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스테이블코인 '바이낸스USD(BUSD)' 발행이 중단된다. 규제 당국이 바이낸스USD를 겨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1달러로 고정돼야 하는 화폐 가치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뉴욕금융감독청(NYDFS)은 13일(현지시간) 바이낸스와 제휴해 바이낸스USD를 발행해온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팍소스트러스트에 바이낸스USD 발행 중단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NYDFS는 팍소스트러스트와 바이낸스 간 관계를 감독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제재 사유를 밝혔다.
이에 팍소스트러스트는 바이낸스USD 관련 바이낸스와의 협력 관계를 종료하고, 오는 21일부터 바이낸스USD 발행을 중단키로 했다. 바이낸스USD에 대한 준비금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 팍소스트러스트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증권투자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 사전 통지서를 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SEC는 바이낸스USD를 미등록 증권으로 간주해 이런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팍소스트러스트는 이런 소식이 보도된 당시엔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지만, NYDFS의 제재 소식이 나온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 회사는 SEC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필요할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중 증권 해당 여부를 두고 당국과 소송 중인 곳으로는 리플이 있다. 리플은 이 때문에 SEC와 몇 년째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증권으로 분류될 경우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될 수 없다. 바이낸스USD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런 소식에 바이낸스USD 시세도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암호화폐 평균 가격 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바이낸스USD 시세는 0.999달러까지 떨어졌다가 14일 10시 현재 0.9995달러를 기록해 최근 두 달 새 최대 변동 폭을 보였다. 시가총액도 161억 달러 대에서 158억 달러 대로 떨어졌다.
바이낸스코인(BNB)도 지난 24시간 동안 시세가 6.5% 하락해 290달러로 나타나고 있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인 창펑 자오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바이낸스USD에 대한 준비금이 충분하고, 이에 대해 수 차례 감사를 받았다면서 재정적으로 안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용자들이 다른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금을 옮길 것으로 예상하고, 그에 따라 바이낸스USD를 주요 거래쌍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제하길 요청했다.
자오는 법원이 바이낸스USD를 증권으로 판단할 경우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유통되는 가상자산 중 어떤 것을 증권으로 간주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 정립 논의가 활성화되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이 화두로 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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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결제 서비스 기업 페이팔은 바이낸스USD에 대한 제재 소식이 나온 뒤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미국 검찰이 바이낸스 경영진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후 회사 관련 제재가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검찰은 자금세탁방지법, 불법 송금 등의 혐의로 2018년부터 자오 CEO를 조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