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직무대행 KT, 이사회도 대행 체제

사외이사 1명만 남아...정기 주총 안건 상당수 폐기

방송/통신입력 :2023/03/31 10:46    수정: 2023/04/01 07:25

박수형, 윤상은 기자

KT가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하고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한 데 이어 이사회마저 대행 체제로 운영하게 됐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과 여은정, 표현명 사외이사는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1년 재선임 안건 후보에서 사퇴했다.

이에 따라 이날 주총에서는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이어 대표 내정자가 추천한 사내이사 선임,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모두 폐기된 체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이사 보수한도 등의 안건만 다뤄졌다.

주총은 구현모 대표의 사퇴에 따라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은 박종욱 사장의 주재로 진행됐다.

박종욱 KT 대표이사 직무대행

대표이사 이어 이사회도 공석 사태

지난해 말부터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아온 KT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 의사를 비롯해 여당과 대통령실 등 정치권의 압력에 혼란을 겪었다.

이사회가 구현모 사장을 주총에 차기 대표 후보자로 추천키로 하자 국민연금이 곧장 보도자료를 내고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을 냈고, 대표 공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됐다. 이후 재공모 절차를 밟아 윤경림 사장이 대표 후보자로 추천되는 과정에서는 여당과 대통령실이 이권 카르텔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 과정에서 윤경림 사장이 더는 버틸 수 없다면서 대표 후보 사의를 표하고 김대유, 유희열 사외이사마저 사임했다. 앞서 이강철, 벤자민 홍 사외이사의 자진 사임에 따라 이사회에는 김용헌 사외이사 1명과 재선임 예정이던 사외이사 3인만 남는 상황이 됐다.

그런 가운데 재선임 안건에 오른 사외이사 3인이 모두 주총 직전 후보 사퇴를 결정하면서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 공모 절차 이전에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8명의 총 10명으로 구성된 구조에서 김용헌 이사 1명만 남게 됐다.

공석 이사회 문제는 어떻게 해소하나

상법 제383조에 따르면 KT 규모의 회사는 최소 3명의 이사를 둬야 한다. 이사회의 의결 과정에 3분의 2 이상의 뜻을 모으는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법 취지를 따르는 것으로, 현재 KT와 같이 1명만 남은 이사회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다만, 같은 법 제386조에 따르면 임기 만료 또는 사임으로 퇴임한 이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를 갖게 된다. 즉 임기가 만료되면서 재선임 후보마저 사퇴한 강충구, 여은정, 표현명 사외이사는 이날 주총 이후에도 사외이사 직무를 맡아야 한다는 뜻이다.

KT 이사회는 내부 위원회를 둘 수 있다. 이사회 산하 위원회 가운데 지배구조위원회는 회사 정관에 따라 사외이사 4인과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될 수 있다. 또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 3인 이상으로 구성해야 한다.

회사 정관의 이 같은 조항을 고려하면 최소 3인의 사외이사를 먼저 신규 선임하는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신규 사외이사 선임은 이사회 산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논의를 거쳐야 한다. 다만 임기가 만료된 이사들이 새로운 이사를 추천하는 것보다 KT 안팎에서는 국민연금이나 현대차그룹 등 주요 주주의 의견을 수용하는 형식을 취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총 전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의견을 모았고, 현대차그룹도 내부적으로 사외이사 재선임 반대 의견을 결정하는 이유로 주요 주주의 의견을 배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이사회 구성 논의에는 주주 의견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란 설명이다.

아울러 KT 임직원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경영 공백이란 초유의 상황에서 비상경영위원회에 적극 참여하고 경영감시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만큼 주요 주주는 노동조합의 의견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이사 선임 논의는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KT는 한국과 미국에 동시 상장된 회사로 주총 소집과 개최에 적어도 3주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영 공백 최소화를 위해 신규 이사 선임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액주주 성토 이어진 KT 주주총회

이사회 재구성과 대표이사 3차 재공모를 진행해야 하는 KT로서는 이날 정기 주주총회보다 향후 이사회 선임과 대표 선임 등을 다루는 임시 주총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약 45분 동안 진행된 정기 주총에서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5조6천500억원, 영업이익 1조6천901억원의 재무제표 승인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4월27일 주당 1천960원의 배당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또 정관을 일부 변경하는 안건이 승인되면서 렌탈 사업을 위한 시설대여업이 사업목적에 추가됐고, 주주 소통 강화를 위해 자기주식에 대한 보고 의무를 신설하고 자기주식을 활용한 상호주 취득 시 주총 승인 의무가 신설됐다. 이밖에 이사 보수한도와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등의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했지만, 주총장 안에서는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또 주총 시작에 앞서 KT우면연구센터 앞에서는 KT전국민주동지회가 집회를 열고 경영진을 비판했다.

KT 소액주주 모임 카페 운영을 맡고 있다고 밝힌 주주는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해 KB국민은행 등 타사의 모범사례를 확인해 정관을 변경해달라”며 “비전문가인 정치인이 KT 요직에 오는 것을 방지하도록 정관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현대자동차는 KT와 지분을 상호 교환한 것인데 마치 2대 주주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총을 주재한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이에 대해 “비상경영 체제에서 뉴거버넌스TF를 만들었으니 주주 의견으로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주주는 “KT 대표이사로 범죄 경력이 없고, 통신 전문가이며, 통신의 공공성과 노동 인권 감수성이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말했다.

KT 소액주주 카페 모임장이 주총이 끝난 뒤에 기자들과 만나 발언을 이어갔다.

주총이 끝난 후에도 주주들의 강경 발언은 끊이지 않았다.

주총장 입구에 모여든 취재진을 향해 소액주주들은 “대표 후보가 줄줄이 사퇴해 비상 경영 체제에 이르고,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는 상황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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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들을 향해 “결국 원하는 것은 배당금 아니냐”며 KT전국민주동지회에서 소리를 지르는 상황이 연출됐고, “언론 인터뷰를 방해하지 말라”는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KT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은 박종욱 사장은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이와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