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관 안 삼킨다···의료 마이크로로봇 기술 나온다

보건복지부 '마이크로의료로봇 실용화 공통기반 기술개발센터' 사업 주요 성과 공개

과학입력 :2023/04/16 12:00    수정: 2023/04/17 08:49

내시경 관을 목구멍으로 밀어넣을 필요 없이, 캡슐형 내시경을 삼키면 외부에서 조종해 원하는 위치로 옮기고 미생물을 채취해 장 건강을 확인한다. 자기장으로 마이크로로봇을 움직여 암 부위에 정확하게 치료제를 뿌린다.

보건복지부 '마이크로의료로봇 실용화 공통기반 기술개발센터' 사업의 주요 성과다. 2019년부터 4년 간 219억원이 투입됐으며,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등 15개 연구소와 기업, 병원 등이 참여했다. 

마이크로로봇을 구동 및 제어하고 진단과 치료를 수행하며, 약물을 전달하거나 내부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기술 등 의료용 마이크로로봇 상용화에 필요한 플랫폼 기술을 종합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사업이다. 공통기반 모듈 기술 20종과 고형암·순환기·소화기 대상 3종의 마이크로의료로봇 통합시스템을 개발했다.

질환별 최적 마이크로의료로봇 통합시스템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KIMIRo)과 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로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지원사업 성과교류회에서 박종오 KIMIRo 원장은 "침습을 최소화한 상태로 몸 안에 넣어 자유롭게 제어하며 진단, 치료, 약물 전달을 하는 마이크로로봇은 의료기기의 궁극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개발된 초음파 구동모듈은 향후 자기장 방식을 대체할 차세대 마이크로로봇 제어 기술로 꼽힌다. 현재 의료용 마이크로로봇은 외부에서 자기장을 가해 조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자기장 방식은 생체 적합성이 높고 로봇 제어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지만, 장비가 크고 전력을 많이 쓴다는 단점이 있다. 또 자성재료를 써야 해 소재 선택에 제약이 있다.

반면 초음파를 쓰면 비자성재질 로봇도 구동할 수 있고, 장비도 소형경량화할 수 있다. 강병전 KIMIRo 랩장 겸 전남대 교수는 마이크로의료로봇을 다양한 방향으로 제어할 수 있는 초음파 트랜스듀서를 개발했다. 강 랩장은 "몸 속 결석을 없앨 때엔 초음파를 한곳에 집중해 강한 에너지를 가하는데, 이번에 개발한 제어 기술은 시차를 두고 여러 곳에 초음파를 가해 위상을 바꿈으로써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의료로봇 제어를 위한 초음파 구동모듈 (자료=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캡슐 내시경은 가늘고 길어 일반 내시경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소장에 들어가 미생물을 채취할 수 있다. 기존 캡슐 내시경은 제어가 불가능하고, 내시경이 연동 운동에 따라 흘러가며 찍는 영상만 볼 수밖에 없다. 반면 이번에 개발된 캡슐 내시경은 자기장으로 제어해 원하는 위치로 이동하고, 한번에 6종의 샘플을 얻을 수 있다.

연구진은 이같은 요소 기술을 바탕으로 암이나 소화기순환기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 시작품도 개발했다.

자기장으로 제어하는 캡슐 내시경에 미생물 채취 진단 장치, 실시간 위치인식 기능, 장내 상태 시각화 장치 등을 통합해 쉽게 환자를 진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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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마이크로로봇을 정밀하게 움직여 간 종양 부위에 선책적으로 약물을 방출하는 간 수술 시스템을 개발했다. 현재 간동맥화학색전술은 종양 근처 혈관에 색전물질을 주입, 혈류를 막아 종양을 고사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색전물질 전달 효율이 낮고 카테터를 넣을 떄 혈관이 다치거나 감염될 위험이 있다. 고난도 수술을 의료진의 의술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은 체내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며 마이크로로봇을 제어해 약물을 정확한 위치에 방출할 수 있게 한다.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느리게 뛰는 서맥성 부정맥을 치료하기 위한 무선 심박동조율기를 심장에 자동 삽입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박종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장(왼쪽)과 유용하 한국과학기자협회장이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업무 협력 협약을 맺었다. (사진=한국과학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