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진단하는 바이오센서 개발

KIST, 체액 내 신경전달물질 불균형 감지...조현병 등 정신 질환 진단에 적용

과학입력 :2023/02/14 12:00

체액만으로 간단히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기술이 나왔다. 정신질환을 앓으면 체액 내 신경전달물질이 불균형을 보이는 현상을 응용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은 체액에서 신경 전달물질들을 구분하고 정확한 양을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조현병,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치매 등 정신질환은 환자의 행동에 기반해 의료진이 진단을 내린다. 그러다보니 이상 행동이 나타날 정도로 병이 진행되고 나서야 진단이 가능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뇌와 관련된 생체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체액 내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정신질환의 지표로 활용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신경전달물질은 대부분 분자량이 매우 작고 화학구조가 비슷해 이를 선택적으로 검출하려면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등 고가의 대형 장비와 전문인력이 필요했다.

KIST 생체분자인식연구센터 정영도·이관희 박사연구팀은 신경전달물질이 선택적으로 흡착될 수 있는 다공성 재료인 전도성 MOF를 필름 형태로 제작, 전계효과트랜지스터(FET) 반도체와 결합해 현장형 전기신호 센서를 만들었다. 각 신경전달물질들은 크기와 전하 세기, 화학결합 친화도 차이에 따라 MOF에 흡착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신경전달물질의 종류와 양에 따라 고유한 전기 신호 패턴을 만드는 바이오센서를 만들 수 있었다. 

(좌) MOF가 도입된 반도체 기반 바이오센서의 구조 (우) 바이오센서를 활용하여 신경전달물질을 전기적 신호 패턴을 통해 구분한 결과. 구조가 매우 비슷한 다종의 신경전달물질은 MOF에 선택적으로 흡착되며, 이에 따라 다른 전기신호 패턴을 나타냄. 패턴 분석을 통해 각 신경전달물질을 구분하고 정량적으로 검출함. (자료=KIST)

저분자 물질은 FET에서 전기신호가 유도되지 않아, 그간 FET 기반 바이오센서로는 저분자 물질을 직접 검출할 수 없다고 여겨졌다. 연구진은 전도성 MOF와 신경전달물질 사이의 촉매 작용으로 이를 극복해 전기 신호를 유도하고, 유도한 전기신호를 FET를 통해 측정함으로써 저분자 물질을 검출할 수 있게 했다. 

이 바이오센서는 화학구조가 유사한 여러 종의 신경전달물질을 정확하게 구분했다. 고감도 정량 검출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에게서는 세로토닌이,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도파민이 낮은 농도로 관찰되는데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다종의 바이오센서 없이 한번에 여러 신경전달 물질의 불균형을 측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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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임상중개 연구로 확장해 보건소나 심리상담 센터 등에서 MRI나 CT 등 추가 정밀검사가 필요한 대상을 스크리닝 하는 검진기술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범부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KIST 출연금사업, KU-KIST, HY-KIST, 나노종합기술원 나노메디컬 디바이스 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학술지 '케미칼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