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30만 기업 인사 담당이 응원하는 서비스 될래요”
애플과 아이폰을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회사가 의식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사용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서로에게 홍보해준다는 점이었다. 서비스와 제품이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처럼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팬덤 현상은 가성비 관점에서 보면 기이해보이기까지 하다. 어떤 이의 눈에는 특별히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서비스나 제품을 더 비싼 가격에 사면서도 더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곤 하기 때문이다. 서비스나 제품을 파는 기업이라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팬덤을 만드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태규 두들린 대표도 이 현상에 관심이 크다.
■바이럴 마케팅 기법이 한계가 있는 이유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은 팬덤 상품에 대한 욕망의 소산처럼 보인다. 인터넷이 널리 퍼지면서 이 마케팅 기법 또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기법이 실제로 지속적인 효과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단지 기업의 욕망을 건드림으로써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인식 정도를 획득한 것이 아닌가 싶다.
중요한 것은 서비스와 제품 그 자체다. 서비스와 제품이 품질이나 사용가치 등의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팬덤을 형성할 만한 것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바이럴 마케팅도 의미가 있는 것이지 턱도 없는 서비스와 제품에 대해 바이럴 마케팅을 구사한다고 효과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난다 해도 그 기간은 아주 짧을 거다.
모든 사용자가 현명한 소비를 한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모든 소비자가 눈이 멀었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바이럴 마케팅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모든 소비자의 눈을 멀게 할 수 있다’는 오만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진정한 팬덤이 아닌 한 대부분의 바이럴 마케팅은 그 점에서 욕망과 오만이 나은 기만행위다.
■“우리 서비스와 팀을 좋아하게 만들고 싶어요”
기업용 채용 관리 솔루션 ‘그리팅’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두들린의 이태규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계시는 각 기업의 인사 담당들이 그리팅과 우리 팀을 좋아하고 응원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실제로 사용자 만족도는 높은 듯하다.
“2021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2년 만에 3천 곳이 넘는 기업이 그리팅을 쓰고 있습니다. 고무적인 것은 우리가 거의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에요. 처음에 패스트파이브라는 스타트업이 그리팅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 곳에서 다른 스타트업에 소개해주고, 또 그 스타트업이 쏘카 같은 유니콘 기업에 소개해주고, 그런 식으로 입소문이 났어요. 지금은 KT나 LG 같은 대기업에서도 그리팅을 쓰고 있어요.”
이 대표나 두들린 팀원들이 바이럴 마케팅을 한 게 아니라 저절로 입소문이 퍼졌다는 뜻이다. 입소문은 그 특성상 기하급수적이다.
■“빠른 업데이트가 중요했던 것 같아요”
아이폰이 팬덤을 형성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다. 그 자체로 최소한 책 한 권이 구성될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작지만 머잖아 거대한 눈덩이처럼 굴러갈 수도 있는 그리팅에 대한 팬덤은 어디서 나올까.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두 가지를 강조했다.
“우리 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업데이트 속도에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이나 수정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보완하려고 노력합니다. 사용자들은 요구가 즉각 반영되는 것을 보면서 만족하고 신기해하는 것 같아요. 또 하나는 발로 뛰는 겁니다. 고객의 요구를 더 생생하고 세세하게 알기 위함이죠. 우리 팀은 내외근 상관없이 고객과의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이 지점에서 팬덤의 꽃이 피기 시작할 수 있다. ‘그리팅과 그 서비스를 만드는 팀이 더 잘 됐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팬덤의 실체다.
■우연찮은 기회에 들어선 창업의 길
여기까지 읽은 독자는 이 대표에 대해 기업 경영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전혀 아니다. 이 대표는 아직 학생 신분이기도 하다.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창업을 했고, 아직 휴학 상태다. 경영 초보인 셈이다.
이 대표는 당초 중국어통번역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여기서 진로를 찾지는 못했다. 군대를 갔다 온 뒤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했다. 재미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SW마에스트로’ 과정에도 지원해 참여하게 됐다. 연수생 생활을 하면서 동료와 함께 창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채용과 취업의 문제를 IT로 풀어보자”
창업을 제안한 동료는 현재 두들린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재직하고 있다. 두 명은 창업을 결의한 뒤 다른 동료 4명을 설득해 회사를 만들었다. 회사 이름 두들린은 현재 두들린에서 디자인을 맡고 있는 창업 동료의 아이디어다.
