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버섯균 소재로 지구온난화 해소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사성진 마이셀 대표는 수년전 초등학생인 딸과 기후변화를 소재로 한 전시회에 갔다가 머리를 도끼로 맞은 듯했다. 지구 온도가 6도 오르면 대멸종이 시작된다는 이야기에 딸이 며칠 밤을 잠 못 들며 고민한 탓이다.
“아빠, 지구가 이렇게 힘들어 하는데, 어른들은 왜 계속 지구를 망가뜨려?”
아이 눈에는 어른들을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지구의 종말이 올 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가르치면서 지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하지 말라는 일만 더 하고 있다.
“내 아이와 우리들의 아이가 살아가야 할 미래를 지켜주지 못하고 단지 생존하기 위해 매일 조금씩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비참해지더군요. 이 일을 계기로 살아야 할 이유와 방식이 바뀌게 됐어요.”
사 대표는 그 이후 친환경 사업을 필생의 업으로 삼게 됐다.
■자동차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다
사 대표는 기계공학 박사다. 세부 전공은 전산 역학이다. 그중에서도 자동차 충돌 시뮬레이션을 주로 연구했다. 학위 취득 이후에는 2008년부터 프랑스 도로교통안전연구소(INRETS)에서 생체역학 연구원으로 일했다.
2010년에는 직장을 현대자동차로 옮겼다. 현대자동차 시절에는 남양연구소와 의왕연구소에서 다양한 분야의 연구원으로 일했다. 2013년부터는 벤처기술개발팀과 벤처사업개발팀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창업을 고민했다.
고민 끝에 현대자동차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에 응모했다. 이때 아이템은 ‘음파 기반 사용자인터페이스(UI)’였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사 대표의 선배였고, 사 대표는 팀원으로 참여했다. 성과가 좋아 이 사업은 스핀오프(spin-off)가 결정됐지만 사 대표는 합류하지 않았다. 딸 아이와의 그 사건 때문이었다.
■균사체로 사내벤처에 재도전하다
벤처사업개발팀에 있을 때부터 했던 창업 고민과 딸아이에 대한 고민 속에서 찾아낸 아이템이 바로 버섯이나 곰팡이 균사체다.
이를 이용한 새로운 소재 개발이 그것이다.
“이 아이디어로 공모했을 때 처음엔 논란이 있었습니다. 균사체로 개발한 소재를 과연 자동차에 쓸 수 있겠느냐는 점과 대량 생산이 가능하겠느냐는 점이 의심 받은 것이지요. 이 문제 때문에 보류 판정을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해외 사례 등을 통해 입증하려 했고, 다행히 위에서도 긍정적으로 봐 합격이 됐죠.”
■간단하게 살펴보는 지구온난화의 주범
지구온난화는 온실가스가 담요처럼 지구를 덮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산화탄소(CO₂)를 비롯해,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₆) 등이 온실가스다.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기체는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주로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탄소가 대기 중 산소와 결합해 발생한다.
이산화탄소에 비해 배출량은 적지만 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보다 높은 메탄은 농축산업 분야에서 많이 발생한다. 소의 트림이나 방귀, 가축 분뇨 등에서 나온다. 아산화질소는 주로 비료를 사용할 때 대기 중에 쌓인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와 수많은 화학제품 그리고 먹거리가 온난화의 주범인 것이다.
■사 대표는 왜 균사체를 선택했을까
사 대표의 딸이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했던 까닭도 어찌 보면 거기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더 풍요롭게 산다는 것이 결국 조금씩 지구를 더 망치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순수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절망하지 않을 수 있겠나.
사 대표가 균사체를 찾아낸 것은 그 절망을 조금이나마 희망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다.
“균사체를 떠올린 건 딸아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프랑스 도로교통안전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있을 때 우연히 본 친환경 스타트업 에코버티브 덕분이기도 합니다. 버섯균으로 스티로폼을 대체하는 아이템이었습니다. 미국의 프라스틱 가운데 70%가 스티로폼이라고 하는데 이 사업이 잘 되면 프라스틱 대체가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버섯 산업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도 해볼 만한 사업으로 생각됐지요. 무엇보다 탄소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으니 딸아이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이라 봤죠.”
