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가예방접종사업 입찰에서 담합한 국내·외 제약사들이 3천만~7천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재판부가 이른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녹십자·GSK·보령바이오파마·유한양행·SK디스커버리·광동제약 등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벌금형을 판결했다. 기업별 벌금은 ▲녹십자 7천만원 ▲GSK 7천만원 ▲보령바이오파마 5천만원 ▲유행양행 5천만원 ▲SK디스커버리 3천만원 ▲광동제약 3천만원 등이다.
함께 기소된 제약업체 관계자들은 7명이며, 이들에게는 적게는 3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전체 부당이익의 액수와 각 제약사에 귀속된 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렇지만 처벌 수위가 낮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혈세로 국민 건강을 위한 백신 구매 과정에서 벌어진 제약업계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관련해 미국 법무부는 지난 2020년 아포텍스 제약사의 가격 담함 혐의에 2410만 달러(약 293억5천500만원)의 벌금을 매겼다. 또 도쿄 지방법원은 2019년 의약품 입찰에서 제약사 간 담합에 대해 2억5천만엔(약 27억6천만원)의 벌금을 매기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담합은 국민 보건안보와 국가예방접종사업, 조달입찰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어 앞으로도 이 같은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백신의 경우 출생인구수 감소에 따른 중장기적인 시장 축소, 국기조달시장 특성에 따른 가격경쟁구조의 문제 등은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서울지법의 이번 판결은 앞선 기업들 2016년부터 2018년 기간동안 정부가 발주한 자궁경부암 백신 등의 입찰에서 낙찰가를 사전에 공모한 후 타 업체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이른바 입찰가 상승을 공모한 혐의로 2020년 기소된 이후 1심 판결이다.