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조치를 저렇게 하는 게 어디있나..."
현대홈쇼핑 정쇼 욕설 방송과 관련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광고심의소위원회가 열린 지난 28일 오후. 이날 현대홈쇼핑에는 '관계자 징계'와 '경고'가 주어졌고, 추후 열릴 전체회의에서 법정제재 수위가 최종 결정된다.
심의가 끝나고 마이크가 꺼진 뒤, 자리를 정리하던 정연주 위원장은 현대홈쇼핑 후속조치에 특히 더 강한 아쉬움을 표했다. 정윤정 씨 욕설 방송 자체도 문제지만, 이에 대한 회사의 대응과 조치가 미흡했고 안일했다는 뜻이었다.
현대홈쇼핑은 법정제재를 받기 전, 방심위원들에게 소명하는 자리에서 회사 고위 관계자가 판매자 정윤정 씨에게 구두로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또 정 씨를 판매자로 기용한 협력사 상품을 방송 편성에서 3주간 제외 시켰고, 대표이사 명의로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고 했다. 의견진술 단골 멘트인 "심의 교육을 철저하게 하겠다"는 약속으로 선처를 호소했다.
그럼에도 방심위원들은 현대홈쇼핑의 이런 노력을 곱게 보지 않았다. 협력업체와 계약한 정 씨를 홈쇼핑사가 직접 제재할 수 없는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 측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연주 위원장은 경영진의 강력한 조치가 고작 '구두경고'라는 것에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언론 보도가 없었다면 이런 조치를 했을지도 의문이 든다"고도 했다. 일부 위원들은 제재 수위를 '경고' 정도로 생각했는데, 의견 진술 이후 '관계자 징계'가 추가된 것은 회사의 미흡한 대응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명이 되레 화를 더 키운 셈이 됐다.
현대홈쇼핑은 생방송 중 정 씨에게 제대로된 정정 방송과 사과를 요구했다면 어땠을까. 그 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면, 정 씨가 출연하는 다음 판매 방송에서라도 정중한 사과를 하도록 했다면. 그러지 못한 결과가 대중들의 공분을 일으켰고, 미흡한 후속조치를 한 현대홈쇼핑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현장을 취재한 기자가 느끼기에는 이날 방심위원들 역시 해당 사건이 기사화 되고 이슈화 되기 전, 회사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문제를 일으킨 판매자 출연 금지 등의 조치를 먼저 하길 바랐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정 씨가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 방송을 하게 뒀으니 "회사가 손 놓고 있었다"고 보는 것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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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제재를 피하고자 내놓은 대책인 '심의 교육'이 답이 될 순 없다는 것도 너무 명확해 보인다. 십수 년을 베테랑 쇼호스트로 살아온 정 씨가 심의 규정을 몰라서 욕설을 한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상품 판매만 잘 하면 된다는 경영진의 안일한 생각이 '관계자 징계'라는 제재까지 추가하게 만들었다. 혹 떼려다 혹 하나 더 붙인 셈이다. 이번 제재가 홈쇼핑 업계에 여러모로 반면교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