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은 국내법상 증권성을 지닌 가상자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대표 오세진) 산하 코빗 리서치센터는 두 번째 토큰증권발행(STO) 시리즈인 '가상자산 증권성 평가 방법' 보고서를 21일 발간,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가상자산 증권성 평가 방법 제안 ▲코빗 증권성 평가 지수(KSRI) 소개 ▲코빗 증권성 평가 지수 기반 36개의 가상자산 증권성 점수 결과를 다뤘다.
증권성 평가 방법을 제안하기에 앞서 보고서는 우리나라와 미국이 규정하는 증권의 범위가 다름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과 상품을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각각 관할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 자본시장법은 하나의 법규 내에서 증권과 상품을 모두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자본시장법에서 정의하는 증권은 증권과 상품을 묶은 ‘금융투자상품’이라는 더 큰 개념의 자산군에서 파생상품만을 제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바탕으로 코빗 리서치센터는 가상자산의 증권성 평가 방법을 제안했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이분법적 흑백논리 접근 방식보다 스펙트럼 방식이 좀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은 개별 자산에 따라 해당 자산 기반으로 성립되는 계약 관계와 제반 사정이 각기 다르고, 투자 계약 존재 여부를 일률적 기준으로만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실제로 금융위 가이드라인에서도 증권성을 평가하면서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거나 낮은 경우로 표현하고 있는 점도 언급했다.
증권성 판단 시 정형적 증권 특성과 비정형적 증권 특성을 모두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봤다. 코빗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현행법상 가상자산은 정형적 증권보다는 비정형적 증권의 특성을 많이 지녔다. 반면 법정화폐 담보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가상자산군은 전통 금융권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거나 설계 구조가 정형적 증권과 매우 비슷하다. 따라서 규정을 일부만 개정한다면 정형적 증권으로 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판단 하에 국내 자본시장법을 기반으로 자사가 제안한 증권성 평가 방법을 더해 ‘코빗 증권성 평가 지수(KSRI)’를 만들었다. 해당 지수는 개별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20부터 100까지 지수로 수치화해 각 가상자산의 증권성 정도를 비교했다.
코빗은 증권성 평가 지수를 정형적 증권과 비정형적 증권의 특성을 모두 고려하기 위해 2단계에 걸친 평가로 매겼다. 첫 번째 단계인 정형적 증권성 평가에서 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정형적 증권의 가능성이 높다고 간주해 1단계의 점수를 곧바로 최종 점수로 사용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인 투자계약증권 성격을 나타내는 비정형적 증권성까지 평가해 이를 최종 지수로 정했다.
2단계에 걸친 증권성 평가를 위한 질문과 점수 산출 시스템은 미국 암호화폐 등급위원회(CRC)의 사례를 국내 실정에 맞게 수정해 적용했다. CRC는 코인베이스, 서클, 크라켄 등 미국 주요 가상자산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형성한 공동 협의체다. 이들은 현재 미국 규제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가상자산의 제도권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빗은 자사에서 거래 지원 이력이 있는 36개 가상자산에 대한 증권성 평가 점수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36개 가상자산은 국내 5대 원화마켓 거래소 중 코빗에서만 거래되고 있는 33개 종목과 더불어 국내에서 비교적 익숙한 자산 3종인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USD코인(USDC)으로 정했다.
평가 결과 현행법상 명백하게 정형적 증권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향후 법규 개정에 따라 정형적 증권으로 포섭될 가능성이 높은 가상자산은 있다고 봤다. USD코인(USDC)과 앰프(AMP)가 90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이더리움이 30점, 비트코인은 20점으로 증권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거래소가 가상자산 업계의 대표적 구성원인 만큼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코빗 증권성 평가 지수를 고안하게 됐다“며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가상자산의 증권성 논의에서 금융 당국과 업계 참여자들 간의 더욱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