■균사체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곰팡이나 버섯균은 온도나 습도 등 자라나는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물리적인 특성이 있다. 이 특성을 활용하면 다양한 소재 개발이 가능하다. 에코버티브가 만든 스티로폼 대체재처럼 화학소재를 대체하는 친환경 신소재가 나올 수도 있고, 당을 흡수하기 위해 효소물질을 내보내면서 특수한 물질을 합성하는 특성을 활용해 화장품이나 의약 소재를 만들 수도 있다. 대체 가죽과 단백질도 그중 하나다.
마이셀의 주력 제품은 이중에서 대체 가죽과 대체 단백질이다.
“에코버티브 덕분에 버섯 균사체로 산업 소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고, 창업을 위해 스터디를 하는 와중에 버섯 균사체로 가죽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을 파악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였고 도전해볼만하다고 봤죠. 가죽 소재는 특히 현대자동차의 시트 재료로도 안성맞춤이어서 주력 제품이 됐습니다.”
■버섯균 가죽의 장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친환경 소재라는 게 버섯균 가죽의 장점입니다. 기존 가죽 대비 탄소 배출량이 1%에 불과하고, 물 사용량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습니다. 자연분해도 가능하고, 폐기물도 다른 소재로 활용될 수가 있지요.”
문제는 여전히 소비자가 느끼는 품질이겠다.
“버섯균 가죽이 차지하는 시장의 위치를 보면 알 것입니다. 가격 측면에서 봤을 때 인조가죽은 아주 비싼 것부터 아주 싼 것까지 다양합니다. 천연 가죽은 비싼 편이고요. 버섯균 가죽은 현재 중급 천연 가죽 정도이죠.”
■파일럿 팩토리 구축에 여념이 없다
사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지난 1일 마이셀 기흥공장을 방문했을 때는 시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 구축이 한창이었다. 아쉽게도 버섯균이 어떻게 자라나 가죽이 되고 고기가 되는 지 직접 눈으로 볼 수는 없었다. 이 시설은 오는 3월 이후에 본격 가동된다고 한다. 생산 과정은 차후에 한 번 더 방문해 보기로 했다.
“시제품 생산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작년 8월에 130억 원을 투자받았습니다. 현재 스마트 팩토리로 구축 중이지요. 균사 가죽의 사용처는 우선 자동차 시트와 가방 등 각종 패션 제품입니다. 이미 여러 업체와 논의 중이고요. 하루 300 제곱미터 규모의 대체 가죽과 2톤 규모의 대체육 생산 규모를 생각 중입니다.”
사 대표는 특히 “극심한 경기침체와 투자 위축 환경에서도, 균사체를 이용한 소재 회사가 많지 않고,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투자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시제품 출시가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균사체에서 찾은 ‘진정한 지속가능’
마이셀도 기업인만큼 생존과 지속가능을 고민한다.
마이셀은 그러나 자신의 생존 못지않게 지구의 지속가능을 고민한다. 그 고민의 결과가 버섯균이다. 버섯균은 지질학적으로 석탄기 말에 진화의 결과로 생겨난 고등균류라고 한다. 버섯균이 등장하고 자연은 순환성이 완성되었다. 버섯균에 의해 목질계 쓰레기가 분해되고 그것은 다시 다른 유기체의 영양원이 되는 것.
이러한 자연적인 순환이야말로 지속가능의 본령이다.
사실 모든 유기체가 갖는 최고의 꿈은 아마도 ‘지속가능’일지 모른다.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든, 종교적인 의미의 영생이든, 기업이 바라는 끝없는 혁신이든. 문제는 산업혁명 이후 많은 종류의 개발이 고갈과 파괴의 양상을 보여 왔다는 점이다. 그 결과 유기체의 지속가능은커녕 지구의 미래마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서 대표와 마이셀은 인간이 만들어 낸 플라스틱 같은 산업 쓰레기마저 지속가능한 자연의 순환 고리 안에서 분해하고 이를 새로운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길 바란다.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문제를 기업 형태로 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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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지속가능에 일조하는 방식으로 생존하는 것, 그게 서 대표의 꿈이다.
덧붙이는 말씀: 사성진 마이셀 대표가 추천한 다음 인터뷰 대상은 해양엔지니어링 기업 포어시스의 원종화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