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전구체 생산 공장 건립에 나서면서 그동안 국산화가 절실했던 전구체도 이제는 국내 공급망을 통해 조달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에 따라 소재 국산화의 길을 연 셈이다.
17일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새만금국가산업단지(이하 새만금)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번 협약으로 2028년까지 총 1조2천억원을 투자해 새만금산단 6공구에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 연간 10만톤 규모의 전구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지난해 고려아연의 자회사인 켐코와 함께 한국전구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2024년 하반기부터 연 6만톤 이상의 양극재 양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새만금 공장 건립으로 전구체 국산화 쌍끌이 전략이 가능해진 셈이다.
앞서 SK온도 전구체 국산화를 위한 첫 발을 땠다. 에코프로, 중국 거린메이(GEM)와 전구체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를 공동 설립하고 3사는 LG화학과 유사한 수준인 1조2천100억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연간 생산량 약 5만톤 수준의 전구체공장을 연내 착공할 계획이다.
전구체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제작할 때 들어가는 소재다. 양극재 원가를 살펴 보면 전구체 비중이 약 70%를 넘어갈 정도로 비중이 상당하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기존까지 중국에 전구체 수입을 약 90% 의존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구체 공장 설립 배경을 두 가지로 해석한다. 우선 미국의 IRA가 발효되면서 공급망 다변화가 선결과제로 부상한 데다 유럽연합(EU)의 CRMA로 업계는 전구체 개발 역량 강화 숙제도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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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배터리 개발 즉, 하이엔드 배터리 시장 지배력 강화도 숨은 배경으로 꼽힌다. 통상 배터리에 니켈이 많이 함유될수록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전구체 개발부터 니켈 함유를 대거 늘려 하이엔드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삼성SDI는 니켈 함유량을 상당 부분 늘린 젠5(GEN.5) 배터리 판매 호조로 매 분기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윤성훈 중앙대학교 융합공학부 교수는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전구체를 국산화한다는 건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면서 "중국 기업이 내세우는 LFP배터리와 차별화를 위해선 전구체 단계에서부터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한 기술 개발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