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가짜뉴스'를 언급하고 나서 포털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선거철을 앞두고 플랫폼, 특히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공격이 반복되고 있어 "만만한 게 자국 기업"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 내 플랫폼 길들이기 기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업계와 전문가들의 우려 깊은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기업 사업성이 침해되는 것을 지양해야 하고, 자율적인 관점에서 뉴스 공급 체계를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자율 규제 기조 무색…모든 게 '뉴스 탓'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본회의 제1세션 모두 연설에서 "온라인을 타고 전방위로 확산하는 가짜뉴스는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잘못된 허위 정보와 선동은 국민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시스템을 와해시킨다"며 자유민주주의는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의 지배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짜뉴스와 선거를 공개적으로 연결 짓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 또한 지난 달 28일 네이버에 "간이 단단히 부었다". "오만한 작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사무총장은 네이버가 마이카 서비스에서 광고성 정보를 노출했고, 스마트스토어에 가짜 후기가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인데, 결론은 '뉴스탓'으로 귀결됐다.
이 사무총장은 "(마이카 논란 등이) 전국이 뒤집어지고도 남을 일인데 의외로 많은 국민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이게 모두 네이버가 뉴스를 장악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네이버가 편향된 뉴스를 제공해 발생된 문제라는 뜻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은 네이버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것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국회 과방위 차원의 혹독한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미디어국은 성명을 내고 네이버가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했다. 미디어국은 "이 사무총장이 네이버를 질탄하자, 네이버를 두둔하고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보도가 나왔다"며 네이버가 여론 조작을 하고 있는 것처럼 언급했다. 여당 편을 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일부 언론을 비난한 것이다.
한 미디어 전문가는 "포털은 언론사들에게 자율권을 주고 독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이를 인지하기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국회에서는 당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 이런 행보를 반복해서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가 정책 기조를 자율 규제로 정했지만, 최근 발언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플랫폼 길들이기에 나섰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우려했다.
선거철 정치권에서 네이버, 카카오를 압박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이 뉴스 댓글 조작을 문제 삼으며 네이버 본사 항의방문이 이뤄졌고,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던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현 성남시장)이 아웃링크(언론사 홈페이지로 직접 연결)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네이버나 다음 뉴스에서 익명으로 댓글을 작성해 여론몰이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자, 포털이 기사 제공 또는 매개할 경우,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댓글창을 별도로 운영하지 못하도록 한 것.
아울러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도 포털 랭킹뉴스를 폐지하는 법안을, 신용현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공감순으로 뉴스 댓글을 노출하지 않고, 최신순이나 무작위 운영을 골자로 한 ‘댓글차별금지법’을 각각 발의했다.
2020년 21대 총선 전엔 중국이 조선족을 통해 포털 댓글을 조작해 여론을 점령한다는 주장이 온라인상 퍼지면서,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은 이른바 ‘차이나게이트 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네이버, 다음 뉴스에 댓글을 쓴 이용자 접속 장소를 기준으로, 국적 또는 국가명을 표시하도록 한 것.
뉴스서비스 공정성 위해 법적기구 설치도…전문가 "표현의 자유 중요시 해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에선 지난해 5월 ‘포털뉴스 신뢰·투명성 제고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는 네이버, 카카오(다음) 등 포털 중심 뉴스 생태계가 공정하게 조성되도록 미디어 플랫폼 신뢰성과 투명성 강화 방안을 논의해왔다.
올 초 방통위에선 네이버, 다음 포털에 게재되는 기사 기준을 검증하는 알고리즘투명성위원회를 법적 기구화한다고 표명하기도 했다. 포털 뉴스와 동영상 추천 알고리즘 투명화를 위해 기사 배열과 노출 기준을 검증하는 알고리즘투명성위원회를 법적기구로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단 방침이다.
네이버, 다음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위해 설치·구성 요건, 역할 등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방통위는 이를 위해 연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는 공동으로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 시범 운영 중인 플랫폼 자율규제기구 설립·지원 근거도 준비할 예정이다.
이같은 정치권과 정부의 행보가 선거때마다 계속돼왔기 때문에 새롭지는 않지만, 표현의 자유를 해치거나 기업의 성장을 방해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런 추세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간 여야별 의견에 따라 불리한 보도를 반려하는 등 지속해서 각자 목소리를 이어가는 기조가 계속됐을 뿐”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해야 하는데, 이 역시도 언론이 견지해야 할 부분"이라고 역설했다. 정치권이 여야 관점에서 포털에 노출되는 뉴스를 문제시한다기보다, 사실 보도에 입각한 언론 보도 방향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 교수는 "여야 간 서로 윽박지르는 게 아니라, 상호 존중하고 양측 목소리를 절충하는 입장에서 (플랫폼 규제에 대한)해결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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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플랫폼 때려잡기’ 현상에 대해 재점검 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와 정부에서 플랫폼에 대해 물리적인 제재를 가하는 게 아닌, 불합리한 부분을 조정할 수 있는 체계로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포털 뉴스를 놓고, 정치권에서 확대해석하려는 경향이 만연하다”며 "초당적으로 자율적인 관점에서 (뉴스를)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포털 뉴스 보도를 놓고) 공정성 시비에 대해선 매년 나왔던 얘기”라며 “정치가 곁들어져 기업의 사업 추진에 있어, 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