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 10개월후부터 분할납부?"…실효성 논란

생활입력 :2023/02/16 07:46

온라인이슈팀

"이번 달을 무사히 넘길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서 5개월, 10개월 후의 분할 납부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서울 성동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말이다. 그는 16일 "전기·가스·수도 요금이 모두 치솟아 사실상 폐업을 강요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에너지 요금이 몰려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전기·가스요금에 대한 분할 납부를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지만 소상공인들 반응은 시큰둥하다.

지금 당장 폐업 위기에 몰렸는데 전기는 7월부터 가스는 12월부터 요금분할 납부가 가능하다는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난방비 폭탄'이 떨어진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가스요금도 분할납부 대상으로 소급적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1월 사용한 도시가스와 전기 요금이 이달 속속 청구되기 시작한 가운데 14일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 우편함에 2월 가스비 고지서가 끼워져 있다. 2023.2.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만약 소급 적용한다 해도 결국엔 내야하는 비용이자 부채가 늘어나는 형국이어서 납부요금을 경감하는 지원 정책이 아니라면 '고통 연장'이 될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대부분 소상공인은 여유자금을 쌓아놓고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 한 달 벌어 한 달을 버티는 상황"이라며 "고물가·고금리로 비용 지출이 마지노선에 다다른 소상공인에게 급등한 난방비는 그야말로 붕괴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계청의 지난달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2% 올랐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월(38.2%) 이후 24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영업용 도시가스 요금은 국제 원자재 상승분을 반영해 지난해 4월과 5월, 7월, 10월 등 네 차례에 걸쳐 인상됐다. 특히 지난해 10월 메가줄(MJ)당 15.60원에서 18.32원으로 17.4%나 올렸다.

서울서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은 지난해 겨울까지만 해도 18만~20만원 나오던 가스비가 최근엔 3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하소연했다. 전기요금도 30만원 수준에서 5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약 66% 올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실시한 '난방비인상 관련 소상공인 영향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업장 운영 시 10명 중 9명(99.0%)이 난방비용 인상에 따른 부담을 느꼈다. '매우 부담된다'고 언급한 응답자는 전체의 80.4%를 차지했다.

소상공인 과반(51.7%)은 가장 필요한 난방비 정책으로 '난방비 요금 할인'을 꼽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실태조사 결과 예년에 비해 30% 넘게 난방비가 증가했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웠다"며 "최저임금 인상 때 소상공인 연착륙을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했던 것처럼 이번 난방비 폭탄에 따른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에너지 안전자금 등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전날 대통령 주재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가스·전기 요금 분할 납부 대상을 한시적으로 소상공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분할 납부 대상자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다.

한전·도시가스사업자 요금시스템 마련 등 인프라를 구축해 전기요금은 올해 7월부터, 가스요금은 다음 동절기부터(12월) 시행할 예정이다.

(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