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연재 웹툰 ‘외모지상주의’는 어떻게 한 번도 휴재가 없었을까

유호빈 더그림엔터 총괄이사 "독자들 실망시킬 수 없어...길면 5년 후 완결"

인터넷입력 :2023/03/05 09:32    수정: 2023/03/06 14:34

웹툰 독자들 사이에서 만화의 신(神), 흔히 ‘만신’으로 불리는 작가가 있다. 완결한 ‘인생존망’부터 ‘외모지상주의(외지주)’ ‘싸움독학’ ‘김부장’ ‘퀘스트지상주의’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네이버웹툰을 호령한다. 연재 날만 되면 독자들을 오매불망 기다리게 만드는, 다음 화를 꼭 봐야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다. '만신' 박태준 작가 얘기다.

박태준 작가는 외지주를 시작으로, 출시한 작품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했다. ‘K-웹툰’과 박 작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박 작가는 작가 육성과 작품 완성도를 제고하고자, 웹툰 제작사 더그림엔터테인먼트를 세웠다. 네이버웹툰을 휩쓸고 있는 작품들이 모두 이곳에서 나온다.

외지주는 여타 작품과 비교했을 때 박 작가의 첫 연재작이자, 네이버 금요웹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특별하다. 얼핏 보면 뻔한 학원물인데, 볼수록 빠져든다. 캐릭터 하나하나 색깔이 뚜렷하고, 저마다 사연이 있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90억을 웃돈지 오래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사진=더그림엔터테인먼트)

'싸움독학' 주인공 유호빈은 스토리작가…"박태준 작가는 믿을 만한 사람"

지디넷코리아는 지난달 외지주 스토리 작가인 유호빈 더그림엔터테인먼트 지식재산권(IP) 총괄이사를 만나 작품 성공 비결과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웹툰 산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호빈 이사는 2017년부터 박 작가와 한솥밥을 먹고 있다. 웹툰 ‘싸움독학’ 주인공 유호빈도 유 이사 이름에서 따왔다.

17세 웹소설 작가로 등단한 유 이사는 잠시 펜을 내려놓다, 6년 전 박 작가 박태준만화회사(더그림엔터테인먼트 전신) 수습 작가로 입사했다. 햇병아리였던 유 이사 한 마디 한 마디를 경청하던 박 작가를 보고, “이런 사람이라면 믿고 일할 수 있겠다” 다짐했다고.

유호빈 더그림엔터테인먼트 지식재산권(IP) 총괄이사. '싸움독학' 주인공 유호빈은 유 이사 이름에서 따왔다. '외모지상주의' 등 박태준 작가 웹툰 스토리 작가로 참여하고 있다. (사진=더그림엔터테인먼트)

"영혼 불태워 제작한 '인생존망'…독자 반응보며 책임감 느껴"

외지주는 학교에서 따돌림당하던 박형석이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완벽한 신체와 외모의 또 다른 몸을 가지며 겪게 되는 성장기를 그렸다. 웹툰은 만연한 외모지상주의와 학교폭력 실태를 조명하고, 인간 본성과 욕망을 다각도로 표현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희생,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도 작품에 고스란히 녹여졌다.

Q. 기자도 외지주 애독자다. 언제부터 스토리 구성에 참여했나.

"주인공 박형석이 이태성이라는 두려움을 극복했던 188화부터 합류했다."

Q. 외지주 외 스토리 작업하고 있는 웹툰은

"인생존망과 싸움독학, 퀘스트지상주의, 김부장, ‘쇼미더럭키짱’ 등이 있다. 이중 인생존망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작품이다. 스토리와 그림체, 서사 모두 만족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영혼을 불태웠다. 다시는 이런 웹툰을 만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Q. 연재 중인 작품 전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소규모 팀 단위로 작업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웃음) 내 손끝에서 출발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때도, 때론 분노도 유발하더라. 책임감을 느낀다. 하루하루 머리를 싸매며 양질의 스토리를 만들고자 고심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인생존망'.

"이진성은 대기만성형, 서성은은 선망하는 남성상"

외지주엔 수많은 등장인물과 조직이 존재한다. 어머니 눈을 치료하기 위해 강북을 점령한 성요한, 친구에서 가족이 된 호스텔, 낭만을 삶의 지향점으로 삼는 빅딜과 김기명, 그리고 4대크루 끝판왕 일해회. 세계관 최강자인 박종건과 김준구도 있다. 극중 김준구는 네이버웹툰 수장인 김준구 대표를 모티브로 삼았는데, 노란 머리가 닮아있다.

