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29일 SK하이닉스의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은 Baa2다.
무디스는 보고서를 통해 "등급 전망을 마이너스로 수정한 것은 주로 SK하이닉스가 올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채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메모리 산업의 전례 없는 불황 속에 SK하이닉스의 재무 지표와 자본 구조가 작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등급 확정은 산업 펀더멘털이 반등하면 부채를 줄이겠다는 SK하이닉스의 의도를 인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디스는 올해 SK하이닉스의 감가상각 전 영입이익(EBITDA)은 약 5조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21조원에서 급감한 수치다.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대금 20억달러를 포함한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27조원에서 올해 말 33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적부진과 부채 증가로 SK하이닉스의 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은 지난해 1.3배에서 올해 6배 이상 수준으로 증가했다.
무디스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설비투자를 대폭 줄이고 과잉 재고를 해소해 추가 부채 증가를 막을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가 호전되면 회사는 자유로운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부채를 줄이는 데 집중함으로써 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은 내년부터 감소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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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디스는 미국 정부의 규제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생산능력 업그레이드(A1 안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부분적으로 반영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은 기업에 대해 향후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공표한데 따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서 D램 메모리칩 제조시설을 가동하고 있고, 다롄에서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공장을 인수했다.
무디스는 "SK하이닉스가 성공적으로 실적을 개선하고 투자와 운용자본 감축을 통해 건전한 자본구조를 유지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인다면 전망을 안정적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며 "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은 1.5배 하락하고, 부채 비율은 지속해서 30~33%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