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기업이 중고차 시장 진출 초읽기에 들어섰다. 이르면 오는 5월부터 인증 중고차 판매에 진출할 가능성도 보이면서 골목상권 침해라는 불만의 목소리와 공정한 시장 경쟁으로 소비자 중심 고객 경험이 강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최근 주주총회(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을 추가했다. 지난해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의결된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이 올해 5월부터 시범 판매를 끝내고 본격 시작할 수 있게 돼 준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쌍용자동차도 최근 주주총회에서 'KG 모빌리티'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다.
인증 중고차 사업은 5년·10만km 이내의 브랜드 중고차 중 품질테스트를 통과한 차량만 판매하는 사업이다. 각 사별로 사업 기준은 다르지만, 큰 틀은 비슷하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제55기 주총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으로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제공해 잔존가치 제고로 고객의 실부담액을 경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중고차 사업 진출에 포부를 드러냈다.
사업이 본격화되자 완성차 업체의 인증 중고차 사업이 골목상권 침해라는 목소리도 다시 나온다.
중고차 시장 관계자는 “법적인 제한이 사실상 풀렸으니 사업 진출은 기업 자유지만 상권 형성 지역인 매매단지로 들어오는 게 문제”라며 “중고차 시장이 워낙 안 좋은 상황에 굳이 중고차 사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기업이 들어와 피해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 완성차 업체들의 구체적인 계획은 드러나지 않아 중고차 업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현대차나 기아가 어떤 식으로 시장에 진출할지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어 예측되는 부분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이 보다 소비자 중심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소비자단체협의회가 발간한 월간소비자 1, 2월호에 따르면 2020∼2021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중고차 관련 소비자 불만 접수는 9천376건으로 그중 '성능상태 불량'이 4천614건(49.2%)을 차지했다.
소비자들은 특히 보증 수리 관련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 2021년 성능상태 불량 피해 2천167건을 분석한 결과 약 19.4%(422건)가 보증 수리 관련 불만이다.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내용과 실제 상태가 다른 경우 소비자 피해를 방지를 위해 성능보험이 의무화됐으나 다수의 소비자가 보증수리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피해는 일반매매상사를 통한 것이 2천242건(53.2%)으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아직은 중고차 중개 플랫폼업체 등 온라인보다는 소비자가 직접 방문해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협회가 SK엔카, 케이카, KB차차차 등 중고차 매매 플랫폼과 BMW 등 외제차 인증 중고차 사이트 내 매물 100건의 성능상태점검기록부 제공 여부 등을 모니터한 결과 사이트상에서 32건은 이를 제공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 자기 車로 ‘트럭참사’ 막은 현대차 연구원…아반떼 받았다2023.03.23
- 스텔란티스코리아, 400억원 투입해 ‘푸조’ 강화한다2023.03.23
- 현대차·기아, 어드벤트와 협력…수소 연료전지 공동 개발2023.03.23
- 금호타이어 "올 매출액 4兆 돌파 목표…역대 최대"2023.03.23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제공하는 68건 중 10건은 차량가격, 이전등록비, 관리비용, 등록신청 대행수수료, 배송비, 세금 및 부대비용 등 항목 중 일부를 누락했다는 설명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진출에 대해 “업계가 기업들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본다. 옛날 인터넷 쇼핑 같은 경우처럼 경쟁력 있는 딜러들은 살아남게 되는 자정작용을 할 것으로 본다”며 “결론적으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