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루미 "화상플랫폼 분야 네이버·카카오 될 것"

[이랑혁 대표 인터뷰] '줌'· 네이버 '웨일'과 경쟁...교육 넘어 금융 등으로 시장 확대

인터뷰입력 :2023/02/22 09:58    수정: 2023/05/19 16:16

"구루미(Gooroomee)의 5년후, 10년후 비전이요? 우리 큰 아들이 현재 9살인데 5년후에는 우리 플랫폼(구루미)을 쓰고 있지 않을까요.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일상에서 누구가 사용하는 화상 플랫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21일 이랑혁 구루미 대표는 회사 비전을 묻자 이렇게 밝혔다. 국민 화상 플랫폼을 꿈꾸는 구루미는 2015년 9월 9일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중소기업을 10년 넘게 다닌 이 대표가 창업했다. 40대가 넘은 나이였다.  회사 이름 '구루미'는 이 회사의 주력 제품(플랫폼)이름이기도하다. '구루미' 제품은 인터넷만 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한, 설치가 필요없는 웹 기반 화상플랫폼이다.

구름의 옛 우리말이 '구루미'다. 이 대표가 어릴적 자란 동네(충북 음성)에서 본 가을하늘의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던 구름에 대한 '추억'과 클라우드 세상에서 뭔가 의미있는 회사를 만들어보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화상플랫폼 시장에서 의미있는 도전을 하고 있는 구루미는 '거인들'과 경쟁하고 있다. 세계 1위 화상 플랫폼 미국 줌과 네이버 '웨일'이 경쟁 제품이다. 줌은 코로나 비대면 시대에 무료를 앞세워 일거에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 이랑혁 대표는 "줌이 국내 화상플랫폼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비대면 당시 우리에게도 무료 요청이 있었지만 중소기업은 그러면 망하기에 그러지 못했다"고 들려줬다. 

교육시장에서 구루미는 선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줌은 단순히 화상 기능만 제공하지만 우리 플랫폼(구루미)은 선생님들이 원하는 기능을 모두 갖췄다"고 강조했다. 방과후 학습에 사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구루미가 대부분 사용된다. 이 대표는 "클라우드 기반 국내 최대 학습 사이트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구루미는 그동안 세 번의 투자라운드를 했고, 누적 49억원을 유치했다. 올해 시리즈B로 100억원 정도를 더 모을 생각이다. 주관사 선정 등 상장 준비도 차근차근히 준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수출도 처음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월 대통령 중동 순방에 참여한 것이 큰 힘이 됐다. 40대 후반인 그는 천성적으로 '샤이'맨이지만

 4년전부터 머리를 파란색으로 물들였다. 젊은층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선릉로에 위치한 구루미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나 회사의 현재와 내일을 들어봤다.

이랑혁 구루미 대표가 회사 비전을 섦명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세 번의 중소기업을 거쳐 40대 초반에 구루미를 설립했다.

-구루미는 어떤 회사인가?

"설립은 2015년 9월 9일이다. 고객이 우리를 화상교육서비스 기업이라 부른다. 원래는 화상을 기반으로 교육 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사업을 하려 했는데, 교육 분야에서 많이 사용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교육 뿐 아니라 금융 등 다른 분야에서도 우리 솔루션을 많이 사용한다. 대한민국 1등 화상 플랫폼으로 성장하는게 목표다."

-구루미라는 이름이 재미있다. 무슨 뜻인가?

"구루미는 구름의 우리나라 옛 말(고어)이다. 조선과 고려시대 사이에는 구름을 구루미라 불렀다고 하더라.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음성이 지대가 높다. 그러다보니 가을하늘의 구름이 너무 아름답다. 어릴때 뛰어놀다 누워 하늘을 보면 코발트 하늘의 구름이 환상적이다. 당시 구름을 보고 내가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것처럼 화상통신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공개하면 어느 누군가 잘 갖다 쓰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구루미를 설립했다. 기술적 의미도 있다. 회사를 만들 때 클라우드 세상이 될 거라 생각했다. 클라우드 세상에서 뭔가 의미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영어로는 'Gooroomee'라는, 긴 이름을 쓴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아들이 한글 배울때 쯤 회사 이름을 가지고 기차 필통을 만들어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긴 영어 이름을 택했는데 결국 필통을 만들어 주지 못했다(웃음)."

