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VB 파산 파장…연준 고강도 금리정책 바뀔까

벤처기업 자금난 표면 위에 올라…경기침체 우려 확산

금융입력 :2023/03/13 11:54    수정: 2023/03/13 15:16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SVB 사태는 연준의 고강도 금리정책으로 기업가에 돈줄이 마르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SVB 사태가 연준의 금리 정책에 줄 가능성도 일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매니저. (사진=유튜브 채널 '미래에셋 스마트머니' 동영상 화면 캡처)

김 연구원은 “그동안 통화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선 고강도 금리정책에도 버틸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하지만 SVB사태는 글로벌 금리인상 정책으로 기업과 금융기관의 돈줄이 마르고 있다는 게 수면 위에 올라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SVB는 최근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 상태를 이유로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으로부터 폐쇄 조치를 당했다. 이후 미국 금융당국은 “SVB 예금주의 예금 전액을 보증한다”고 발표하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석환 연구원은 “SVB의 주요 고객 자체가 벤처, 스타트업, IT 및 Tech, 헬스케어 중심”이라며 “최근 2-3년 동안 미국에 상장한 스타트업을 보면 절반 이상이 이 은행과 거래 및 예치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SVB가 파산했다는 의미는 본질적으로 벤처기업 자금조달 환경이 극한의 환경에 처했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이 기업들이 지금까지는 저금리 시절 받은 투자금으로 버텼지만, 캐쉬카우(Cash Cow)가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지금은 미국 정부의 강한 개입으로 SVB 사태가 일단락 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연준의 고강도 금리정책 영향의 끝단에 있는 기업과 가계는 극한의 상황에 노출된 것으로 해석된다”며 “연준도 향후 금리정책을 할 때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준비됐다”는 연준, 행보 바뀌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력하게 나왔다”며 “이는 궁극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든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석환 연구원은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누적된다면 결국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며 “연준이 25bp 인상을 순차적으로 하긴 하겠지만, 기존 시장 예상보다 더 낮은 최종금리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자본력과 건전성이 취약하고 SVB와 유사한 자산구조를 가진 지역은행들의 뱅크런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조기 진압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밖에 없다”며 “국내 은행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우려는 제한적이나 전반적인 시장 변동성 확대된다면 은행주 영향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투자자의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는 위축되고 안전자산인 국고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석환 연구원은 “미국 국고채 2년물 금리가 지난주 초까지 5.1%까지 치솟았지만, 실버게이트, SVB, 시그니처은행 사태까지 일어나며 4.46~4.6% 수준까지 내려갔다”며 “경기침체 신호로 투자자가 위험자산보다는 국고채 등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SVB 사태로 국고채 투자 심리가 강화된 점도 있지만,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긍정적으로 확신한다고 발언한 점도 채권 시장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SVB 사태, 당분간 여진 불가피

SVB 사태 여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메리츠증권 이경수 리서치센터장은 “SVB 사태의 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제한적이지만, 지방은행들에 대한 낮아진 예금 신뢰도, SVB와 거래하고 있는 회사 및 해당 회사에 대한 투자사 등 여러 얽힌 관계들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경수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에 대한 투자가 당분간 주춤하고 성장주식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시장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보수적인 시각에서 투자 업종 전략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 급등한 고밸류에이션 기업보다는 소외된 대표 기업이 유리. 반도체, 완성차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달러 강세가 주춤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경수 리서치센터장은 “SVB 사태로 미국 투자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미국 외 기타 국가 투자 선호가 예상되기 때문에 달러 대비 기타 통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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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시장 관계자는 “예단하긴 어렵지만, 환율 변동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현재 원화가 강세를 보인 건 이날 미국 금융당국이 SVB 사태를 개별은행 파산으로 대응하겠다고 발표한 영향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하지만 현재는 불확실성이 너무 높은 상황”이라며 “SVB 은행만의 파산에서 더 확산되지 않고 마무리되면 환율 시장도 진정될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