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도입 가속화 등으로 전환기를 맞은 한국IT서비스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애자일(Agile) 방식 도입과 통합 능력보다 유연한 아키텍처와 풍부한 기술 자산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제안도 제기됐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IT서비스산업은 규모면에서 국내SW 총 생산액의 60%를, 또 종사자 수로 보면 전체 SW기업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회장 최현택)는 20일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국회의원실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공적인 디지털전환 시대, IT서비스가 이끈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서 조문증 경상국립대 교수는 한국IT서비스가 전환기를 맞고 있다면서 도약을 위한 도전 과제들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IT서비스 분야에서 20년간 일하다 10년전부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IT기술 발전 등으로 IT서비스가 국가 중요 산업으로 성장했다고 진단한 그는 한국IT서비스 기업의 명과 암을 산업과 기술, 인력 측면에서 조명했다.
조 교수는 산업 측면에서 한국SW산업이 양적, 질적 성장을 했지만 낮은 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또 기술 측면에서는 최신 기술에 대한 개방적 태도로 도전적 서비스를 현장에 도입했지만 기반 기술 확보가 미흡, 외산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인력 측면에서는 "대규모 개발자 양성과 우수한 처우를 제공했지만 파견과 야근 근무로 개발자 만족도가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한국IT서비스의 근본적 도전은 클라우드라면서 "클라우드는 신기술이 아니다. 기술 발전에 따른 IT의 현대화"라고 해석했다. 이처럼 중요한 클라우드 시장을 국내IT서비스 기업이 선점하지 못한 이유로 "클라우드 시대에 맞는 사업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한국IT서비스 산업이 어려운 이유를 가짜 이유와 비교하며 설명했다. 공공 프로젝트 오류로 신뢰도가 하락한 1차 원인으로 사업 이해 부족, 설계 미흡, 소통 부족, 리스크 관리 실패 등을 드는데 이는 가짜 이유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진짜 이유에 대해 "수시로 변하는 요구사항과 사용자 요구 급증, 응용 분야 확대, 서비스 안정성 중요도 증가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한국IT서비스의 새로운 도전을 위한 제안으로 애자일(Agile)과 파일럿(Pilot), 탤런트(Talent) 등 세가지를 들었다. 애자일과 관련해 그는 "사전에 정확한 요구 사항을 확정, 유연한 요구사항 관리를 해야 한다"면서 "한번에 전체 시스템을 완성하지 말고 부분 개발과 검증을 짧게 반복하는 개발을 해야 한다"면서 애자일 개발 방법론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일럿'과 관련해서는 "유행에 따르는 프로젝트보다 기반 기술이 검증된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면서 "모든 사업이 늘 성공해야 하는 게 아니라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전부라며 인재(talent) 중요성도 역설했다. 핵심인재가 장기간 전문 분야에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도의 통합 능력이 아닌 유연한 아키텍처와 풍부한 기술 자산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고 사라지면서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IT서비스 산업은 지속 발전이라고 예상한 그는 "클라우드는 IT서비스 산업의 큰 도전이 되며, 이에 따른 변화를 피할 수 없다"면서 "한국IT서비스 산업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새로운 개발 방법론을 도입하고 이를 제도화해야 하며 인재를 양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사로 나온 국내 시장조사기업 KRG의 김창훈 부사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5위 IT서비스 강국이라면서 "다가오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전세계 IT서비스 시장은 오는 2027년까지 매년 6.6%, 국내는 4.4%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SW시장은 전세계 SW시장의 1% 수준인데, 게임SW까지 포함하면 1.6%로 높아지는데, 아이러니하게 한국GDP 규모도 전세계 GDP의 1.6% 수준이다. 국내 SW인력이 30만명으로 중국의 20분의1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김 부사장은 "한국IT기업 이익률은 10%인데 반해 글로벌 기업은 30% 수준"이라면서 "전세계 상위 100대 IT서비스 기업 중 한국 기업은 43위의 삼성SDS 혼자 뿐이지만 인도는 상위 10곳 중 4곳이나 된다"고 말했다.
매출 대비 디지털지출 비율도 우리나라는 글로벌 기업 대비 4분의1 수준이라면서 "디지털전환에 여전히 국내 기업은 소극적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국내 IT서비스산업이 발전하려면 독창 분야 발굴 및 확산 같은 차별성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업 모델 구축,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한편 DX를 확산하고 있는 동남아와 남미에 진출하는 등 해외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업을 지원하는 정책 및 법제도 정비도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내외 IT서비스기업 임원들의 발표도 마련됐다. 미국IBM과 한국IBM이 걸어온 지난 몇십년을 회고한 원성식 한국IBM 사장은 "IBM은 최근 10여년간 미래에 대한 강력한 비전을 제시하는 글로벌 통합기업으로 발전해왔다"면서 "혁신과 지속적인 변화, 고부가가치 사업 추구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 가고 있다"고 들려줬다.
이어 올해말 미국IBM의 물리적 양자컴퓨터가 연대에 설치된다면서 "이는 국가로는 한국이 세계 5번째"라면서 "양자가 아직 완벽한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몇년후에는 사용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다. 원 사장은 글로벌 기업의 국내 공공 시장 참여도 요청했다.
이밖에 삼성SDS 이은주 부사장이 '클라우드 도입을 통한 기업의 비즈니스 혁신'을 주제로 IT와 비즈니스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기업과 공공 기관의 클라우드 도입 배경을 설명했고, CJ올리브네트웍스 한강희 클라우드센터장은 '초연결기반의 디지털 혁신 인프라 이음 5G'를 주제로 이음 5G의 기술 전망과 산업 분야별 서비스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또 SK(주) C&C 김화중 그룹장은 '금융 디지털 혁신을 위한 IT서비스 발전 방향'을 주제로 금융 IT서비스 분야의 변천사를 설명하는 한편SK(주) C&C에서 진행하고 있는 금융 사업 사례를 중심으로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디지털 솔루션과 비즈니스 플랫폼을 밝혔다. 대신정보통신 양시영 전무는 '디지털전환을 선도하는 지능형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발전 방향'을 주제로 성공적인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 전환을 위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해결 과제 및 기술 요인, 지능형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발전 방향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