Q. 외지주 제작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원래 50화로 완결할 예정이었다. 연재 연장을 결정한 뒤 그간 뿌려온 ‘떡밥’을 회수하고 전체 스토리를 원점에서 가다듬어야 했다. 잠도 못 잘 만큼, 정말 힘들었다. 설정들이 뒤엉켜있었고, 정돈이 필요했다. 특히 김기명 편 작업이 가장 까다로웠다. 고증이 어려운 싸움독학과 달리, 외지주는 이야기 유기성이 중요한 터라 애를 먹었다."

Q. 가장 애착하는 외지주 캐릭터는.

"모든 캐릭터를 사랑한다.(웃음)"

'외모지상주의' 캐릭터 김준구. (사진=네이버웹툰)

Q. 하나만 꼽아달라.

"‘복서’ 이진성은 대기만성형이다. 세상이 넓다는 점을 깨달으며 벽을 넘고 강해지고자 고군분투한다. ‘노력의 천재’가 뭔지,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애정이 간다. 야망을 숨기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광기 어린 서성은도 있다. 서성은은 선망하는 남성상이기도 하다."

Q. 기자는 왕오춘을 좋아한다. 모범생에서 동경하는 장현이 걷던 길을 답습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공감한다. 통증과 감정을 느끼지 못하던 왕오춘은 죄책감을 배우며 죽음을 맞이한다. 아쉬운 건 왕오춘 편에 배경음악을 삽입하지 못 한 것. 다행히 왕오춘편은 필력이 마음에 들어, 결과적으로 대사나 스토리 인과가 매끄러웠다."

휴재 없는 웹툰 '외모지상주의'…"독자 반응 나쁘면 한 주 동안 우울"

Q. 연재한 지 햇수로 10년. 외지주는 단 한 번도 휴재한 적이 없다.

"박태준 작가가 코로나 감염됐을 땐 쉴 줄 알았다. 기다리던 독자들을 실망하게 할 수 없다고 하더라. 박 작가는 철저한 계획주의자다. 유능한 데다, 독자들이 열광하는 지점을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할 줄 안다.

‘진정한 슈퍼스타는 까와 빠를 둘다 미치게 만든다’는 말이 있지 않나. 박 작가는 딱 그런 재질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매번 시도하고 부딪힌다. 배울 점이 많다."

'외모지상주의' 캐릭터 이진성(좌), 서성은(우).

Q. 웹툰 제작 과정은.

"먼저 박태준 작가가 전체적인 스토리를 구성하고, 흐름, 대사, 장면 등 큰 틀을 만든다. 이를 기반으로 박 작가 주재로 주 마다 큰 회의를 연다. 회의에는 박 작가를 포함해 스토리·그림팀이 참석해 구체적인 의견을 공유한다. 이 과정을 거쳐, 일주일 후 결과물이 나온다. 수시로 카카오톡을 통해 생각을 주고받기도 한다. 뜻이 어긋나면 싸운다.(웃음)"

Q. 스토리 작가로서 애로사항은.

"독자 전체를 만족시키려다, 내용이 산으로 간 적이 있었다. 캐릭터 풀이 많다 보니, 독자 한 명이 좋아하면 다음에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스토리 붕괴가 일어난다. 장기 연재가 힘든 이유다. 반응이 안좋으면, 박 작가와 한 주 동안 우울해하기도 한다. 매주 독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작품이 완성되길 바란다."

"외지주, 완결까지 길게 5년 예상…최종전쟁 등 스토리 얼개 잡혔다"

Q.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부담도 클 것 같은데.

"없다면 거짓말이다. 헌데 자신 있다. 웹툰 작가는 수명이 짧다. 달릴 수 있을 때 달려야 한다. 다작을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자들이 희망하는 구도와 스토리를 조금씩 배우며 경험치를 쌓고 있다. 느와르와 좀비물, 퓨전 판타지 분야도 두드려볼 참이다."

Q. 외지주, 완결까지 얼마나 남았나.

"짧으면 3년, 길게는 5년 예상한다. 최종전쟁 등 남은 스토리 얼개는 이미 잡혔다. 정리하는 데만 1년가량 소요될 것 같다. 싸움독학은 1년 내 마무리될 것 같다."

유호빈 이사는 "실수 없이 여지껏 해온 일을 수행하겠다"며 독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Q. 유 이사가 정의하는 웹툰이란.

"영화, 드라마와 다른 콘텐츠다 아무 생각 없이 접할 수 있는, 골몰하거나 공부할 필요 없는 내용물이어야 한다. 웹툰 산업은 무겁지만, 작품은 가벼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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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자들에게 한마디.

"댓글이나 내용 피드백을 보며 한주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항상 감사드린다. 실수 없이 여지껏 해온 일을 수행하겠다.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