-구루미 창업 전에는 무엇을 했나?

"구루미 창업전에는 중소기업을 12년 정도 다녔다. 학교랑 회사 다닐때는 그때그때 재미있는 마음으로 살았다. 중소기업은 세 곳을 다녔다. 두 곳은 네트워크 관리회사였고 한 곳은 화상회의 솔루션을 만드는 곳이였다. 회사를 다니다보면 다들 그렇지 않나, 창업을 하고 싶다는. 구루미 직전 회사가 화상 솔루션을 만드는 곳이였다. 대학(충북대) 전공은 천문우주였다. 대학원은 경영정보학으로 석사를, 박사(충남대)는 컴퓨터공학으로 수료만 했다."

-주력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말해달라

"크게 두 가지다. 화상 교육 플랫폼 '캠스터디'와 화상회 솔루션 '구루미 비즈'다. 우리 제품은 설치가 필요없는 웹기반 화상플랫폼이다. '캠스터디'의 경우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많이 사용한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 65개국에서 사용한다. 오픈API를 적용해 쉽고 간편하게 모든 시스템과 연동 및 확장이 가능한 특징이 있다. '구루미 비즈'는 정부와 대기업, 공공기관 등 1천여곳에서 검증 받은 제품이다."

-현재 '구루미' 버전은? 3.0인가?

"사실 '구루미는 SaaS(인터넷으로 제공하는 SW)이기 때문에 버전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굳이 '구루미'를 구분한다면 현재 버전은 3.0에 해당한다. 첫 출시는 2018년이다. 화상 통화와 다자간 화상 통화를 무료로 제공한 게 버전1이고, '캠스터디'가 버전2, '캠스터디'와 '구루미 비즈' 두 솔루션을 갖춘게 지금의 버전3이다."

-앞으로 나올 버전 4.0은?

"향후에는 '캠스터디'와 '구루미 비즈' 두 솔루션을 하나의 포털에서 자연스럽게 같이 쓰게할 거다. 하반기에 완성할 것 같다. 버전4 보다는 3.5가 될 듯 하다. 요즘 챗GPT가 화두인데 우리도 나름 준비하고 있다."

-시장 규모 등 국내 화상 플랫폼 시장 상황은 어떤가?

"시장 자체가 크지는 않다. 국내 시장은 약 2천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이중 90% 이상을 줌이 차지하고 있다. 중기부가 시행한 비대면 사업에 참여한 화상 플랫폼 기업이 50곳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교육 분야는 국내기업에서 사실상 우리와 네이버 웨일만 있다고 생각한다. 네이버급의 또 다른 대기업이 있었는데 최근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줌은 비대면 시기에 무료로 다량 배포해 시장 점유를 높였다. 우리한테도 무료 요청이 왔지만 못한다고 했다. 우리같이 작은 기업은 무료로 시장에 들어가면 적자가 나고 바로 자금 고갈이온다. 줌같은 외산 제품은 데이터 역외 이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랑혁 대표가 구루미 건물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웨일과 비교하면 구루미 경쟁력은?

"거기(웨일)와 우리가 매출이 비슷할 것 같다. 서로 정확한 숫자를 공개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아마 고객 수는 우리가 더 많을 듯 하다. 국내 모 대형 회사가 교육청에와 구루미와 똑같은 걸 만들어 달라 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구루미가 클라우드 기반 최대 학습 사이트라던데

"방과후 시장에서 그렇다.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 17개 광역시도 교육청이 사용하는 방과후 학습 온라인 플랫폼이 '교실 온'이다. 여기에 우리 구루미 제품이 채택됐다. '교실 온'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클라우드 기반 실시간 교육 화상 플랫폼이다. 이걸 사용해 본 일부 선생님들이 "왜 줌을 쓰냐?"고 할 정도로 우리 제품 기능이 좋다. 일부 지역 선생님들은 아예 구루미로 수업을 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어떤 수업을 받았고 또 뭘 했는 지를 다 분석해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포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모바일 앱 20위권에 들었다

"당시엔 우리도 몰랐다. 어느날 갑자기 행사 주최측(포브스코리아)에서 사진을 달라고해 알게됐다. 밴드, 줌 클라우드 미팅, 토스, 카카오뱅크, 트위터, 카카오맵, 오픈타운 등에 이어 구루미가 18위에 올랐다."

