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23] 통신 생태계에 오픈랜 물결이 몰려온다

새로운 기업들 속속 등장...전국망 수준 구축 이룬 국내에 적용은 어려울 듯

방송/통신입력 :2023/03/03 06:00    수정: 2023/03/04 18:33

<바르셀로나(스페인)=박수형 기자> “앱장터에서 스마트폰 앱을 내려받아 쓰는 것처럼 무선통신 인프라도 간편하게 새로운 기능을 더한다.”

인텔의 사친 카티 네트워크 및 엣지(NEX) 부문 수석부사장이 개방형 무선접속망(Open LAN, 오픈랜)을 두고 이같이 표현했다. 무선 네트워크도 하드웨어 장비를 뜯어내고 다시 설치하는 게 아니라 오픈랜 시대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새롭고 혁신적인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친 카티 부사장은 “인텔은 10년 넘게 이와 같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네트워크 혁신을 주도해왔다”면서 “네트워크를 가상화하고 소프트웨어상에서 실행되도록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네트워크 운영사업자는 스마트폰이나 PC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또는 앱 다운로드를 통해 신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처럼 네트워크에 프로그래밍과 업그레이드 기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텔의 MWC 전시부스

MWC23 전시 최대 주인공은 ‘오픈랜’

인텔이 제시하는 오픈랜의 비전이 예사롭지 않다. 올해 MWC에서 실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전시가 오픈랜이기 때문이다.

MWC는 GSMA 회원사들인 세계 각국의 이동통신사에 통신장비 솔루션 회사들이 새로운 기술을 뽐내는 자리다.

5G 상용화 이전에 기가비트 속도를 위한 전송 장비들의 각축전이 벌어졌고, 올해부터는 6G 기술 개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사례는 전통적인 통신장비 회사인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의 몫이고 안테나 개발 협력사나 중계기와 스위치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생태계 속 회사들이 그 옆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반면 올해 MWC에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다양한 기업들이 오픈랜 기술을 선보였고, 이전 MWC와 비교해 전시 품목이나 회사 수가 확 늘었다.

MWC23 현장에서 오픈랜 협력 논의에 집중한 LG유플러스의 김대희 NW인프라기술그룹장은 “작년 MWC만 하더라도 DU(분산장치)와 RU(라디오유닛) 사이의 규격을 오픈하는 수준의 논의가 중심이었는데, 올해는 vRAN(가상화 기지국), 클라우드RAN이 주도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쉽게 말해 네트워크 구성에서 오픈하는 범위가 확대된 것인데, 오픈랜이 오픈네트워크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픈랜이 주도하는 날이 올까

오픈랜 생태계를 보면 그동안 통신 솔루션 시장에서 뒷단의 회사들이 전면으로 등장하는 분위기다.

이를테면 기술 범위나 용도에 따라 윈드리버나 VM웨어, 델테크놀로지스와 HP엔터프라이즈, 인텔, 일본의 NEC와 후지쯔, 매브니어 등의 기업들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아울러 국내 중견 안테나 기업들도 오픈랜 시장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델테크놀로지스는 전시 부스 내에서 오픈랜을 실제로 시연해 보였다.

오픈랜을 두고 기술 성숙도가 실험실 단계에서 상용망 적용을 통한 실증 수준의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미국의 디시네트워크, 일본의 라쿠텐모바일과 같은 본격적인 레퍼런스도 나오고 있다.

국내 통신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디시와 라쿠텐의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오픈랜 적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오픈랜 장비 공급은 해외 시장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오픈랜 구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는 5G 통신의 경우 연말이면 전국망 수준이 갖춰질 것이란 점 때문이다. 이미 구축된 망을 철거하고 새로 설치할 이유가 없는 반면 디시와 라쿠텐은 신규로 이동통신망을 구축하는 특수 케이스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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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기술 진화 속도를 보면 내후년에도 5G 전국망 구축이 이뤄지지 않는 지역에서 추가 망투자가 이뤄진다면 시장이 열리는 곳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오픈랜이 통신장비 시장에 새로운 회사의 등장을 불러올 것이란 이야기는 절반만 맞는 것처럼 보인다”며 “오픈랜의 구성 요소에서특정 기술에 따라 넘볼 수 있는 강한 플레이어가 존재해 결국은 기존 통신장비 시장처럼 종속성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