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어떡하지"…지하철 혼잡 시 무정차 대책에 직장인들 '근심'

정부, 지하철 혼잡 시 무정차 의무 검토

생활입력 :2023/04/03 13:21

온라인이슈팀

정부가 지하철 밀집도가 심할 경우 무정차 통과 여부를 검토하도록 메뉴얼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출퇴근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이용객이 많은 역이나 환승역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은 목적지에서 승·하차하지 못할 경우 출퇴근 시간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대중교통수단 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틀째인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 내에서 승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3.03.21. xconfind@newsis.com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인파 집중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을 개정하겠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역사 및 열차 혼잡도를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혼잡도가 '혼잡'~'심각' 단계일 경우 철도 운영기관이 무정차 통과 여부를 필수적으로 검토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열차 내에 이미 많은 승객이 타고 있을 경우, 다음 역사 혼잡도가 높다면 무정차 통과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역사 혼잡도는 승강장·계단 등에서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인원 대비 이용객 수로 판단한다. ▲보통(130%) ▲주의(130~150%) ▲혼잡(150~170%) ▲심각(170%)로 구분된다.

서울 지하철 4·7·9호선의 경우 사람이 가장 붐비는 시간대인 오전 8시에서 8시30분 사이 평균 혼잡도가 150%를 웃돈다.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리서치 전문 기업 리얼리서치코리아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자체 패널 5000명을 대상으로 '지하철 혼잡도에 따른 열차 무정차 통과 대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6.2%의 응답자가 반대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리얼리서치코리아) 2023.04.03.

직장인들 사이에선 오히려 출퇴근길 지하철 이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도림역, 잠실역, 고속터미널역 등 환승역이나 회사가 몰려 있는 역의 경우 이용객이 몰리기 마련인데, 열차가 서지 않고 지나간다면 역사 내 혼잡도는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열차 내 승객은 목적지와 다른 곳에서 내리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리서치 전문 기업인 '리얼리서치코리아'가 이날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지하철 혼잡 시 무정차 통과 대책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6.2%로, 찬성한다는 응답(18.6%)의 두 배를 웃돌았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원하는 역에서 내리지 못하게 되는 문제'(63.1%)였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자체 패널 5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출근 시 신도림역에서 환승한다는 직장인 허모(29)씨는 "사람이 정말 많은 역 중 하나가 신도림역이다. 무정차 조치가 이뤄진다면 그 많은 사람들이 지각의 위험을 안은 채 혼잡도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조모(30)씨는 잠실역을 거쳐 삼성역으로 출근한다. 그는 "안전을 위한 조치인 것은 알겠으나, 출퇴근 시 불안함이 커질 것 같다"며 "혼잡도를 미리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집이나 직장으로 가기 위한 환승역에서 승차나 하차하지 못해 뜻밖의 여정을 떠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하철의 가장 큰 장점은 운행 시간이 정확하다는 건데, 그 장점을 훼손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출퇴근 시간대 인구 밀집 해결을 위해선 증차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씨는 "정책의 취지는 알겠으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출퇴근 시간에 열차 운행 대수를 탄력적으로 늘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왕십리역에서 수서역으로 출퇴근한다는 이모(31)씨도 "출근 시간대에 인구 밀집이 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인데, 무정차 조치는 역에 머무르는 사람을 분산하기에 좋은 조치는 아닌 것 같다"며 "운행 대수를 늘리거나 급행·완행 열차로 나눠서 운영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무정차 통과 등 조치는 확정된 내용이 아닌 연구 중인 사항"이라며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가 심각 단계일 경우 무조건 무정차 통과를 하는 것은 아니고, 검토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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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출퇴근 시간대에는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안전사고 취약점을 도출 및 개선하는 방향으로 안전관리 강화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