-줌과 구루미간 차이를 말해준다면

"우리가 공급하는 '구루미 비즈'는 선생님들이 원하는 기능이 거의 다 들어가 있다. 이게 줌과의 가장 큰 차이다. 줌은 화상 기능에 치우쳐 있다. 하지만 구루미는 교재부터 수업, 학생 정보 등을 다 담을 수 있다."

-대기업 고객도 있나?

"당연히 있다. 자동차 분야 대기업과 모 그룹이 우리 고객사다. 특히 모 그룹의 경우 교실에서 사용하는 플랫폼을 그대로 가져가 클라우드로 사용한다. 우리 제품은 웹 기반이라 그냥 브라우저 웹(크롬)을 설치해 사용하면 된다."


-최대 10만명 웨비나도 가능하다던데

"실제 10만명까지는 사용해 본 적이 없다. 단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10만명까지는 사용할 수 있겠더라. 이게 가능한게 클라우드 인스턴스라 그렇다. 서버만 증설하면 사용자를 계속 늘려 나갈 수 있다. 화상 면접도 가능하다. 실제 국내 모 대형 보험사는 우리 솔루션으로 화상 상담을 하고 계약까지한다. "

-공연 행사도 가능 하다던데

"TV조선에서 시행한 '미스 트롯'의 갈라쇼를 우리 플랫폼으로 했다. 이 외에 비대면 시대에 A 그룹의 파트너사 모임에 초대된 가수 공연을 우리 플랫폼으로 중계하기도 했다. 당시 초대 가수가 "미래를 봤다"며 깜짝 놀라며 신기해하더라."

-교육 뿐 아니라 금융과 헬스케어 산업 쪽에도 진출했는데

"KB그룹이 임직원을 위한 심리화상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여기에 우리 솔루션을 사용했다. 사내 심리 상담을 원격 화상으로 할 경우 우리 제품이 유용하다. DB생명의 스마트폰 청약지원에도 우리 솔루션이 사용됐다. 우리 '미러링' 기술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으로 보험 상품 상담과 계약까지 가능하다."

-해외 수출은?

"아직 실적이 없다. 계속 협의중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가능할 것 같다. 지난 1월 윤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따라간게 큰 힘이 될 듯하다"

-작년 매출과 상장 계획은?

"작년 매출은 40억원쯤 된다.  이익은 나지 못했다. 올해 턴어라운드(흑자 전환)가 목표다. 투자 유치는 지금까지 세번의 라운드에서 총 49억원을 받았다. 투자 라운드를 해보니 규모가 큰 투자처일수록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 그래서 그동안은 규모보다 빠르게 협상해 마무리 되는 곳에서 투자를 받았다. 올해 대규모로 한번 더 할 예정이다. 100억원 이상을 생각하고 있다. 상장은 내년이나 내후년을 계획중이다. 여러 곳에서 주관사가 되고 싶다는 연락을 먼저 해왔다."

이랑혁 대표와 구루미 직원들이 바 시설을 갖춘 지하 1층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어떤 기업 철학을 갖고 있나? HP웨이와 같은게 있나?

"약간 올드한 기업문화 철학을 갖고 있다. 집안이 먼저 화평해야한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회사를 해보니 제일 중요한 게 가족이나 와이프가 나를 인정해 주고 응원해주는 거더라. 작년에 우리가 이익을 못냈다. 그럼에도 올해 직원 연봉을 일제히 5% 올렸다. 당연히 감원도 없다. 가족같은 느낌이 있지만, 어차피 구루미라는 배를 같이 탔기 때문에, 모두가 같이 가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구루미는 앞으로 우상향하며 성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컨셉은 좋지만 기존 주주들이 뭐라 그러지 않나?

