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인마켓 거래소 최우선 숙제 '자금세탁방지' 선진화

전문가 칼럼입력 :2023/02/03 14:03

설기환 플라이빗 자금세탁방지 상무

코인으로만 코인을 사고 팔 수 있는 코인마켓 거래소들의 염원은 원화마켓 운영 재개다. 법정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으로만 코인을 사고팔 수 있다는 건 이용자 저변 확장에 큰 걸림돌이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시장 침체기에는 투자금 회수 문제까지 중첩돼,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혹한기를 넘어 빙하기의 날 선 바람을 정통으로 맞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상자산 시장은 다시 찾아올 상승장을 기대하고 있으나, 해빙기가 찾아온다고 해서 코인마켓 거래소들에게 재도약의 기회가 주어지진 않을 것이다. 원화계좌를 통한 영업이 시장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게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기 때문이다.

자금세탁 위험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은행이 선뜻 원화계좌를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제공할 수는 없다.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 사례가 발생했을 경우 가상자산 비즈니스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보다 부담하는 제재금의 규모가 훨씬 크다. 

설기환 상무

따라서 코인마켓 거래소가 은행과 제휴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1차 허들은 ‘선진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이다. 은행의 리스크는 은행에, 가상자산의 리스크는 가상자산사업자에게만 한정될 수 없는 가상자산 거래의 특성을 볼 때, 사업자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통제해 관련 리스크가 은행에 전이되지 않도록 방어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가상자산사업자는 고위험 채널로써 높은 수준의 위험관리가 필요하며, 그에 상응한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필요한 것은 자금세탁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의 양성이다. AML 전문 자격증은 보유했으나 충분한 경험과 실무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면 시스템이 적정하게 구축되었고 운용되는지를 판단할 수 없고, 시스템을 통해 관리해야 할 내용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것이다. 결국 많은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해당 시스템은 '돈 먹는 하마'가 되는 데 그칠 수 있다.

현재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 수리된 대부분의 거래소들이 구축한 AML 시스템은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 특성이나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고 수리만을 위해 도입됐다. 이후 시스템 운용과정 및 금융정보분석원의 검사 감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이를 바로잡는데 인력과 비용이 배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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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환경이 열악한 코인마켓거래소가 시스템이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시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회사의 생존,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통제 체제라는 인식 확산과 함께 실질적인 자금세탁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범적인 거래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이는 상당히 고무적이고 향후 업계의 발전을 그려볼 수 있는 긍정적인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이 특금법 개정을 통한 자금세탁방지 의무였다면, 어려움에 처한 코인마켓 거래소를 시장에서 유의미한 플레이어로 끌어올려줄 첫 번째 핵심 키 또한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선진 위험관리 체계’의 마련 및 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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