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산 300만원짜리 녹용" 알고보니 원가 1만원

생활입력 :2023/03/12 11:33    수정: 2023/03/12 11:34

온라인이슈팀

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어머니 집에 있는 녹용액을 보고 깜짝 놀랐다. 30포에 300만원이라는 가격 때문이었다. 온라인몰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녹용액이 10만원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30배에 달하는 높은 가격이었다. 또 녹용을 달이는 값으로 40만원이 넘는 금액을 청구한 것도 의심쩍었다. 게다가 겉면에 생녹용이라 적혀있었지만 정확한 함량은 찾을 수 없었다.

A씨가 판매업체에 환불하겠다고 하자 정작 어머니가 반대했다. 어머니는 강한 어조로 “자신을 살뜰하게 챙겨 준 사람들”이라며 환불을 막아섰다. A씨는 답답한 마음을 온라인 포털에 토로했다.

[서울=뉴시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천마·녹용·홍삼 등 원료 함량을 속이거나 비위행적인 환경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총 12개 업체를 식품위생법,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적발했다. (사진=식약처 제공)

A씨의 사연은 최근 강영모 식품의약품안전처 서기관의 귀까지 들어갔다. 강 서기관은 식품안전정책국 식품안전현장조사TF 소속으로 식품안전관리 업무만 약 22년간 해온 베테랑이다. 강 서기관은 A씨의 어머니가 전형적인 떴다방 수법에 당했음을 직감했다. 떴다방은 어르신들을 체험관이나 홍보관 등의 공간에 불러모아 구수한 입담, 노래 실력 등으로 현혹한 뒤 일반 음료나 함량 미달 제품을 효능·효과가 뛰어난 건강기능식품으로 속여 팔아넘기는 악의적인 판매 방식이다.

강 서기관이 A씨의 사연은 인지한 시점은 마침 식약처가 떴다방 단속에 착수하려던 시점이었다. 코로나19 기간 집합금지 등 방역정책으로 한동안 사라졌던 떴다방이 다시 성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 서기관은 이번 단속 대상에 A씨 어머니가 구매한 제품을 제조한 B사를 넣었다. 이번 단속에는 강 서기관을 비롯해 식품안전현장조사TF  소속 인원 7명이 투입됐다.

하지만 떴다방을 직접 단속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불법행위를 하는 만큼 떴다방 관계자들은 눈치가 빨랐다. 강 서기관과 동료들의 떴다방 입장은 막히기 일쑤였다. 운 좋게 입장한다고 해도 판매업자는 침묵을 지켰다. 강 서기관은 “TF가 입장을 하면 멘트나 홍보 활동 없이 노래만 부른다”며 “표시·광고법 위반을 피해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을 어렵게 만드는 점은 또 있었다. 강 서기관은 “어르신들이 자식보다 살갑게 해준 떴다방 업자들이 불이익을 당할까봐 오히려 식약처 사람들을 타박하기도 한다”며 “어르신들의 놀이문화가 없다 보니 2시간 동안 재미있게 놀아준 고마움에 구매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떴다방은 어르신들의 심성을 악용하는 것만으로도 비판대상이지만 더 큰 문제는 입담, 노래 실력 등으로 현혹해 기준 미달 제품을 팔아 수 십배 폭리를 취하는 불법 행위라는 사실이다.

식약처는 떴다방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제조하는 시설을 직접 단속하기로 했다. 올 2월 7일부터 24일까지 전국 떴다방에서 판매되는 식품 가운데 고령층의 선호도가 높은 천마·녹용·홍삼 등을 원료로 액상차 등을 제조하는 업체 24곳이 대상이었다.

점검 결과 주먹구구식 운영을 하는 곳이 절반이었다. 강 서기관은 “단가 1~2만원에 불과한 음료를 수 백 만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며 “함량을 수 십 배 부풀려 마치 90%가 넘는 것처럼 표기한 곳이 다반사였다”고 밝혔다.

이어 “A씨 어머니가 구매한 제품을 제조한 B사 등 12곳을 식품위생법과 식품 등의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관할 관청에 행정 처분을 요청했다”며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에 고발 조치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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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경찰 등의 수사 결과에 따라 따라 식품위생법 위반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표시 광고법 위반 3년 이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또 식약처는 각 업체의 위반 정도에 따라 품목 제조정지 15일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