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증권'에 쓰인다…금융위, 제도권 편입

'STO' 제도화 방안 발표…발행·유통 규제 방침 공개

컴퓨팅입력 :2023/02/05 12:00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된 증권인 '토큰 증권'이 제도권으로 편입됐다.

금융위원회는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자본시장법 규율 내에서 토큰 증권 발행(STO)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STO·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추진한다고 5일 발표했다.

금융위는 STO에 대해 자본시장법 등 모든 증권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한다. 현재 유통되는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중 증권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도 같은 규제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발행, 유통, 장외거래 등에 대한 증권 규제가 토큰 증권에 도입됐다. 

반면 증권의 성격이 없는 디지털자산은 향후 가상자산 업계 업권법으로 도입될 '디지털자산기본법'상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금융위원회(출처=뉴스1)

■'토큰 증권' 왜 필요한가

금융위는 토큰 증권을 제도화하는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비정형적인 증권을 소액 발행하는 경우 증권사를 통해 중앙집중적으로 전자등록·관리되는 기존 전자 증권이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반면 토큰 증권은 탈중앙화를 특성으로 하는 분산원장과 스마트 계약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발행자가 직접 다양한 조건의 비정형적인 권리를 낮은 비용으로 발행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존속기간이 짧은 증권계약 등을 손쉽게 말소할 수 있는 등의 편의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토큰 증권의 개념(출처=금융위원회)

■어떤 게 '토큰 증권'? 발행 주체가 따져야

토큰 증권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지난해 4월 발표된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상 기본 원칙과 동일하다. 금융위는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권리의 실질적 내용을 기준으로 증권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이런 판단에는 명시적 계약‧약관‧백서의 내용 외 묵시적 계약, 스마트계약에 구현된 계약의 체결 및 집행, 수익 배분 내용, 투자를 받기 위해 제시한 광고‧권유의 내용, 여타 약정 등이 고려된다.

금융위는 토큰 증권 해당 여부 및 규제 준수 책임이 증권 발행·유통·취급 당사자에게 있다고 봤다. 기업이 발행하는 것이 주식인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고 공시 등 자본시장법상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증권이 해외에서 발행되더라도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권유하는 등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치는 경우에는 국내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현재 발행, 거래되는 디지털자산이 증권으로 판명될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제재가 부과될 예정이다.

금융위 가이드상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와 낮은 경우(예시)

■증권 투자자 보호 장치 동일 적용…발행 주체 요건 신설

토큰 증권은 전자증권법상 증권의 디지털화(전자등록) 방식으로 수용된다. 분산원장의 안정성 확보와 투자자 권리 보호를 위한 요건이 도입될 예정이다. 복수 참여자가 거래 기록을 확인‧검증하고, 사후적 조작‧변경이 방지되며, 토큰 증권의 발행이나 거래를 위해 별도의 가상자산을 필요로 하지 않는 등의 조건이 예시로 언급됐다.

토큰 증권에도 기존 전자 증권과 동일한 전자증권법상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적용된다. 전자증권법에 따른 권리 추정력과 제3자 대항력 등이 부여돼 투자자의 재산권이 보호된다. 전자등록기관(KSD)은 토큰 증권에 대한 증권 형식 충족 여부를 심사하고 증권 발행 총량을 관리한다.

일정 요건을 갖춘 발행인은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이 돼 증권사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토큰 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 요건은 법상 공용 장부를 기재‧관리하는 자에게 필요한 신뢰성, 전문성, 안정성 등을 고려해 정해질 예정이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발행인의 토큰 증권 발행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전자 증권과 동일하게 증권사 등을 통해서 발행할 수 있다.

토큰 증권 발행, 유통 규율체계(출처=금융위원회)

■조각투자 '장외거래' 허용…상장 제도 마련 예정

금융위는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 신탁) 수익증권의 소규모 장외 유통 플랫폼을 제도화하고자 장외거래중개업 인가를 신설한다. 장외거래중개업자는 자사 고객 간 거래를 매수‧매도 호가 일치 시 매매가 체결되는 '다자간 상대매매' 방식으로 중개할 수 있게 된다.

사업자 인가를 받기 위해선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기자본 및 물적·인적·대주주·임원 등에 대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거래종목 진입·퇴출, 투자자 정보 제공, 불량회원 제재, 이상거래 적출 등에 대한 업무기준도 마련해 심사받아야 한다. 

비정형적 증권의 유통 제도 정비(출처=금융위원회)

장외거래에는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한 발행과 유통 분리 원칙이 적용된다. 즉 발행·인수·주선한 증권은 유통할 수 없고, 자기계약도 금지된다.

발행 시 증권신고서나 소액공모 공시서류를 제출한 투자계약증권‧수익증권을 장외거래중개업자의 중개를 통해 거래하는 경우, 매출 공시 예외가 인정된다. 공시 예외가 적용되는 소규모 유통 시장인 점을 고려해 일반투자자에 대해서는 투자 한도를 제한한다. 투자 위험이 높은 증권의 경우 한도가 더 낮게 책정될 예정이다.

투자계약증권과 수익증권의 상장 시장은 다른 증권과 동일하게 자본시장법상 거래소 허가를 받은 자가 운영할 수 있다. 금융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 요건과 중요정보 공시 등을 적용하되, 시장 특성을 감안해 기존 시장보다 완화된 수준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다수의 투자자가 참여하고 거래 규모가 큰 시장인 만큼 분산원장의 처리 속도에 한계가 있으므로, 상장 시에는 기존 전자 증권으로 전환하고 현행 매매‧청산‧결제 인프라를 동일하게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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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이번 규율 정비를 위해 올해 상반기 중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신설되는 각종 인가 등의 세부 요건은 향후 하위 법령 개정 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추가 수렴해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현재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제한적인 조건을 부과해 조각투자 증권의 발행‧유통 겸영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향후 결과에 따라 부분적인 제도 개선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