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속연수에 따라 안식휴가를 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육아휴직 다녀온 직원은 그 제도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어요."
국내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출산휴가(산전후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지만 육아휴직도, 돌봄휴가도 직장인의 절반 가까이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사무금융우분투재단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전국의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대답이 39.6%나 됐다고 26일 밝혔다.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대답은 △비정규직(56.8%)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62.1%) △월 임금 150만원 미만(55.0%) 등 노동약자가 특히 많았다.
육아휴직은 응답자의 45.2%, 가족돌봄휴가는 53%가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5인 미만, 30인 미만 사업장 등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육아·돌봄휴가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비율이 높아 중소기업 직장인의 상황이 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제보자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지 6개월이 돼가는데 특별한 보직이 없고 급여도 깎였다"며 "복귀할 때 경황이 없어 실수로 계약에 동의했는데 복직 후 깎인 금액만 100만원이 넘는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사례자는 "가족의 큰 수술로 돌봄휴가 10일을 신청했는데 결재권자가 간병은 4일로 충분하며 10일은 곤란하다고 한다"며 "무급 10일인데도 안된다고 하더라"고 호소했다.
직장갑질119는 "우리나라는 아이를 맡길 조부모가 있거나 부자가 아니라면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없는 장시간 노동국"이라며 "정부가 직장인에게 준 선택권은 회사를 그만두거나 아이를 안 낳거나 둘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직장갑질119는 "정부는 직장인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줄이고 출산·육아·돌봄휴가를 확대하며 위반 사업주를 처벌해야 한다"며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의 가장 큰 원인은 장시간 노동"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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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출산·육아휴직 등 법과 제도의 사용마저 눈치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가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윤석열 정부 근로시간 개편의 끝은 결혼과 출산의 포기"라고 비판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