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액만으로 간단히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기술이 나왔다. 정신질환을 앓으면 체액 내 신경전달물질이 불균형을 보이는 현상을 응용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은 체액에서 신경 전달물질들을 구분하고 정확한 양을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조현병,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치매 등 정신질환은 환자의 행동에 기반해 의료진이 진단을 내린다. 그러다보니 이상 행동이 나타날 정도로 병이 진행되고 나서야 진단이 가능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뇌와 관련된 생체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체액 내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정신질환의 지표로 활용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신경전달물질은 대부분 분자량이 매우 작고 화학구조가 비슷해 이를 선택적으로 검출하려면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등 고가의 대형 장비와 전문인력이 필요했다.
KIST 생체분자인식연구센터 정영도·이관희 박사연구팀은 신경전달물질이 선택적으로 흡착될 수 있는 다공성 재료인 전도성 MOF를 필름 형태로 제작, 전계효과트랜지스터(FET) 반도체와 결합해 현장형 전기신호 센서를 만들었다. 각 신경전달물질들은 크기와 전하 세기, 화학결합 친화도 차이에 따라 MOF에 흡착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신경전달물질의 종류와 양에 따라 고유한 전기 신호 패턴을 만드는 바이오센서를 만들 수 있었다.
저분자 물질은 FET에서 전기신호가 유도되지 않아, 그간 FET 기반 바이오센서로는 저분자 물질을 직접 검출할 수 없다고 여겨졌다. 연구진은 전도성 MOF와 신경전달물질 사이의 촉매 작용으로 이를 극복해 전기 신호를 유도하고, 유도한 전기신호를 FET를 통해 측정함으로써 저분자 물질을 검출할 수 있게 했다.
이 바이오센서는 화학구조가 유사한 여러 종의 신경전달물질을 정확하게 구분했다. 고감도 정량 검출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에게서는 세로토닌이,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도파민이 낮은 농도로 관찰되는데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다종의 바이오센서 없이 한번에 여러 신경전달 물질의 불균형을 측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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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임상중개 연구로 확장해 보건소나 심리상담 센터 등에서 MRI나 CT 등 추가 정밀검사가 필요한 대상을 스크리닝 하는 검진기술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범부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KIST 출연금사업, KU-KIST, HY-KIST, 나노종합기술원 나노메디컬 디바이스 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학술지 '케미칼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