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함에 따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보유한 300억 원 규모 주식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예금이 아니라 주식 투자를 한 것이기 때문에 ‘공중분해’됐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SVB가 위험성이 이씬 했지만 연기금의 투자 행위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한 실리콘밸리뱅크의 영업을 중단시켰다.
문제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SVB 파이낸셜 그룹의 지분 10만700여주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액 손실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 가치는 작년 말 기준 2천300달러(약 300억 원) 가량이다. 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관련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금이라면 전액 지급 보장 조치가 이뤄졌겠지만, 주식인 만큼 전액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박 교수는 투자 행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연금의 분산포트폴리오 전략에 따라 투자가 이뤄졌으며, 외국계 은행에 투자한 것을 잘못된 판단으로 보긴 어렵다”면서 “실리콘밸리은행이 단기 자금으로 장기대출이나 투자를 하는 다소 ‘독특한’ 은행이어서 위험성은 존재했지만, 빅테크기업 등의 주식은 더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험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은행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연말 기준 2천90억 달러(약 276조원)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연기금의 20%~30%는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는 이미 관행이 됐고, 미국 연기금의 경우 40%~50%의 비율로 투자하기도 한다”며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연금공단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890조5천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8.2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해외주식이 –12.34%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해외주식 투자 전략 변화를 요구받고 있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수익률 개선 방안을 지시한 상황에서 이번 실리콘밸리은행 사태는 연금공단에 찬 물을 끼얹은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편, 박 교수는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거시 경제 차원에서 이미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지급 보고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