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견고하게 유지돼왔던 국내 배터리 기업과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파트너십 관계에 이상징후가 감지된다. 동맹 구도에 균열이 감지되는 사이 미국 IRA로 발이 묶였던 중국 CATL이 완성차 기업의 새 동맹사로 거론되는 등 배터리-완성차 기업간 이합집산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LG엔솔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을 시작으로 SK온-포드, 삼성SDI-스텔란티스의 합작법인(JV)까지 국내 배터리 기업과 완성차 기업의 동맹은 활발하게 체결됐다. 특히 LG엔솔과 GM의 JV인 '얼티엄셀즈' 오하이오주 1공장은 지난해 양산에 들어가면서 동맹관계가 본격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오던 터다.
균열이 감지된 건 SK온과 포드의 튀르키예 합작공장 무산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양사는 지난해 3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SK온의 수율과 자금 문제 등에 발목이 잡혀 최종 결렬됐다. 튀르키예 공장의 새 동맹 후보군엔 LG엔솔이 물망에 오른다.
SK온과 포드의 동맹이 틀어지는 사이 CATL이 북미 시장 활로를 모색할 방안을 찾아냈다. IRA 법안의 통과로 중국산 배터리는 세액공제 조항을 만족하지 못해 CATL의 북미시장 진출은 요원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CATL은 포드와 지분합작이 아닌 기술합작 방식으로 미국 미시간주 남서부 지역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건립키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포드의 움직임과 관련 SK온과의 결별 수순이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 15일 포드의 F-150 라이트닝을 조립하는 미시간주 디어본 공장이 가동이 중단됐다. 해당 차량엔 SK온의 NCM(니켈코발트망간)9 배터리가 탑재된다.
SK온은 일회성 이슈라고 일축했지만 포드는 성능저하를 이유로 판매된 100여대의 F-150 라이트닝 차량의 배터리 교체 작업을 시작했다. 포드는 교체 원인을 배터리 모듈이라고 밝혀 양사간 신뢰에 금이 갔다는 분석도 상당수 설득력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GM과 LG엔솔의 얼티엄셀즈 4공장 건립 논의가 잠정 중단된 점도 파트너십에 균열이 감지된 지점이다. 양사는 JV 설립 당시 오하이오, 테네시, 미시간주에 3개의 합작공장을 짓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후 제 4공장 건립까지 논의했지만 GM은 지난달 모종의 이유로 LG엔솔과 추가 공장 증설 논의를 중단했다. GM은 삼성SDI 혹은 여타 중국 기업과 새로운 방식의 LFP(리튬·인산철)배터리 공장을 건립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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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는 완성차 기업들이 단일 기업에 얽매여 왔던 배터리 공급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지만 정작 속내는 다른 것으로 해석된다. 미완의 땅으로 여겨졌던 미국 시장에 중국 기업을 끌어들이면서 국내 기업과 가격 경쟁을 붙이려는 공산이 크다. 국내 3사가 주력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와 달리 LFP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낮아 주행 거리가 짧은 반면 공급가격이 저렴하다.
포드가 지난해 '머스탱 마하 E' 전기차와 문제가 된 'F-150 라이트닝'에 단가가 저렴한 CATL의 LFP 배터리를 각각 사용할 계획이라고 공식적으로 표명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