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할 줄 알았는데"...LG생건·롯데헬스 '기술탈취' 의혹 확산

이용빈 의원 "정부에 전문적이고 유기적인 원스톱 지원 체계 만들라고 주문"

유통입력 :2023/03/13 19:26    수정: 2023/03/14 08:33

윤석열 정부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았지만, LG생활건강·롯데헬스케어 등의 대기업들이 협업을 앞세워 접근한 뒤 스타트업들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13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올해들어 LG생활건강과 롯데헬스케어 등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논란이 연달아 일었다. 그러자 국회에서는 주무부처와 특허청 등에 기술탈취에 대한 전문적이고 유기적인 원스톱 지원 체계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LG생활건강 타투 프린트 스타트업 프링커 기술 탈취 의혹

LG생활건강(위), 프링커코리아

최근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이 국내 한 스타트업인 프링커코리아의 제품 기술과 디자인, 콘셉트 등을 모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의혹을 제기한 스타트업인 프링커코리아 측은 "LG생건이 프링커의 템포러리 '타투 프린터'를 모방해 MWC 2023에서 선보이고, 해당 제품을 올 2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타투 프린터는 블루투스로 모바일 앱과 기기를 연결해 화장품 잉크로 피부에 타투를 그리는 제품이다.

그러면서 "2020년 1월 프링커S 제품을 출시했는데, LG생건이 해당 제품을 구매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LG생건 직원이 프링커 서비스 등록·기기 등록을 한 점도 모방 정황의 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LG생건에서 NDA 협업 당시 담당자로 지정된 사람이 계속해서 우리의 기술을 몰래 뜯어 본 이력에 대한 증거가 다 남아있다"면서 "조직적으로 LG생건 선임 연구원들이 속해있는 디자인 팀 자체에서 우리의 제품을 베꼈다"고 덧붙였다.

프링커코리아 타투 프린터기 제품 (사진=프링커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나아가 프링커코리아는 오히려 LG생건 측이 허위사실 유포로 통보를 해왔다고도 말했다. 프링커코리아 측은 "LG생건이 김앤장 법무법인을 통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며 "허위사실 유포도 같이 고소를 진행할 수 있다는 발언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이용빈 의원실은 "최근 잇따른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기술 기술 탈취와 관련해, 현재 중기부와 특허청 및 다른 부처들과 함께 기술탈취에 대한 전문적이고 유기적인 원스톱 지원 체계를 만들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형로펌을 고용해 스타트업에 위협을 주는 행위는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헬스케어, 알고케어 제품 '영양제 디스펜서' 기술 탈취 의혹

사진 왼쪽부터 롯데헬스케어의 '필키'와 알고케어의 '뉴트리션 엔진’ (사진=알고케어 제공)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탈취 의혹은 LG생활건강 뿐만이 아니다. 

앞서 건강관리 분야 스타트업인 알고케아가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헬스케어를 상대로 기술도용 의혹을 제기한 것. 롯데지주가 대주주인 롯데헬스케어는 신동빈 회장이 만든 바이오 분야 신생 계열사다.

알고케어 측은 "롯데헬스케어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선보인 상품의 카트리지 구조·원리가 자사 제품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1년 9월 개발 중이던 카트리지 방식의 영양제 디스펜서 제품에 대해 롯데헬스케어와 업무 협의를 한 적이 있는데, 이때 롯데헬스케어가 자사의 영양제 디스펜서정량 공급기 관련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알고케어 제공

최근 이용빈 의원실 중재로 만난 자리에서 롯데 이훈기 사장은 기술 탈취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그러자 알고케어 정지원 대표는 롯데의 진정한 사과와 사업 철회 또는 알고케어의 노력에 무임승차한 기간만큼 사업 연기 조치를 요구했다.

업무협약 목적으로 접근한 뒤, 유사 제품 해외 전시 출품까지

두 건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의혹은 비슷한 행적을 보인다. 알고케어는 지난 2021년 9월 개발하던 카트리지 방식의 영양제 디스펜스 제품에 대해 롯데헬스케어와 업무협약를 진행했다. 프링커코리아도 2019년 1월 LG생건이 협업을 제안해 와, 그해 6월 양측은 제품 공급·협업을 위한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스타트업들에게 업무협약을 미끼로 내세워 접근하는 경우가 업계에서는 이제는 흔한 일"이라며 "기술만 탈취해가고 소송을 걸어도 나몰라라식 행정을 보이는데, 이는 정부가 실제로 대기업에 대한 제재를 크게 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LG생활건강 임프린투

또 LG생건은 2020년 9월 갑자기 '타투 프린터'라는 이름으로 디자인 특허를 등록해 MWC 2023에서 선보였는데, 롯데헬스케어도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카트리지 방식의 영양제 디스펜스 제품을 선보였다. 알고케어 측은 "해당 제품의 카트리지 구조·원리가 알고케어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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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에 제품을 롯데브랜드로 출시하는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롯데는 알고케어로부터 획득한 정보와 사진 등을 그대로 이용해 롯데 직원이 식약처에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다가 알고케어에 알려져 사과했던 사실도 있다고 알고케어 측은 설명했다. 현재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 기술도용 의혹과 관련해 최근 중기부에 기술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앞서 롯데헬스케어 측은 기존 특허권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기 위해 알고케어를 상대로 관련 특허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이용빈 의원은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와 아이디어 도용 의혹에 대한 집중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용빈 의원실은 롯데지주를 비롯한 롯데계열사 약 1천개사의 불법·민원 ·고소 등 여부와 후속조치에 대해 유관 정부부처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착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