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는 사람 싸움...고졸·석박사 인재 투트랙 양성해야"

[시스템반도체 강국 도약하자] ④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 정책 세부지원-보완책 필요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03/28 11:04    수정: 2023/03/28 17:48

미국과 중국 등 세계가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기술과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파운드리와 팹리스 성장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합니다. 한국은 메모리 시장에서 70%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2~3% 점유율로 미비한 수준입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1위인 TSMC와 2위인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가 매우 큽니다. 따라서 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가 시스템 반도체 산업 현황을 점검하고 우리 반도체 산업이 나아갈 발전 방향을 모색합니다.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지난해 8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에서 직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삼성전자)

국내에서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하는 중견 기업들이 최근 발표된 정부의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 정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과 아울러 설계(팹리스), 디자인하우스(팹리스-파운드리 연결), 외주 반도체 패키지·테스트(OSAT) 분야가 골고루 성장해야 한다며 세부적인 지원 방안을 주문했다.

정부는 삼성전자와 함께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300조원을 투자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스템 반도체 산업단지를 2042년까지 조성하기로 했다.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 5기를 짓는다. 국내외 소재·부품·장비 기업, 팹리스 업체, 연구소 등도 150개까지 유치하기로 했다. 용인 기흥구, 화성, 평택, 이천에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과 인근 소부장 기업, 판교 팹리스밸리도 반도체 특화 밸트로 연결한다.

이서규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이 지난해 8월 17일 경기 성남시 판교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창립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유혜진 기자)

"팹리스·디자인하우스·OSAT 키워야"

시스템 반도체 업계는 제조업에 치우쳤던 생태계를 균형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 최강이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1~3%만을 차지한다.

이서규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은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야말로 시스템 반도체가 없으면 안 된다”며 “정부가 파격적으로 지원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제조업도 중요하지만 팹리스·파운드리·OSAT가 균형을 이뤄야 생태계 전체가 살 수 있다”며 “팹리스 산업이 잘 돼야 공정이 안정되고 설계 자산(IP)이 많아지고 패키지·테스트도 활발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 대표는 “아직 국내 업체들의 크기가 작고 물량이 적더라도 큰 기업들이 여러 디자인하우스·팹리스 업체들과 개방적으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도 “대만 미디어텍 같은 팹리스 회사 역시 자국 기업이자 파운드리 세계 1위인 TSMC과 협업해서 성장했다”고 전했다.

그래픽=지디넷코리아

"시스템반도체는 사람 싸움...고졸·석박사 인재 투트랙 양성해야"

업계 전문가들은 시스템 반도체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을 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한 팹리스 업체 사장은 “시스템 반도체는 소프트웨어(SW)로 승부 본다”며 “제조업과 달리 공장 지을 땅이 아니라 사람으로 싸우는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서규 팹리스협회장은 “전문 인력이 1년에 1천명 정도 나오게끔 만들어야 한다”며 “석·박사와 고졸 인재를 나눠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능력 있는 교수 밑에서 깊이 있는 연구를 해본 석·박사는 수준이 다를 것”이라며 “전공에 관계없이 창업할 수 있는 환경도 생기면 좋겠다”고 방법을 예로 들었다.

이석희 한국반도체아카데미 원장(오른쪽)이 지난해 12월 출범식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한국반도체산업협회)

"당장 피부에 와 닿지 않아...중장기 정책으로 꾸준히 지원해야"

이번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 사업이 중장기 정책인 만큼 잘 마무리될지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와 소부장 생태계를 깊이 있게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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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대규모 투자 덕에 소부장 산업이 발전하길 기대한다”면서도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율이 20%밖에 안 되는 상황에 외국 기업만 좋은 일 시킬 수 있으니 보완책도 나오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한 팹리스 업체 사장은 “공장 짓는 데 세제 혜택을 준다지만 팹리스에 당장 어떤 도움이 될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냉정하게 따지면 없던 300조원을 갑자기 만들어 투자한다는 게 아니라 이 정책 저 정책에서 주워 모은 것”이라며 “300조원을 20년으로 나누면 1년에 15조원씩 지원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AI 반도체 회사 대표는 “20년 남았는데 와 닿겠느냐”며 “당장 하겠다는 사업도 못 하고 있는 게 부지기수”라고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