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서 20조원 차입...'반도체 투자금 확보'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설비투자 작년 50조원 유지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3/02/14 18:56    수정: 2023/02/14 18:58

삼성전자가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빌린다. 올해 글로벌 불경기와 더불어 반도체 업황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작년에 이어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14일 공시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단기 차입한다고 밝혔다.

차입 기간은 이달 17일부터 오는 2025년 8월 16일까지고, 차입 금액은 2021년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 대비 10.35% 규모다. 이자율은 연 4.6%다. 상환방법은 만기 일시 상환이며, 단 임의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분 85%를 가진 자회사다.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단기 차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97% 하락한 2천700억원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까지 반도체 전망은 좋지 못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반도체 초격차 기술을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차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반도체 시설 투자를 하기 위한 결정이다"라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대 투자를 유지함으로써 미래를 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가 위축되고 경기 악화, 시황 약세가 당장의 실적에는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필수 클린룸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올해 시설투자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투자에 사상 최대인 총 53조1천억원을 집행했으며, 이 중 반도체에 90%에 달하는 47조9천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도 반도체 부문에 약 50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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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시설투자금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팹(평택, 미국 테일러)에 투자돼 생산능력을 확대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축소, 감산 기조에도 반도체 투자를 축소하지 않은 삼성전자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