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인플레이션 대응 선택…기준금리 50bp 인상

연준도 금리인상 기조 이어갈 듯

금융입력 :2023/03/17 11:13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50bp 인상을 결정했다. 최근 크레디트스위스의 최대주주 사우디국립은행이 추가 재정지원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금융 시스템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지만, ECB는 치솟는 인플레이션 대응을 우선으로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1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ECB는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50bp 올린 3.50%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ECB는 지난해 6월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했지만 ▲7월 50bp ▲9월 75bp ▲10월 75bp ▲12월 50bp 올해 월 50bp를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9개월 만에 무려 3.50% 오른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20개월 동안 3.00%를 올린 것과 비교해 기간은 훨씬 짧고 인상 폭은 더 크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사진=개인 소셜미디어 사진 캡처)

유럽연합 단일화폐 유로를 사용하는 국가를 기준으로 집계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8.5%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기록한 10.6%에서 소폭 완화된 수준이지만 목표치인 2%까지 끌어내리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가 인상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 경제학계에선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베로니크 리치 플로레스는 현지 매체 르몽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2008년 7월에도 ECB가 금리를 인상했는데 이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하기 불과 두 달 전이었다”며 “ECB의 이번 금리 인상으로 (유럽 경제는) 한번 더 쓴 맛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플로레스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최근 크레디트스위스 등 유럽 기반 금융기관 동향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크레디트스위스 측은 ‘2022년 연례 보고서’를 통해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으며 고객 자금 유출을 아직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암마르 알 쿠다이 사우디국립은행장은 “크레디트스위스에 더 이상 추가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크레디트스위스에 재정을 지원할 준비가 완료됐다”며 진화에 나섰다.

게다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이 폐쇄 조치된 것에 이어 뱅크런 가능성을 이유로 퍼스트리퍼블릭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글로벌 금융권에 불안한 모습이 연출되는 상황이다.

(사진=flickr)

라가르드 총재는 “현재 금융시장 긴장 상태를 모니터링 중이며, 유로존의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대응조치를 할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ECB의 금리 인상으로 다음주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있다. 금리인상을 갑자기 멈춘다면 시장에 오히려 역효과를 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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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닐 두타 경제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상을 갑자기 멈춘다면, 금융 부문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며 “25bp 인상을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IBK투자증권 정용택 연구원은 “연준이 이번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실리콘밸리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 등 일부 금융사 문제가 시스템 위기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