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모바일 이어 13년만에 PC용 모뎀 사업 손 뗀다

"IDM 2.0 전략 일환"...노트북용 모뎀 사업·통신 관련 IP도 대만 미디어텍에 양도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03/27 15:08    수정: 2023/03/27 16:42

인텔이 스마트폰용 5G/LTE 모뎀 사업 철수에 이어 PC용 모뎀 사업도 정리하기로 했다. 2010년 독일 인피니언 무선 사업부 인수 의사를 밝힌지 약 13년 만이다.

인텔은 오는 5월 말까지 노트북용 5G 모뎀 사업을 대만 미디어텍에 모두 넘기고 오는 2025년까지 미디어텍을 지원할 소규모 조직을 운영할 예정이다. 기존에 생산하던 LTE 모뎀도 오는 2025년까지만 출하할 예정이다.

인텔이 노트북용 5G/LTE 등 모뎀 사업에서 철수한다. 사진은 인텔이 미디어텍/피보컴과 함께 개발한 5G 솔루션 5000 모뎀. (사진=인텔)

단 인텔의 PC용 모뎀 사업을 넘겨 받은 미디어텍이 향후 PC 분야에서 얼마나 더 점유율을 확장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제조사는 설계 단계의 원가 상승, 소비자는 통신 요금 부담으로 5G/LTE 탑재 노트북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 인텔 "모뎀 사업 종료 어려운 결정 내렸다"

인텔 관계자는 27일 "IDM 2.0 전략에 따라 투자 우선순위를 지속 조정하는 차원에서 LTE·5G 등 모뎀 사업을 종료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글로벌 PC 제조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인텔은 이미 이달 초순 이 같은 계획을 주요 PC 제조사와 협력사, 애널리스트 등에 사전 공유했다.

인텔은 썬더볼트와 와이파이, 이더넷, 블루투스나 네트워크 분야는 차질 없이 지속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인텔)

인텔 관계자는 "인텔은 협력사·고객사와 함께 커넥티드 PC의 솔루션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원활한 전환을 돕고 있다. 또 이번 결정은 인텔이 현재 개발하는 와이파이, 블루투스, 이더넷, 썬더볼트나 네트워크 등 분야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 노트북용 모뎀 사업 끝까지 놓지 못했던 인텔

인텔은 2010년 8월 독일 인피니언의 모뎀 사업부를 4억 달러(약 1조 6천5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히고 이듬해인 2011년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후 LTE 모뎀 등을 개발해 아톰 칩 등에 통합해 왔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애플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퀄컴 대신 인텔 LTE 모뎀을 탑재했다.

애플이 퀄컴과 라이선스 분쟁에 들어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아이폰7, 아이폰8·X, 아이폰XS·XR, 아이폰11 등에 LTE 모뎀을 공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애플이 퀄컴과 화해한 직후 스마트폰용 모뎀 사업 부문을 애플에 넘겼다.

이후 인텔은 노트북용 M.2 규격 LTE/5G 모뎀 등을 꾸준히 개발하는 한편 대만 미디어텍·파이보컴 등과 협업해 제품 생산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인텔은 모뎀 분야 사업을 약 13년만에 놓게 됐다.

■ 3G→4G LTE→5G 전환으로 복잡성 증가

인텔이 노트북용 모뎀 사업까지 완전히 포기한 원인 중 하나로 현대 통신용 모뎀 칩 개발이 너무 복잡해진 점을 들 수 있다.

3G(WCDMA/HSPA) 환경에서는 국제 표준 주파수가 2.1GHz로 통일된 반면 4G LTE 환경에서는 각 나라마다 LTE에 할당한 주파수가 달라진 데다 통신 방식도 TDD(시분할)·FDD(주파수분할) 등으로 다양해졌다.

글로벌 5G 통신서비스 도입 현황. (사진=퀄컴)

5G 모뎀칩은 LTE 등과 하위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6GHz 대역(서브6), 28GHz(밀리미터파, mmWave)까지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 후발 기업이 처음부터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제품 상용화하기에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인텔 모뎀 사업을 넘겨받은 애플 역시 자체 설계한 모뎀 칩의 발열이나 성능 등 문제로 아직까지 퀄컴 모뎀을 쓰고 있다. 입출력 속도 등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애플워치 등에 자체 개발 모뎀 탑재를 고려하고 있을 뿐 아이폰 탑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 모뎀 사업 양도 이후에도 양사 협력 지속 전망

인텔의 노트북 모뎀 철수 사업 결정은 인텔의 표현과 달리 '어려운 결정'이 아닐 수 있다. 모뎀 사업부를 유지하는 비용 부담은 덜면서 관련 IP를 미디어텍에 넘기며 일정 부분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텍 역시 인텔이 확보한 IP를 넘겨받아 향후 스마트폰용 AP 등 개발에 활용할 수 있고 향후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 등에 5G/LTE 모뎀을 공급하며 고객사를 확대할 수 있다.

미디어텍과 인텔은 지난 해 7월 스마트 엣지 기기용 칩 생산을 위해 협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 미디어텍)

미디어텍이 향후 노트북용 모뎀 칩 생산에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를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양사는 이미 지난 해 7월에 스마트 엣지 기기용 칩 생산을 위해 협력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미디어텍 "PC용 모뎀 포트폴리오에 투자할 것"

모어댄무어 등 외신에 따르면 미디어텍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PC나 다른 기기용 무선 모뎀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 인텔 노트북용 모뎀 사업을 인수할 미디어텍이 사업 영역을 얼마나 더 확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냅드래곤 8cx 3세대 프로세서를 탑재한 '갤럭시북2 프로 360' (사진=삼성전자)

시장조사업체 한국 IDC에 따르면 지난 해 출시된 노트북 중 5G 탑재 제품은 국내 7천여 대, 세계 시장 42만 3천여 대로 약 0.2%에 불과하다. 또 LTE 지원 제품의 비율은 세계 시장 기준 2.3%, 국내 시장 기준 0.2%로 약 486만 4천 대, 7천여 대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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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규모 PC 제조사는 안테나 등 별도 기구물 설계와 탑재가 필요한 5G 노트북을 만드는 데 부담을 느낀다. 또 소비자들도 5G/LTE 통신 요금에 부담을 느껴 와이파이를 선호한다.

권상준 한국IDC 이사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도 LTE·5G 등 탑재 제품 비율은 5%로 전망되며 시장 확대 여부는 경험 대비 데이터 통신 요금이 적정한 수준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