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가 온다…"밴 및 카드사 타격 불가피"

디바이스끼리 계산·후불 결제 도입 주목...전문가 "결제 생태계 변화" 예측

금융입력 :2023/02/09 11:26    수정: 2023/02/09 13:10

애플과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론칭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가운데 결제시장에선 파급효과를 전망하는 각양각색의 목소리가 있다.

애플페이가 아직은 오프라인 간편결제 수준이지만, 향후 애플카드, '탭 투 페이' 기반의 P2P(개인과 개인) 거래, BNPL(선구매 후결제)까지 허용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결제시장 사업자의 입지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애플페이 개발자 홈페이지)

애플·현대카드, 애플페이 출시 첫 공식화

애플과 현대카드는 지난 8일 애플페이를 출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3일 금융위원회가 애플페이 도입을 허용한지 닷새만이다.

현대카드는 지난 6일 본사 사옥 로비에서 출근길 임직원들에게 사과를 증정하는 깜짝 이벤트를 열었고 정태영 부회장도 개인 소셜미디어에 이를 게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아이폰 유저 사이에선 애플페이 공식 출범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오는 20일 전자금융거래 기본 약관 변경을 예고하고 있다”며 “2월 말에서 3월 초 애플페이가 공식적으로 출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플페이 P2P 결제 지원…다른 단말기 필요없다

지급결제업계가 애플페이를 주시하는 이유는 NFC기능이 탑재된 플라스틱 카드는 물론 애플 계열 디바이스끼리 P2P 결제를 지원하는 탭 투 페이 기능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 A씨는 “현재 여론에서 소상공인의 애플페이 단말기 설치 이슈에 대해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미국에서 상용화되고 있는 텝 투 페이를 통한 P2P 결제가 향후 국내시장에 정착될 것을 감안할 때 이러한 논쟁은 소모적”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개발자 홈페이지에 따르면, 탭 투 페이는 추가 단말기나 하드웨어를 별도로 구비할 필요없이 아이폰에서 결제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애플 측은 “(오프라인 매장에 설치된) 기존 결제 단말기와 같은 기술로 고객의 결제 데이터가 보호된다”고 소개했다. 이어 “사업자가 월간 정기 구독료를 청구하기 위해 고객카드를 등록하는 기능도 지원한다”며 “종이 영수증과 실물 카드가 없어도 환불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애플페이 개발자 홈페이지)

이에 대해 상명대학교 서지용 교수(한국신용카드학회장)는 “백화점이나 대형 오프라인의 경우 NFC 방식으로 애플페이 결제를 지원하는 단말기 설치가 필요하겠지만, 소상공인의 경우 P2P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P2P 결제가 활성화되면 VAN사의 역할 역시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VAN사는 카드사를 대신해 오프라인 매장 단말기에서 결제를 지원하는 사업자를 뜻한다.

세상이 바뀌는데 국내 카드업계 안일”

금융위의 애플페이 도입 허가가 결국 국내 결제지급업의 생태계를 뿌리채 바꿀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삼성페이는 MTS 기반의 결제 수준이지만 애플페이는 모든 결제 프로세스를 아이폰 디바이스 하나로 락인(Lock-In)한다는 것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페이는 현재 골드만 삭스와 함께 BNPL을 지원하는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에선 아이폰 지갑 앱을 통해 애플카드 발급을 신청할 수 있는데, 결제 잔액이 부족한 소액 결제를 먼저 지원하고 차후 결제대금을 받는 형식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 B씨는 “편리성과 트랜드를 요구하는 소비자가 이번에는 애플페이 도입에 목소리를 냈지만, 다음은 애플카드, 다음은 P2P 결제, 다음은 BNPL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애플페이 도입은 단순한 현대카드와의 협업의 의미가 아닌, 결제시장이 송두리채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며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국내 카드업계는 아직도 태평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어 “애플페이에 이어 당장 애플카드만 허용돼도 국내 카드사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솔직히 애플과 비교해 국내 카드사의 경쟁력은 제로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까지 영향 확장?

애플페이가 결제시장을 넘어 국내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상명대 서지용 교수는 “애플페이가 허용돼도 이용자는 사실상 현대카드 이용자와 아이폰 유저로 제한된다”며 “당장 결제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정도의 위력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이 삼성페이 중심인 경향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애플페이 도입이 계기가 되어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을 넓히고 국내 카드산업이 발전하는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애플페이가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갤럭시의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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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 C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벌써부터 애플페이의 오프라인 간편결제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아이폰으로 교체하는 모습이 일부 관측된다”며 “더 많은 결제기능이 들어올 수록 이러한 모습은 더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씨는 “아이폰 지갑 앱을 통한 애플페이와 P2P 결제, BNPL은 모두 아이폰 지갑 앱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과정”이라며 “하지만 삼성전자 갤럭시의 삼성페이와 삼성카드는 아직까지 분리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