"내가 하는 일을 주주들이 항상 동의해 준다. 이 신뢰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린거다. 매출도 중요하지만 브랜딩돼 있는 회사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주주들이 이를 잘 이해한다. 앞으로도 나의 이런 철학을 지원해주는 주주들을 만나고 싶다."

-구루미 기업문화인 'STAR'는 무엇인가?

"회사를 운영해보니, 또 지금까지 생존하면서 느꼈던 거는, 결국 회사 성장은 개인 성장에 달렸다는 거다. 이게 진짜 중요하더라. 개인이 성장하려면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고, 그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만든게 구루미 STAR다. 'STAR'는 Strategic(S), ThinkBig(T), ActDetail(A), Renovate(R)의 약자다. 우리는 직원을 '루미(roomee)'라고 부른다. 나는 대장 루미다(웃음). 루미들에게 항상 얘기하는 게 있다. 자기의 개성을 잃지 말라고, 또 자기가 제일 잘 하는 걸 하며 빛나라고 말한다. 내가 하는 일은 이들 루미들의 색깔을 잘 조화해 가장 아름답게 빛나게 하는 거고, 이게 회사라고 생각한다."

-직원 현황은? 개발자는 얼마나 되나?

"전체 직원은 50명쯤 된다. 평균 나이는 30대 중반이다. 개발과 지원(서포트) 인력이 반반이다. 직원들을 볼때 태도와 생각을 중요시한다. 천재가 아닌 이상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결국 승리한다고 본다. 실제 내가 대학 다닐때 천재급 교수에게 들은 건데, 천재 소리를 듣는 그 교수도

남이 안볼때는 엄청난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

-M&A 제안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

"구루미를 만들고 3개월부터 M&A 요청이 있었다. 지금도 있다. 항상 있었다. 하지만 내가 어렵게 화상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내가 만든 서비스를 내 아들한테 또 사랑하는 와이프나 내 동생들에게 "이거 써봐"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사회에 내놓고 싶다. 화상 시장만 생각한다면 데이팅앱 같은게 돈을 더 잘 벌지 모르겠다. 우리 아이와 우리 임직원들이 결혼해 낳은 아이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즐겁다."

-디캠프(2012년 국내 19개 금융기관이 공동 출연해 만든 창업지원기관)출신이다. 이 곳에서 많은 걸 배웠다던데

"디캠프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회사를 해보니 진짜 중요한 게 대표의 멘탈이더라. 매일 매일 번아웃되더라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이 방법을 디캠프에서 배웠다. 당시 디캠프에 있는 전문의사가 있었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어떤 스타트업 선배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걸 어떤 방식으로든 꼭 만들라고 하더라. 이 말도 큰 도움이 됐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나?

"가끔 멍을 때린다. 그냥 넷플릭스에 들어가 아무거나 선택해 멍을 때린다. 때로는 아들 휴대폰에 있는 게임을 하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한다."


-5년후나 10년후 회사 비전은?

"우리 큰 아들이 현재 9살이다. 이 아들이 5년후에는 '구루미'를 쓰고 있을 거다. 또 우리 회사 임직원이 아기를 낳고 그 아이들 역시 구루미를 쓸거고. 우리가 그리는 세상은 화상 기술이 일상에 들어가 범용으로 사용하는 거다. 구루미가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일상에 쓰이는 걸 꿈꾸고 있다. 화상 분야에서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되는게 장기 비전이다. 내 이름 이랑혁을 한자로 쓰면 오얏나무 이(李)에 밝을 랑(朗)과 빛날 혁(赫)이다. 밝게 빛나는 나무라는 뜻이다. 우리 조직도가 나무처럼 만들어져 있다. 뿌리는 우리 미션과 비전이고, 가지는 직원이다. 열매는 사용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