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사들이 인력 효율화를 추진하며 영업비용 절감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신작 출시 일정을 연기 또는 취소하거나 인원 감축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특수를 누리며 몸집을 불려온 게임사들이 엔데믹에 접어들며 다시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지난해부터 닥친 글로벌 경제둔화 여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비소프트는 계속되는 실적 부진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2일 열린 실적발표에서 유비소프트는 개발 중이던 게임 4종을 취소하고, 복수의 게임 출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취소된 게임에는 배틀로얄 신작으로 소개됐던 '고스트 리콘: 프론트라인'과 VR 타이틀 '스플린터 셀 VR'이 포함되어 있다. 연기된 게임은 '아바타: 프론티어 오브 판도라'로 내년 3월 31일 이후에나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미공개 신작 1종도 출시가 연기됐다.
이브 기예모 대표는 "비용 최적화로 현재 마주한 경제적 불확실성에 조직을 적응시키고 있다"며 "생산성과 콘텐츠의 품질, 팀의 유연성을 보장하기 위해 효율적인 작업 환경을 설계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 밝혔다.
일렉트로닉아츠(EA)는 모바일게임 1개의 서비스를 중단하고 '타이탄폴 레전드(가제)' 개발을 취소했다. 스타워즈 신작 출시도 연기했다.
인력감축도 병행한다. EA는 고객 서비스 파트 인력을 100여명 해고했다. 피파22 등 게임 지원을 담당하던 인력이다. 또한 타이탄폴 레전드를 개발하던 리스폰 엔터테인먼트 인력 중 다른 팀으로 재배치할 수 없는 직원의 경우 퇴직금을 지급하고 내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역시 실적 부진으로 인해 인력과 인프라 등 전 분야에 걸쳐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이크투는 "연간 5천만 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구현하고 있으며, 2023 회계연도 4분기부터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스트라우스 젤닉 테이크투 CEO는 "다만 이것이 대규모 인력감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라이엇게임즈도 지난달 소규모의 인원 감축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최근 라이엇이 46명 인원에 해고 통보를 내렸고, 추가 감축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정리 해고의 이유는 선택과 집중을 위한 사업 구조 효율화다. 특히 e스포츠 부문에서 다수의 해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엇게임즈는 이에 대해 "사업의 집중을 위해 몇 개의 팀에 전략적인 변화를 줬고, 이로 인해 팀에서 특정한 역할이 제거됐다"며 "우리는 이러한 결정을 절대 가볍게 내리지 않으며 가능한 직원들을 유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최대 IT기업 텐센트 역시 지난해 7천여 명의 인력을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고 대상은 게임과 스트리밍, 클라우드 분야에 집중됐다. 텐센트는 최근 자체 VR 하드웨어 출시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대신 VR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XR 사업부를 설립하고, 300명 가량의 인원을 채용한 바 있다.
국내 게임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대다수 게임사들은 2022년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비용 효율화를 강조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9일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도 비용 효율화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며, 인력 증가 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임직원 증가 비율은 2020년 13%에서 2021년 9%, 지난해 2% 정도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넷마블 역시 올해 인력 채용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도기욱 넷마블 대표는 9일 "4분기 비용 효율화는 마케팅비, 인건비 등에서 3분기 대비 큰 증가 없는 상태에서 유지가 됐는데 올해 전반적인 기조 역시 굉장히 타이트하게 비용을 관리해나갈 예정"이라며 "4분기 수치 이상 크게 증가나 변동성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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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혁민 카카오게임즈 CFO는 8일 "4분기에 일부 종속회사 인건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했고 2022년 한 해 동안 인재 채용과 비게임 외적 성장 채용으로 인건비가 증가했다"며 "올해는 신작 개발 인재 확보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채용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인건비 및 제반 비용 효율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전세계 게임사들이 몸집을 불리기 위해 인재를 끌어왔는데, 지금은 현재 인력을 놓고 어떻게 운영할지에 초점이 맞춰진 상황"이라며 "국내 게임사도 대체적으로 비용 효율화에 집중해 실적 개선에 집중하려는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