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양자암호기술, '연구 쏠림' 현상 탓에 美보다 10년 뒤처져"

김승주 교수, 꾸준한 연구 환경·산업 투자 중요성 강조

방송/통신입력 :2023/03/26 11:46    수정: 2023/03/28 15:04

양자과학은 우주·항공·국방·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의 바탕이 되는 기술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양자컴퓨팅·통신·암호 분야에서 1조원 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꾸준한 양자과학기술 연구개발(R&D) 투자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자컴퓨팅 등 관련 기술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은 10년 정도 뒤처진다는 진단이다. 

김 교수는 "10년, 20년 뒤를 바라보는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양자컴퓨팅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비용이 많이 들고, 한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늦었다고 가만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사진=LG유플러스)

김 교수는 한국의 양자과학기술 경쟁력이 낮은 한 원인으로 '연구 쏠림 현상'을 짚었다. "최근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 인공지능(AI) 기술이 차례대로 주목받은 것처럼 R&D도 트렌드가 있다"며 "골고루 투자해야 하는데, 쏠림 현상이 강해서 나중에 정작 필요한 기술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연구 쏠림 현상을 직접 본 사례로 20여년 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근무할 때의 일화를 꺼냈다. 당시 김 교수가 몸 담은 연구팀은 암호 연구 예산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러다 해킹이 사회적 주목을 받자 관련 기술에 투자하기 위해 기존 암호 기술에 쓰던 예산을 크게 줄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술은 여러 분야를 융합해야 발전할 수 있다"며 "(연구 쏠림 현상은) 영어 교육해야 한다고 국어 수업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구 쏠림 현상 때문에 국내 고급 인력의 해외 유출 문제도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급 인력이 해외로 떠나는 이유에 관해 "꼭 급여 때문이 아니라 더 좋은 연구 환경을 찾아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제자가 국내 우수 기업에 다니다 외국 기업으로 이직했더니 모든 고민을 혼자했던 한국과 달리, 부서원 전체가 같이 고민해서 좋다더라"고 덧붙였다.  

양자컴퓨터 발전...양자암호기술 필요성↑

김 교수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보안 시스템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양자컴퓨터, 양자암호기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양자컴퓨터는 연산 속도가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빨라 기존의 암호를 빠르게 풀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컴퓨터가 정보를 0과 1로만 나타내지만,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중첩해 여러 계산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컴퓨터로 수백만 년 걸릴 소인수분해를 며칠 안에 계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키분배 기술 개념도

양자암호기술은 크게 양자키분배(QKD)와 양자내성암호(PQC) 방식으로 발전했다. QKD는 송·수신부만 해독할 수 있는 암호키를 생성해 정보를 주고받는 식이다. PQC는 양자컴퓨터가 풀기 힘든 수학 알고리즘으로 암호를 만드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QKD에 관해 "양자 이론으로 암호를 풀 수 있는 비밀번호 만들고 안전하게 나눠갖는 것과 같다"며 "비밀번호를 만든 장치 자체가 깨지면 안전성이 없어지기 때문에 응용 분야가 비교적 한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PQC에 관해서는 "양자컴퓨터가 못 푸는 문제로 암호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는 풀 수 있는 수학 문제가 약 60개로, 특정 목적에서 성능이 우수하지만 범용성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QKD와 PQC는 군사·우주·금융·의료·공공 등 높은 보안 수준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군사 쪽에서 먼저 사용되고, 양자컴퓨터가 대중화되면 양자 보안 필요성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중이 QKD와 PQC의 효용성을 느끼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정했다. "양자암호는 마치 스포츠카처럼 군사·일급 기밀 자료 등 특수 목적을 위해 많이 쓰인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양자암호를 비롯한 보안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인식되면 관련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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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보안 플랫폼 '녹스'가 미국에서 보안성 심사를 통과하자 안드로이드가 IOS에 비해 보안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없앴다"며 "보안과 마케팅이 연계되면 삼성전자가 보안 인력을 더 채용하는 등 산업 발전으로 선순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는 "물론 지나친 보안 마케팅으로 기대가 높아지면 나중에 실망감이 커진다"며 꾸준한 연구 환경, 산업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