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 업계가 지난 1분기 총 10조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17일 온라인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신용 점검 설명회’에서 “지난해 4분기 주요 메모리 반도체 3개사의 합산 영업손실이 약 2조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 업체가 설비를 늘리면서 메모리 반도체가 많이 공급된 게 업황이 나빠진 이유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이번처럼 2년 연속 반도체 실리콘 원판(Wafer) 기준 분기 D램 생산 능력이 100만장 이상 늘어난 사례가 없다”며 “1년 전과 비교한 2021년 낸드플래시 생산 능력 증가폭도 단일연도 기준으로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그러면서 유동성이 넘치자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소비 심리가 금세 쪼그라졌다.
김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빠르게 증가한 수요에 대응하고자 증설로 생산 능력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며 “설비에 투자해 공급 능력을 확대하면서 고정비가 빠르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높아진 고정비를 흡수할 정도로 수요가 성숙되기 전까지 단기 수요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수익성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수요를 잘못 예측해 기회비용이 늘어난 만큼 재무 완충력과 투자 계획 변화를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반도체지원법에 대해서는 “기술과 영업 기밀이 새어나갈 수 있다”며 “보조금 실효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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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구원은 “중국에 사업장을 둔 국내 메모리 반도체 회사가 느끼는 위협이 높은 수준”이라며 예상보다 강한 규제로 생산 기반을 조정하려는 대응이 빨라지는 만큼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 투자에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으면 10년 동안 중국·북한·이란·러시아 같은 우려 대상국에서 웨이퍼 생산 능력을 5% 이상 늘릴 수 없다. 또 미국 정부에 가격·수율·생산량 같은 수익성 지표를 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낸드와 D램의 40%를 중국에서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