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환수를 하다 보면 급하게 돈이 필요하거나 정부 예산으로 처리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러면 우리에게 SOS가 오는데, 이럴 때는 최대한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진행해 결과를 알려준다. 국외 문화재 환수 담당자들에게 우리는 믿을 만하고 빠르게 열리는 돈주머니 같은 존재인 셈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라이엇게임즈는 문화재 환수를 위한 A급 '서포터'라 볼 수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글로벌 인기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개발한 것으로 잘 알려진 게임사다. 라이엇게임즈는 미국, 유럽, 중국, 한국 등 다양한 지역에 지사를 두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각 지역 지사에 맞는 사회환원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국 지사인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국내 문화재 보호를 위해 오랜 시간 힘쓰고 있다.
통상적으로 국내 100대 기업의 사회 공헌 평균 지속시간은 약 8년이 채 되지 않는다. 라이엇 게임즈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국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그동안 대형불화 '석가삼존도'를 시작으로 왕실 유물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항일의병장의 문화유물 '척암선생문집 책판', 왕실유물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왕실유물 '중화궁인', 조선시대 유물 '보록' 등 6점의 문화재 환수를 지원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22일 삼성동에 위치한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사무실에서 구기향 사회환원사업총괄을 만나 11년 간의 문화재 지킴이 행보와 그동안의 소회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구기향 총괄은 라이엇게임즈 문화재 보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이다.
구기향 총괄은 라이엇게임즈가 처음으로 문화재 보호 사업을 시작한 2012년을 회상하면서 "당시에는 일부 이용자를 제외하면 라이엇게임즈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고 말했다.
구기향 총괄은 "처음 문화재청에 문화재 보호를 위한 지원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게임사가 왜 문화재 보호에 관심을 가지는지, 그것도 국내도 아닌 해외 게임사가 이렇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몇 번을 연락드리니 문화재청 담당자 분과 미팅을 하게 됐는데, 당시 문화재청은 젊은 층에게 어떻게 우리 문화재의 소중함을 전할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구기향 총괄은 라이엇게임즈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 문화재청 담당자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는 "라이엇게임즈는 '놀이 문화'인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기업으로서 우리 문화의 뿌리인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러한 취지를 설명하면서, 라이엇게임즈가 젊은 이용자들과 문화재를 이어주는 창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구기향 총괄의 말대로 LoL 이용자들은 라이엇게임즈의 지원으로 문화재가 국내로 돌아왔다는 소식에 자신들도 힘을 보탰다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라이엇게임즈는 LoL 한국 이용자에 대한 감사 이벤트로 '신바람 탈 샤코의 선물'을 진행했다. 대표적인 한국 스킨으로 꼽히는 '신바람 탈 샤코'가 라이엇게임즈 한국 문화유산 보호 활동에 동참한 이용자에게 맞춤 선물을 나눠주는 형태다. 구기향 총괄에 따르면 해당 이벤트에는 30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참여했을 정도로 성황리 마무리됐다.
구기향 총괄은 "이용자들도 문화재 보호에 자신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응원한다. 문화재 환수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포털 사이트 기사에 댓글을 달며 자부심을 표출하는 이용자도 많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 모두가 서로 문화재 보호를 즐겁게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청소년 및 이용자를 대상으로 문화재 교육도 라이엇게임즈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이용자 참여 교육은 잠정 중단됐지만, 올해부터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면서 해당 프로그램도 재개됐다.
지난 25일 성황리 마무리된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는 2019년까지 이어진 '소환사 문화재지킴이 탐방'을 확대 및 개편한 프로그램이다. 올해 총 16회, 전체 400명이 참가할 수 있도록 준비됐다. 앞서 지난달 말부터 이달 9일까지 2주간 진행한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 1회차 모집에는 총 600명에 이르는 신청자가 몰려 2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구기향 총괄은 "토요일 오전 시간대는 통상적으로 게이머들에게는 단잠을 자고 있을 때"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용자들이 티모원정대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리고 행사에 참여한 분들이 프로그램을 함께 체험하면서 친해지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는 앞으로 월 2회 간격으로 오는 12월까지 계속된다. 혹서기인 오는 8월에는 안전을 위해 원정대 활동을 쉬어간다. 프로그램 내용은 1회차에 진행된 '한양도성 및 타악 공연 체험 코스' 외 서촌 일대를 둘러보고,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미식 체험을 하는 코스가 교차 편성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구기향 총괄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라이엇게임즈의 문화재 보호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보록 환수 당시에는 지상파와 종편 채널 뉴스에서 방송 인터뷰를 진행했고, '테스터훈'과 '침착맨' 등 유명 스트리머의 방송에 출연해 이용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처음에는 낮은 톤으로 라이엇게임즈가 문화재 보호 활동을 한다는 걸 이야기했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좋은 일을 하지만 생색내진 말자고 했다"며 "하지만 이러한 이용자 절반은 이러한 사항을 모르는 경우가 있었고, 다른 민간 기업들에게도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 사업'에 대한 노하우도 많이 이야기했는데, 선한 영향력을 공유하기 위해 미디어와 뉴미디어에 적극적으로 출연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환원 사업 외에도 오랫동안 홍보 업무를 맡고 있기에 부담은 있지만, 어느정도 말을 하는 데에는 단련이 됐다"며 "특히 침착맨 방송에서는 '티버' 모자를 쓰고 나갔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어떻게 보면 라이엇게임즈의 문화재 보호 활동을 소개하면서도, 라이엇의 지식재산권(IP)를 보여준 것이어서 굉장히 뿌듯했다"고 말했다. 구기향 총괄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방송 시청자는 평소보다 6% 높았다고 한다.
올해로 11년 째 문화재 지킴이 역할을 수행한 라이엇게임즈는 올해도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구기향 총괄은 "다른 기업들이 엄두를 못 냈던 문화재 반환 사업에 저희 라이엇 게임즈가 그동안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새해에는 다른 기업들도 이 의미 있는 사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며 "특히 왕실의 유물 중에 복제본이 없어서 전시에 못 내놓은 작품들이 있는데, 노출이 자주 되면 훼손되는 작품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해당 문화재 복제 작품을 선정해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빠른 시일 내에 일곱 번째 국외 문화재 환수하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구기향 총괄은 "문화재 환수는 정말 기약이 없다"며 "언제 어떤 인연이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거든요. 또한 인연이 되는 문화재를 만나더라도 빠르게 고민하고 실행해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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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라이엇게임즈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 문화재청에 76억 원을 기부했다. 구기향 총괄은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대략 1년에 8억 원 씩 기부를 하고 있으니 3년 정도만 더하면 100억원을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만약 이렇게 된다면 회사뿐 아니라 이용자들도 뿌듯함을 느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기향 총괄은 마지막으로 "라이엇게임즈가 문화재 보호와 같은 사회환원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결국 모든 이용자들이 라이어게임즈와 함께 사회공헌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저 역시 이용자 응원으로 본사나 외부에 이 같은 활동을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일을 벌일 생각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게이머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많이 자랑해달라"고 감사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