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이 29일 오전 부천 원미구 캠퍼스에서 진행한 제70회 정기 주주총회는 팹리스 사업부 분할에 대해 주주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DB하이텍 주총은 오전 9시 시작이 예정이었지만, 평소보다 현장에 참석하는 주주수가 늘어나 시장이 약 25분 지연됐고, 주주의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약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번 주총은 파운드리와 팹리스를 병행하는 DB하이텍이 팹리스를 담당하는 브랜드 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것이 주요 안건으로 올라왔다. 결과적으로 해당 안건은 통과되면서 물적분할을 하기로 결정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주주들은 물적분할 후 신설회사가 상장하면 기존 회사의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것에 우려했고, 5년간 비 상장한다는 조건도 불신했다. 더불어 물적분할 안건도 적정한 숙려기간을 거치지 않고 기습 상정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부회장은 "양 사업부가 최대한의 속도로 서로 구속받지 않고 성장하려면 분리할 수밖에 없다. 모회사 DB하이텍은 순수 파운드리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고, 브랜드 사업은 경영력에 집중해서 팹리스 전문기업으로 육성시키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했을 당시 주주들의 원성이 많았으나 우리는 그 상황과 전혀 다르다"라며 "두 기업은 모두 장치 산업이나, DB하이텍이 분사하는 사업은 설계회사로 인력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장치 산업이 아니다"며 주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나섰다.
한 소액주주는 "앞으로 5년간 팹리스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5년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일 뿐, 실제로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어 주주는 "통상적으로 기업이 물적분할을 결정할 때 90~120일 전 주주동의를 구하면서 진행하는데, DB하이텍은 기습으로 30일 전에 통보했다"며, "이는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 역시 "공시에는 분리된 자회사를 향후 5년간 상장하지 않겠다고 넣고, 이달 초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5년의 기한이란 중대한 내용을 넣는 것을 누락했다.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이라며 "해당 안건을 주총 22일 전에 갑자기 결정한 것도 위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왜 분할을 22일 만에 날치기로 시도하는가. 18개 기업의 사업 분할 사례를 분석해 보니 평균 98일의 숙려기간을 거쳤는데, DB하이텍은 22일만에 기습으로 진행하며 절차적 하자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이에 최 부회장은 "5년 뒤에 상장하더라도 주주의 승인을 받아서 할 것"이라며 "그것에 대해 충분히 보호 장치가 있다"고 말했다. 주주의 여러 질문이 쏟아졌지만, 짧게 답할 뿐이었다.
결국 주총장에는 "왜 주주들을 무시하냐"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한 소액주주는 "주주가 질문을 해도 받아주지 않고, 진행만 계속하고 있다”라며 이는 주주를 무시하는 행동이고, 태도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미 결과가 다 나왔기에 대충 진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한 주주는 집중투표제 의안이 왜 6-6-2로 뒤로 빠지게 됐는지 되었는지 답변을 요청했지만, 최 부회장은 "주주제안하신 것으로 알고 답변은 나중에 필요하면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DB하이텍의 브랜드 사업부 물적분할 안건은 의결권 있는 주식수가 53% 찬성, 참석주주 주식수가 87.1% 찬성해 통과됐다. 분할되는 신설법인의 사명은 'DB 팹리스(가칭)'이며, 분할 기준일은 5월 2일이다.
보통주 현금배당은 주당 1300원, 우선주 현금배당은 주당 1350원으로 통과됐다.
한 주주는 "작년에 회사가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는데 이사가 너무 많이 가져가고, 주주들에게는 너무 적게 돌아간다"라며 "최소 주당 2500~3000원은 줘야지 이건 배당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최 부회장은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국의 기업 집단이 다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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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DB하이텍은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 ▲이사 선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 등을 결의했다.
최 부회장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주주 여러분들의 믿음과 지지가 필요한 시기"라며 "회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을 믿어 주시기 바라고, 앞으로 회사를 더 발전시켜 제2의 DB하이텍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