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세부지침에서 일본에 핵심광물 조달국 지위를 부여하면서 이번 조치가 국내 기업에만 유리한 상황이라고 단언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일본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임에도 수혜를 받은 가운데 한일 배터리 기업간 경쟁이 심화될 공산이 커졌다.
당초 미 재무부는 지난해 IRA 입법 당시 미국 혹은 자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중점을 뒀지만 세부조항이 발표되자 상황이 반전됐다.
2025년까지라는 단서가 달렸지만 핵심광물 추출, 가공 중 한 가지 과정을 미국 혹은 미 FTA 체결국에서 생산하면 세액공제를 인정 해주겠다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의 비우호국인 중국에서 핵심광물을 조달 받아도 가공 기준만 만족하면 돼 한시름을 놓게 된 상황이다.
미묘한 건 미국 정부가 이번 세부조항 발표에서 일본에게도 자국 시장의 문호를 열었다는 점이다. 양국은 IRA 세부조항 발표를 며칠 앞 둔 지난달 29일 미-일 핵심 광물 협정을 맺으며 FTA 미체결국인 일본에게도 기체결국과 사실상 동일한 자격을 부여했다.
애초 일본이 배제될 것으로 예상했던 국내 기업으로서는 뜻하지 못한 암초를 만난 것. 이번 세부조항 발표로 인해 일본의 파나소닉과 같은 기업도 핵심광물 가공과 추출 모두 자국에서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를 두고 신경전도 벌이고 있다. 양사는 4680(지름 46mm·높이 80mm)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 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특히 현재 테슬라의 경우 미주 지역에서는 파나소닉에게만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이번 세부조항은 뼈 아프게 다가온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변칙적인 방법으로 발현됐다는 지적과
단기적으로 큰 리스크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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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황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최근 분위기를 비춰 볼 때 일본이 미국과 FTA 체결국이 아님에도 IRA 수혜국으로 들어갈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면서 "미 정부 입장에서도 한일 기업을 경쟁구도로 두는 게 자국의 이익에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성훈 중앙대학교 융합공학부 교수는 "일본의 파나소닉의 경우 원통형 배터리에 있어서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파우치나, 각형배터리에서는 특별한 기술력이 없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쉽게 예단하기 어렵지만, 단기적으로는 국내 기업에 리스크가 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