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로 화장품 분야 ‘고어텍스’ 꿈꿉니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㉓스타스테크 양승찬 대표

중기/스타트업입력 :2023/04/17 10:56

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불가사리로 화장품 분야 ‘고어텍스’ 꿈꿉니다”

불가사리 가운데 아무르불가사리는 ‘바다의 해적’으로 불릴만하다. 무차별적인 포식자로서 어민들이 채집하는 어패류 등 수산자원을 황폐화시키기 때문이다. 아무르불가사리는 우리나라 해역에 서식하는 불가사리 주종 가운데 하나다. 우리 정부는 해마다 아무르불가사리 3~4천 톤을 수거해서 소각 폐기한다. 이때 발생하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소각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탄소가 배출되는 문제도 있다.

스타스테크는 소각 폐기돼야 할 불가사리를 새로운 소재로 전환시켜 판매하는 친환경 스타트업이다. 불가사리는 스타스테크 공장에서 완전히 분해되어 친환경 제설제와 화장품 원료 그리고 액상 복합비료로 재탄생한다. 2018년에 설립된 스타스테크는 매년 급성장하며 4년 만에 매출이 250억 원에 이르렀다.

양승찬 스타스테크 대표

양승찬 스타스테크 대표는 “이 사업 아이디어는 고등학교 때 잉태돼 대학과 군대 생활 중에 무르익었고 제대하자마자 창업을 했다”며 “지금은 제설제 매출이 가장 많지만 화장품 시장에서 패션 시장의 ‘고어텍스’처럼 되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케미칼 사업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불가사리를 세 가지로 분해하다

불가사리는 뼛조각과 나머지(폐액)로 분해된다. 뼛조각은 다시 다공성 구조체와 그 근처에 묻어있는 콜라겐 성분으로 나뉜다. 일차적으로 추출하는 것은 뼛조각의 다공성 구조체. 다공성 구조체는 작은 구멍이 많이 있는 물질을 말한다. 불가사리 뼈 구조가 그렇다고 보면 된다. 이 물질이 제설제 재료가 된다.

콜라겐은 단백질 일종으로 화장품 원료로 많이 쓰인다. 콜라겐은 닭발, 도가니, 돼지껍질, 족발 등에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뼛조각을 추출한 뒤 남은 폐액은 비료가 된다.

■왜 불가사리 친환경 제설제인가

제설제로 흔히 쓰이는 것은 염화칼슘(CaCl2)이나 염화나트륨(NaCl)이다. 이것들의 문제는 부식(腐蝕)이다. 도로 주변 철로 된 시설이나 콘크리트 심지어는 자동차에도 영향을 준다. 제설 비용보다 부식 피해가 더 클 정도.

제설 장면과 주요 제설제

이런 문제 때문에 염화물계 물질에 부식방지제를 첨가한 친환경 제설제가 나와 있긴 하다. 하지만 부식은 약간 줄인 대신 가격이 비싸고 눈이나 얼음을 제거하는 융빙(融氷) 성능이 떨어진다고 양 대표는 판단하고 있다.

이를 보완한 것이 스타스테크가 불가사리 뼛조각으로 만든 제설제(ECO-ST).

“우리 해법은 다공성 구조체인 불가사리 추출 성분과 융빙성능확산제를 기존 염화물 및 부식방지제와 특수혼합(코팅)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불가사리 추출 성분이 염화이온은 흡착하고 부식방지제와는 상호작용해 부식억제력이 기존 제품에 비해 29배 늘어난 것으로 나왔습니다. 고가 부식방지제를 덜 쓰니 제조원가는 기존 대비 20% 낮아지고 융빙성능도 염화나트륨보다 166% 높은 것으로 나타났죠.”

이 제품은 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판매된다.

불가사리 다공성 구조체를 활용한 스타스테크 제설제 개념도

양 대표는 “국내 시장 규모는 1천억원 수준이며 스타스테크가 점유율 1위”라며 “캐나다 일본 등 해외에도 수출한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의 ‘고어텍스’가 되겠다”

콜라겐은 단백질 일종인데 피부를 위한 화장품 원료로도 쓰인다. 하지만 기존 콜라겐은 두 가지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콜라겐이 진피(피부 가운데서 표피와 피하조직 사이)까지 도달해야 하지만 단백질 일종인 콜라겐 그 자체는 겉피부에 발라도 진피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점이 첫 번째다. 또 콜라겐은 대부분 돼지나 소에서 추출하는데 그럴 경우 할랄(halal) 시장에선 쓰이기 어렵다. 스타스테크 콜라겐은 이 문제 해결에 주안점을 뒀다. 불가사리로 할랄 문제를 해결하고 탄성 에토좀(TDS)으로 진피 도달을 해결한 것.

TDS는 transdermal delivery system의 약어로 경피전달체계로 번역된다. 주로 화장품에서 피부 속까지 물질을 전달하는 체계를 가리킨다. 스타스테크는 콜라겐을 진피까지 전달할 수 있는 운반체를 개발해낸 것. 진피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콜라겐을 TDS에 삽입해 진피까지 들어가도록 구현해냈다는 거다.

