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에서 김포공항까지 2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이동 시간이 30분 내외로 단축되면 어떨까. 남해 일정을 마친 여행객이 여수·순천까지 움직이기 위한 복잡한 여정을, ‘하늘을 나는 택시’로 이동할 수 있는 도심항공교통(UAM) 시대가 한걸음씩 다가오고 있다.
지상을 넘어 상공에서 이동하는 모빌리티 세상이 더 이상 뜬구름 잡는 이상적인 얘기만은 아니다. 이르면 2025년 UAM 상용화 신호탄을 쏘기 위해 플랫폼 기업과 통신·건설·기체사 등이 이용 인프라 구축과 기술 고도화에 있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플랫폼 중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UAM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지상에서 쌓아온 카카오 택시 운영 노하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공을 아우르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는데, 1년 새 누적된 역량도 ‘하늘 택시’ 일상화를 위한 비전을 구체화했다고.
하늘길 개척 나선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는 UAM 기체 제조사 볼로콥터와 협업하고 부산시 등과 상생 관계를 형성한 데 이어, 국토교통부에서 착수한 ‘K-UAM 그랜드챌린지’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 GS건설,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UAM 퓨처팀’을 결성했다.
라이다와 카메라, 측위 센서 등을 융합해 디지털트윈을 구축하는 자체 개발 MMS ‘아르고스-에어’도 보유하고 있다. 하늘 택시 정류장격인 수직이착륙비행장 ‘버티포트’ 구축을 위한 데이터 수집자가 바로 아르고스-에어다. 아르고스-에어를 활용해 UAM 비행경로를 설계할 때,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 것.
내부엔 하늘 택시를 빠르게 띄우고자, 기술 개발과 서비스 기획에 전념하는 UAM 서비스팀이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달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카카오모빌리티 UAM 서비스팀을 총괄하고 있는 김민선 팀장을 만났다.
현대자동차에서 정보기술(IT) 서비스 기획과 신사업 전략 등을 맡아온 김민선 팀장은 재작년 카카오모빌리티에 합류했다. 김 팀장은 “그간 주요 파트너십을 어떻게 이어갈지, 또 어떤 지역에서 우선 서비스할지 등 과제를 시행하기 준비 단계를 거쳤다”고 운을 뗐다.
[다음은 김민선 팀장과의 일문일답]
Q. 지상(택시) 데이터가 상공에 적용될 수 있을까.
"활용 접점이 많다. UAM에 가장 중요한 건 버티포트 입지 선정이다. 버티포트 위치에 따라 고객 수요와 이용률이 달라진다. 곧 사업 비즈니스모델(BM)로 직결되는 문제다. 너무 외진 곳에 있으면, 이용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지역 선택지를 추려내는 게 중요하다. 버티포트 최적지를 판가름하는, 다시 말해 사회적 수용성을 판단하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 이때 카카오 택시 통행량 데이터가 쓰인다. 가령 교통 체증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구간을 파악할 수 있어, 버티포트 후보지를 도출할 때 용이하다."
Q. 누적 데이터 기반으로 하늘 택시 운영 기반(정류장)을 다진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지난해 볼로콥터와 우리 데이터를 가지고 입지 선정 모델을 만들었다. 수요 분포가 고르다보니, 이동 빈도 지역을 오차 없이 파악하는 게 핵심이었다. 물론 데이터만을 가지고 버티포트를 꾸릴 순 없다. 전파나 기상 환경 등 제한 요소들과 회랑을 그릴 때 안전성 등을 추가로 파악해야 한다.
최종 버티포트를 어디에 세우면 좋을지 내부적으로 2차 모델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비롯한 공공 데이터까지 곁들였다. 조만간 공개할 수 있겠다."
Q. 카카오 택시처럼 호출 기반인가.
"수급량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 UAM이 서비스된다면, 스케줄 형태로 운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다 수요와 공급이 함께 늘어나면, 실시간 호출까지 가능한 구조로 변할 것으로 본다. 2035~2040년 즈음 예상한다."
Q. (하늘 택시) 서비스 운영 주체는.
"어려운 문제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솔루션 회사 기술이 차량에 적용되면, 플랫폼에 등록하는 방식이다. 플랫폼은 채널링, 솔루션 회사는 솔루션에만 집중하는 거다. 글로벌 UAM 기체사들을 보면, 취향과 전략이 각양각색이다. 제조부터 서비스 교통관제, 버티포트 구축까지 전부 담당하는 회사도 있다.
일부 회사는 기체를 판매 모델로 생각하는데, 이때 운항사가 자산을 구매해 어떻게 운영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처럼 여러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다.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려 한다."
Q. 기체사들과 논의가 오가는지.
"볼로콥터뿐 아니라 파트너사인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 이외에도 정말 여러 기체사들과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단 기체마다 특성이 상이하다. 한 기체사 멀티콥터 비행거리는 길어야 15~20㎞다. 도착 지역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단, 우리 (비행거리) 지향점은 그 이상이다. 웬만한 수도권 지역 내 수요는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UAM은 여객뿐 아니라 물류로도 시장 파이를 확장할 수 있다. 특히 지역항공모빌리티(RAM)의 경우, 운항거리가 더 길어야 한다. 이런 필요를 반영해, 다양한 기체사들과 협력해 적합한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Q. 하늘 택시 예상 이용가격은.
"한국교통연구원 발표 자료를 보면 2025년, 2030년, 2035년 ㎞당 추정 가격이 제시됐다. (2025년 기준 ㎞당 3천원) 최근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예상 가격을 카카오T 블랙(프리미엄 택시)보다 살짝 높게 책정했다.
국토부도 UAM을 미래 교통수단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우리 입장에선 어느 정도 초기 적자를 보더라도, 향후 흑자 전환할 수 있는 가격결정 모델을 정해야 한다. 기체 가격과 배터리를 비롯한 유지, 운영, 보수비용을 종합해보면 민간에서만 (가격 책정에) 의사 결정할 영역은 아니다."
Q. UAM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비행 중 추락이나 소음 문제 등에 따라 UAM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UAM 소음은 65데시벨(㏈) 이하다. 건물에서 대로변에 지나다니는 차량 소음 수준이다. 안전성은 UAM 협력사 모두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기체 관제는 물론, 기기 상태까지 실시간 모니터링해야 한다."
Q. UAM 퓨처팀을 보면, 건설·통신사 등 경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그랜드 챌린지 7개 컨소시엄 중 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국내 굴지 건설사들이 대거 참전하고 있다. 통신 환경 인프라 구축 과정과 양질의 교통 관리 시스템 제공 등 다방면에 걸쳐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의 경우, 각각 그린 UAM 청사진을 장기간 끌고 나갈지 여부가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Q. 상용화 시점을 점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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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을 여는 일이다. 고무적인 건 정부 의지가 강한다는 점. 물론, 규제 해소와 법,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지만, 정부에서 강력하게 촉진하는 사업이라 제동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본다. 필수 선결조건이 있다면, 상용화 인증 기체 도입이다.
항공 산업은 안전이 최우선이라, 기체사들에 최상의 신뢰성이 요구된다. 장기간 프로젝트를 짊어진 기체사들의 긴 호흡도 수반돼야 한다. 이를 충족하면, 2025~2026년 UAM 혁신이 눈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