선행을 하면서 자기 만족감을 반복해서 느끼면 내측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어 인지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비인지 능력을 키우려면 이성과 지식을 좀 내려놓고, 쉬고, 놀고, 선행을 하고 해야 한다. 운동하듯 몸을 움직이면서 비인지 능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비인지적 능력을 키우는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운동을 하면서 ‘고유감각’(위치 감각 같은 것)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내 손가락이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지? 내 발은? 내 목과 머리의 위치는 바르게 잘 되어 있나?’ 하고 생각하며 운동을 하면 고유감각을 키울 수 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폐나 횡경막이 움직이는 것을 느껴본다든지 좀 더 나아가서 혈액과 맥박의 움직임을 느끼고 내장의 움직임을 감각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이것을 내부감각이라고 하는데, 내부감각이 선명해질수록 우리는 비인지적 능력을 키워갈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은 고유감각을 6감, 내부감각을 7감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독일 사람들이 많이 하는 아우토겐(auto-gen)은 일종의 바디스캐닝 같은 명상법의 하나로 6, 7감을 키워감과 동시에 심신을 안정화시켜주는데 아주 도움이 된다.
인지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 노력에 노력을 다하는 것보다 리듬감 있게 일상을 영위하며 즐겁게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몸에 힘을 좀 빼고 의지나 결심의 힘도 좀 뺀 상태에서 자신을 믿고 칭찬하며 밝은 기운을 유지하는 것이 비인지 능력과 인지능력을 최적의 상태로 융합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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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명상, 음악 미술을 포함한 예술적 향유, 산책, 취미생활 등을 일상에 균형적으로 배치해야 하는 이유다. 밤에 잠에 들기 전에 이러한 비인지적 감각들을 메모하고 칭찬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일기를 써보자. 시간이 날 때마다 아우토겐 명상을 하고 고유감각과 내부감각 느끼는 시간을 천천히 가져보자. 비인지 능력을 중시하는 일상을 살 때 우리는 우리 안의 잠재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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