불가사리 콜라겐을 TDS로 진피까지 전달하게 해주는 스타스테크의 '페넬라겐' 개념도

불가사리 콜라겐을 TDS에 삽입한 것을 이 회사는 ‘페넬라겐(Penellagen)’이라 부른다.

“페넬라겐은 진피까지 도달하는 콜라겐이라는 뜻이에요. 우리가 만든 용어죠. 스타스테크는 페넬라겐을 활용해 LABOPE와 RERAVE 같은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이긴 했지만, 그보다 화장품 브랜드에 이를 공급하는 데 더 주력하려 합니다. 또 원료를 판매하는 방식보다는 원료를 공급하되 매출 대비 로열티를 받고자 해요. 패션업계의 ‘고어텍스’처럼 말이죠. 그게 더 지속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고어텍스라는 브랜드가 방수(防水)와 땀 배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함으로써 기능성 패션 제품을 위한 재료의 대명사가 되었듯이, 페넬라겐을 진피까지 도달하는 콜라겐 화장품의 대명사로 키워내겠다는 포부인 셈이다.

■“불가사리 폐액은 비료가 되지요”

불가사리 뼈가 제설제로 바뀌고 뼈에 붙은 콜라겐이 화장품 재료가 된 뒤 남은 부산물(폐액)은 비료가 된다. 그 이름은 ‘불쑥이’. 스타스테크가 불쑥이를 만든 까닭은 가축분뇨를 사용하지 않는 액상 비료가 필요해진 데다, 불가사리로 오직 비료만 만드는 기존 방식으로는 생산성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불가사리를 제설제와 화장품 원료로 쓰기 위해 분해하면 자연스럽게 폐액이 나오거든요. 이를 버릴 필요 없이 기존 액비와 혼합하면 합성비료가 되죠. 기존보다 공정이 단축되고 원가도 낮출 수 있게 되는 셈이죠.”

스타스테크의 불가사리 복합비료 '불쑥이' 브랜드

한편 스타스테크는 이들 3개 제품군 외에 폐인산(혼산)을 활용한 재생인산 등 다양한 친환경 케미컬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결핍’이 창업의 길에 나서게 했네요”

양승찬 대표는 경기과학영재학교를 나왔다. 공부로 치면 남에게 뒤지지 않을 실력이었겠다. 하지만 그곳에선 역부족을 느꼈다. 그 학교 수학 1등이 세계 1등이고 그 학교 물리 1등이 세계 1등이었기 때문이다. 특정 영역에선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존재를 만났던 셈. 그 느낌을 그는 ‘결핍’이라 말했다.

그로서는 그들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 길을 찾아야 했다. 그는 스스로 기획하는 능력과 말로 설득하는 능력이 그들에 비해 나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찾은 길이 ‘사업’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창업을 생각했던 것.

스타스테크 공장 이미지

“고등학교 때는 정규 과목 교과를 다 배우기보다 수학과 과학에 집중하고 연구개발(R&D)을 많이 했어요. 대학과 연계된 프로그램도 많았죠. 그때 초보적이긴 하지만 ‘다공성 구조체’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대학(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에 다닐 때 은사께서 창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 손들라기에 바로 나섰어요. 그 일을 계기로 교수님을 통해 대기업 전문경영인과 벤처 창업 선배를 많이 만났었죠.”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갔지만 창업에 대한 생각은 잊히지 않았다. 당시 ‘군창업경진대회’라는 게 있었고 상병시절에 동료를 설득해 참가하게 됐다. 그때 내놓은 아이템이 불가사리 다공성 구조체 성질을 이용한 친환경 제설제. 좋은 성적을 얻었고 제대하자마자 그 아이템으로 군대 동료들과 함께 스타스테크를 만들었다. 창업 이후에도 대학 은사와 알고지낸 벤처기업가들이 좋은 멘토가 돼주었다.

■글로벌 친환경 케미컬 개발 제조업체를 향하여

스타스테크는 2018년 창업이후 첫해 매출이 10억 원에서 35억 원, 100억 원, 175억 원, 250억 원으로 매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직원도 40여명으로 늘어났으며 신사업 안정화에 따라 계속 확충할 계획이다.

“어렸을 때부터 창업을 꿈꿨고, 특히 리스크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대학 은사님과 창업하신 선배님들을 만나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하면서 리스크 해소에 관한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업에 나설 때 금전, 시간, 커리어 등 크게 3가지 리스크 요소가 있을 수 있는데, 따져보니 제 경우에는 기우였던 것 같아요. 오히려 사업을 함으로써 그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는 쪽으로 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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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 ‘경제적 자유’와 ‘역량적 자유’를 획득하고 싶다고 했다. 사업을 하고 싶었던 이유가 곧 그거다. 그런 그가 우선 오르고 싶은 고지는 ‘글로벌 친환경 케미컬 회사’다.

덧붙이는 말씀: 양승찬 스타스테크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소개한 사람은 친환경 테이프 제작업체인 MGK의 황용민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