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를 계기로 우리나라와 러시아 간 관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과 관련, △대규모 민간인 공격과 △대량 학살 △중대한 전쟁법 위반 등이 자행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히자, 러시아 측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우리 정부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윤 대통령의 이번 인터뷰에선 모종의 기류 변화가 읽힌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평가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대리는 20일 보도된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로이터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매우 긍정적"이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무기 지원에 나서는 상황이 올 경우 러시아 측은 그에 따른 '보복'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론 우리나라에 대한 무역제재, 그리고 중·장기적으론 북한에 대한 최신무기·기술지원과 더불어 북한 비핵화 논의에 대한 '비협조' 기조를 한층 더 노골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 외교부는 윤 대통령의 이번 로이터 인터뷰 보도 뒤 우리 정부를 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떤 무기 제공도 반(反)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에 앞서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윤 대통령 인터뷰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시작한다는 건 이 전쟁에 일정 부분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 또한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 적을 돕고 싶어 하는 새로운 열성 팬이 등장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메드베대프 부의장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자국산 최신무기의 대북 지원 가능성을 공개 거론하기도 했다.
주한러시아대사관 또한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군에 살상무기를 제공할 경우 "지난 30여년간 건설적으로 발전해 온 한러 양국 관계가 훼손될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러시아 측이 이처럼 우리 정부의 대(對)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데는 단기전으로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데 따른 부담도 일정 부분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이 오는 26일 미국을 방문,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 임할 예정이란 점에서 "궁극적으론 미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도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작년 3월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유럽 등 서방국가들의 대러시아 경제·금융제제 동참하자 '비(非)우호국' 지정하며 나름의 맞대응 조치를 취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작년 10월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러관계가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 현실화될 경우 "러시아가 모스크바 내 LG전자,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에 대한 자산동결 등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도 한러 간 교역량이 많진 않지만 전쟁이 끝난 뒤 예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걸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한 무력분쟁이 아니다. 러시아의 불법 무력침공에 의한 것"이라며 "만약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를 지원한다면 분명한 국제법 위반이해당하지만, 우리나라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그러나 러시아 측은 아직 윤 대통령의 이번 인터뷰와 관련해 외교채널을 통해선 공식적인 입장을 전해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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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