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구글의 앱마켓 시장 내 반경쟁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421억 원을 부과했다. 게임업계는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점유율을 바탕으로 국내 게임산업을 압박하던 구글 영향력에서 벗어나 다양한 행보를 펼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공정위는 구글 엘엘씨, 구글 코리아, 구글 아시아 퍼시픽을 대상으로 모바일게임사에 경쟁 앱마켓 게임 미출시를 조건으로 앱마켓 피처링, 해외진출 지원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할 것을 명령했다.
구글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4월까지 상술한 행위를 바탕으로 중소게임사는 물론 국내 주요게임사에게 타사 앱마켓 출시를 제약한 바 있다.
게임업계는 공정위의 이번 조치를 반기는 모습이다. 특히 구글플레이 스토어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반응이다.
한 모바일게임 퍼블리셔 관계자는 "구글이 구글플레이 스토어 단독 입점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업계 전반에 퍼져있던 이야기다. 때문에 원스토어 입점을 후순위로 둘 수 밖에 없던 게임사도 적지 않았다"라며 "게임사 규모를 가리지 않고 좀 더 다양한 게임 출시 경로를 고려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3자 앱마켓에 대한 구글의 불공정 경쟁 행위를 지목한 것이기는 하지만 구글이 향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강요에 가까운 일방적인 압박을 하지 못 하게 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로 인해 가장 기대되는 파급효과는 게임사의 자체 결제 도입이다. 앱 콘텐츠 결제 방식에 대해 앱 개발사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기통신사업자법 개정안이 개정됐음에도 많은 게임사가 구글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다.
실제로 PC 버전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적용했지만 유독 같은 게임의 모바일 버전에는 인앱 결제 시스템만 적용하는 게임이 대다수였다는 점이 이런 게임업계의 분위기를 증명한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이번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조치로 앱 마켓 시장에 여러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변화가 즉각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여전히 지배적인 입지를 지닌 구글플레이 스토어이기에 향후 구글의 입장 변화, 원스토어 점유율 변화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공정위로부터 구글의 반경쟁행위 직접 피해자로 지목된 원스토어도 이번 공정위 조치를 반기고 나섰다.
원스토어 관계자는 "오랜 기간 게임사를 대상으로 행해진 불공정 행위에 합당한 제재가 내려졌다"라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원스토어의 저렴한 수수료와 다양한 프로모션 혜택에도 불구하고 입점을 주저했던 개발사의 원스토어 입점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독점 행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경쟁이다"라며 "국내 앱마켓과 플랫폼 시장에 올바른 시장 환경이 조성되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게임사의 원스토어 입점을 막기 위해 여러 형태로 게임사를 압박했다. 또한 이런 전략으로 인해 원스토어는 신규 게임 확보가 어려워지며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공정위가 공개한 구글 내부 문서에는 원스토어를 견제하기 위한 구글의 불공정 경쟁 정황이 드러났다.
2016년 6월 문서에는 원스토어를 의미하는 제3자 앱마켓이 공격적으로 영업 중이라며 상위 3사 게임을 독점 확보하는 것을 당해 4분기 성과목표로 삼았다.
또한 2017년 2월 문서에는 모든 신규 앱과 게임을 구글에 선출시 하도록 할 것을 목표로 계속해서 주요 상위 게임을 구글 독점출시로 확보하고 원스토어와 가까운 중국 게임사에도 접근해 구글에 선출시 하도록 할 것을 언급했다. 실제로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는 2017년 1분기 중 10개의 중국 게임이 스토어 1면에 노출됐다.
이와 함께 2017년 6월에는 해외 진출을 원하는 한국 게임사가 구글과 관계 떄문에 원스토어를 멀리하고 있다고 상황을 진단하고 중요 게임을 계속해서 구글 독점 출시로 확보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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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구글플레이 독점 출시를 요구하고 원스토어에 출시된 게임들도 마켓에서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구글 내부 이메일도 공개됐다.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게임사를 대상으로 원스토어 출시를 염두에 두지 못 하도록 한 셈이다.
실제로 이 기간 구글이 중점 관리대상으로 삼은 P0 게임인 리니지 레볼루션2, 리니지M, 메이플스토리M, 뮤오리진2 등 주요 게임은 원스토어로 출시가 철저히 차단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