두들린은 회화 기법 가운데 하나인 두들링(Doodling)에서 따왔다. 두들링은 낙서를 통해 예술 작품을 만드는 기법이다. 처음이나 부분적으로는 낙서처럼 의미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모이면 예술이 되는 것처럼 기업 행위도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일들이 잘 조합되면 큰 가치를 낼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내고 싶었으리라.
두들링의 자세로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은 채용과 취업의 문제를 푸는 것이다.
■첫 서비스는 취준생 면접 도우미 ‘아이엠터뷰’
창업 아이템이 ‘채용과 취업의 문제를 푸는 것’이었던 까닭은 아마도 그들과 그들의 친구들이 대부분 취업준비생인 때문이었으리라.
두들린은 그중에서도 면접에 애로를 느끼는 문제에 집중했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첫 번째 서비스가 ‘아이엠터뷰’다. 인공지능을 통해 자신의 몸짓과 발화를 확인하고 이를 개선하게 해주는 면접 도움 선생님이 되려 했던 것.
이 아이템을 1년 만에 접은 것은 사용자의 재방문을 지속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이었다. 면접을 통과한 사람은 더 이상 방문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 이는 해당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과 확장성에 큰 의문을 낳을 수밖에 없었다.
■“취업 문제를 풀려면 채용 문제를 풀어야”
이 대표가 ‘아이엠터뷰’로 깨달은 것은 취업 문제를 풀려면 결국 채용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온 게 그리팅이다.
그리팅은 기업에서 채용을 할 때 필요한 각종 기능을 모두 제공하는 올인원 서비스다. 크게 편의 기능과 심화 기능으로 나뉜다. 편의 기능은 채용 공고에 해당할 수 있는 채용 페이지 제작 및 홍보부터 지원자의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등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일까지, 또 이를 평가를 하고 면접 일정을 잡고 합격 여부를 통보해주는 데까지 전 과정을 망라한다. 인사 담당의 작업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이다.
심화 기능은 이 과정 전체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뽑아 채용 결과를 시각화해준다. 채용이 단순한 인력 선발 행위가 아니라 채용 과정과 현황을 통해 회사가 처한 상황을 진단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심화기능이 갖는 핵심이다.
“의사결정자들에겐 채용에서 나타난 지표도 중요한 경영 자료가 될 수 있는데 그리팅의 심화기능이 그것을 충족시켜주고 있는 거죠.”
■“국내 30만 기업이 고객이 됐으면 좋겠어요”
“채용 시장이 공개 채용 위주에서 수시 채용으로 바뀌고 있는데, 그럴수록 채용 과정과 업무도 빈번해지고 복잡해집니다. 이 때문에 채용 시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추세지요. 특히 그리팅과 같은 ATS(Applicant Tracking system)가 더 주목받게 될 겁니다. 현재 기업 3천 곳이 고객인데 30만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현재 그리팅의 고객 이탈률은 월 평균 1~2%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해외 최고 수준의 ATS 서비스와 비교해도 더 좋은 수치라고 한다.
그리팅을 쓰는 고객 기업이 만족하고 있다는 뜻이다.
두들린은 지난 달 106억 원을 투자 유치했다. 누적 투자 유치금은 159억 원이다. 투자금은 대부분 기능을 개선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매출이 발생하고 있고 투자도 유치한 만큼 특별한 자금 이슈는 없습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손익분기점에도 도달할 듯해요. 채용 전체를 위해서는 그리팅 뿐 아니라 다른 다양한 서비스도 필요합니다. 채용에 꼭 필요한 서비스, 우리가 풀고자 하는 문제는 그것이고, 지금도 이를 위해 여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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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휴학 중인 학교를 언제 졸업할 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채용 문제를 푸는 데에 완전히 몰입돼 있기 때문이리라.
덧붙이는 말씀: 이태규 두들린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웹사이트와 쇼핑몰 제작 솔루션 기업인 아임웹의 이수모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